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루코스 IBM 왓슨연구소 CTO
"AI, 이미 시작된 미래 … 데이터·원천기술 확보 나서야"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6·끝) AI 전문가 4인 인터뷰
살림 루코스 IBM 왓슨연구소 CTO
산업계와 대학, 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투자규모와 인력, 원천기술 수준에서 분명히 뒤처져 있지만 강한 분야에 최대한 집중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온 만큼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AI 시대에 맞는 법, 제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AI 전문가 4인을 만났다.
2011년 2월 16일 미국 ABC방송의 퀴즈쇼 '제퍼디' 현장은 한 우승자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IBM의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왓슨이 인간 도전자를 누르고 우승하면서 AI가 인간의 역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했다. 왓슨은 고도의 학습·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암 진단·치료 등 의료, 사물인터넷(IoT), 요리 등 각종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업체 GM과 제휴를 통해 운전자를 위한 맞춤형 제안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왓슨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쓰일 전망이다. 다국어 왓슨 시스템 개발을 이끄는 살림 루코스 미 IBM 왓슨연구소 번역기술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왓슨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들어가는 수고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AI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는가.
"AI는 금융업계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신속하고 상세하게 안내하도록 해줄 것이다. 가령 외환거래를 희망하는 고객이 지점을 찾아 문의를 했을 때 직원이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보니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법과 관련된 문제일 경우 직원도 전문가에게 전화로 문의해 답을 확인한 뒤에야 고객에게 정확한 안내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신속한 고객 응대가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여기에 AI 시스템을 적용하면 직원은 왓슨에게 전문지식을 문의한 뒤 바로 답변을 얻어 고객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상거래 분야에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돕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검은색에 달라붙는 청바지를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보험 분야에서 AI가 자연어를 활용해 소비자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의 요구사항에 들어맞는 보험상품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
-왓슨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왓슨은 여러 개 작은 요소로 나눠져 개발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를 취사 선택하고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도 단순하고 클라우드에 기반해 작동하며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요소별 성능도 우수하며 정확도가 높다.왓슨이 이미 상당 부분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개발자들이 추가로 많은 수고를 들이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술 수준이 낮은 이도 왓슨을 이용해 앱을 방대한 규모로 신속하게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AI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지.
"정확도는 사용 유형별로 다르다. 도메인의 복잡도에 따라 어떤 건 정확도가 95% 이상이지만 어떤 건 80%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일단 AI는 사용하면 할수록 정확도가 더 높아진다. AI도 양방향 소통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에 가까운 결과 값을 제공할 수 있다. 가령 AI가 사용자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여러 가지 질문 옵션이 제공된다. 사용자가 이중 자신의 질문 사항과 가장 밀접한 내용의 질문 옵션을 클릭하면 AI가 사용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답변을 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끼리 대화 방식과 유사하다. 우리도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추가 질문을 던지며 그의 의도를 파악한다. AI에게도 이처럼 쌍방향 의사소통 방식이 적용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AI의 기술적 한계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왓슨의 경우 아직 학습할 때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이 점이 기술적 도전 과제다. 데이터 학습량을 줄이고 학습속도를 높이면서 여기에 투입되는 노력을 줄이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앞으로 왓슨의 연구방향은.
"사유·추론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별로 준수해야 할 법규나 규제 사항이 있다. 왓슨이 이를 학습해 기업 업무 처리를 도우려면 법규와 규제 사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특히 무엇을 준수해야 하고 어떤 것은 예외사항으로 둘 것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추론력·논리력·사고력이 강화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IBM에서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왓슨에게 더 많은 언어를 학습시키는 것도 과제다."
박민영기자 ironlung@
사진= 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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