차은택·송성각 등 첫 재판 열어
검찰, 청와대 특별지시사항 문건
안종범 전 수석 신문조서 공개
검찰, 청와대 특별지시사항 문건
안종범 전 수석 신문조서 공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첫 공판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을 통해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매각에 적극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의 공판 기일에서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피의자 진술 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차 전 단장은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강요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 전 단장의 변호인은 이날 "포레카(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인수 과정에서 협박이나 강요 수단을 용인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서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포레카라는 업체가 매각되는데 대기업 계열사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으로 다시 매각되는 일이 없도록 좀 살펴보라고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안 전 수석은 이 때 포레카를 처음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또한 "안 전 수석은 '포스코 사정이 안 좋아 계열사를 매각하려 하는데 다시 또 다른 대기업으로 넘어가서 되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 전승절 참석을 위해 중국을 순방 중이었을 때도 안 전 수석에게 전화해 "포레카 매각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권 회장 등과 협의해서 해결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이에 안 전 수석은 해당 내용을 권 회장에게 전달하고 '원상 복귀'시키려 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증거조사에서 안 전 수석 보좌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청와대 경제수석실 명의의 '특별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라는 문건도 함께 증거로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컴투게더 쪽에 자금 입금, 잔고 증명 등 각종 자료를 요구하였으나 아직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과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 조치'라는 문구까지 수기(손글씨)로 기재된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은 이 보고서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안 전 수석은 "김영수(포레카 대표)와 권오준 회장에게서 들은 내용을 적은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김영수에게 전하고 김영수 보고를 대통령에게 전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포레카 지분 인수를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들도 대거 나타났다. 검찰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일 때 안 전 수석이 권 회장, 황은연 포스코 사장과 10차례 정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권 회장과 4차례 만났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김영수씨와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김씨는 "본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방법은 수석님께서 권 회장에게 (포레카를) 매각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것, 그 쪽(컴투게더)을 계속 설득하는 것 등이다"라고 건의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차 전 단장이 송 전 원장에게 "좌편향 인사를 색출하라"고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송 전 원장은 검찰에서 "(콘텐츠진흥원장) 취임 전부터 차씨로부터 '진흥원에 좌편향 세력이 있을 테니 색출하라'는 말을 들었고, 취임 이후에도 같은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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