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관리 중요성 확대
인수·합병으로 사업 재편 추진
중견·중소기업도 상경계열 발탁
인수·합병으로 사업 재편 추진
중견·중소기업도 상경계열 발탁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대기업들이 경영진에 회계 등을 전공한 소위 '재무통'을 주요 경영진으로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성장보다는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일부 대기업은 경영승계·경영권 강화 시점과 맞물려 지배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임원 인사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7명 중 4명을 재무통으로 배치했다. 우선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는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경우 미국 클라크대에서 MBA(최고경영자) 과정을 마쳤고 SK(주)에서 재무팀장을 맡았던 전문가다. 아울러 유정준 글로벌성장위원장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박정호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김준 에너지·화학위원장은 경영학과 출신이다.
나머지 3자리는 이공계 전문가들이 차지했다. 박성욱 ICT위원장은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박사 출신이고, 서진우 인재육성위원장은 전기공학, 최광철 사회공헌위원장은 토목공학을 각각 전공했다. 다른 그룹들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삼성의 경우 전통적으로 재무 관련 보직을 맡았던 이들을 중용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신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사장 등이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로 꼽힌다.
주로 개발이나 영업, 기획 출신으로 경영진을 구성했던 현대차그룹도 CFO 출신인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과 재경본부장을 거친 박한우 기아차 각자 대표(사장) 등 재무 쪽 업무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발탁한 바 있다. LG그룹의 경우 정도현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014년부터 3년간 각자 대표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서 활약했고, CFO 출신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지난해부터 LG CNS를 이끌고 있는 김영섭 LG CNS 사장 등도 대표적인 재무통에 꼽힌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정호영 LG화학 CFO 역시 재무통을 중용한 사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코스닥협회가 지난 4월 코스닥 상장법인 1164개사의 CEO 13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경영학(25.8%)을 전공한 CEO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등기임원 전체로도 상경계열이 4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의 확대와 함께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만큼 재무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의 경우 경영 승계 시점이 임박했거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무 전문가를 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