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원 ETRI SW콘텐츠연구소장
"AI, 이미 시작된 미래 … 데이터·원천기술 확보 나서야"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6·끝) AI 전문가 4인 인터뷰
한동원 ETRI SW콘텐츠연구소장
산업계와 대학, 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투자규모와 인력, 원천기술 수준에서 분명히 뒤처져 있지만 강한 분야에 최대한 집중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온 만큼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AI 시대에 맞는 법, 제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AI 전문가 4인을 만났다.
"20∼30년 후 인공지능은 '휴머노이드(인간형)'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인간 역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지금보다 나은 능력을 갖춘 이른바 '휴먼 2.0' 또는 '휴먼++' 개념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한동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콘텐츠연구소장(사진)(사진)은 미래 인공지능과 인간의 변화상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한 소장은 오는 18일 세기의 퀴즈대결을 벌이는 국산 인공지능(AI) '엑소브레인'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 확보, 인력 양성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산학연이 상생 협력하기 위한 이른바 '인공지능 드림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상은.
"인공지능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어릴 적 봐왔던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추억과 향수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은 상상 속에 있을 존재임에도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먼 미래 속 얘기일 줄만 알았던 인공지능이 지금 기술 발전에 힘입어 알파고와 같은 실체로 다가오면서 우리는 경계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갖게 됐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에서도 인공지능을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부정적인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 국가, 사회,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는 사람'으로 나눠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람을 종속시키는 존재가 되는 양면성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관련 기관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을 100으로 보면 우리는 75∼80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격차로는 2.5년 정도 차이가 있다. 이런 기술 수준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고, 더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리보다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중국 연구자가 SCI급 저널에 실린 인공지능 관련 논문만 350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가장 앞선 미국의 논문 건수가 250건인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이 '인공지능 굴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물적·인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만간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준비해야 하는가.
"선진국은 기술과 플랫폼을 무기로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서서히 확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가진 게 없어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캐치업 전략 못지 않게 우리나라에 특화된 서비스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과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가령,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류 콘텐츠를 인공지능에 접목해 세계에 서비스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만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형성한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산학연이 '인공지능 드림팀'을 만들어 협력하는 동시에 각자 역할에 맡게 기초체력과 기본기를 키워야 한다."
-국내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
"하드웨어(HW) 기업과 소프트웨어(SW) 기업 간 합종연횡과 짝짓기가 활발히 이뤄지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인공지능 산업은 HW와 SW 산업이 서로 융합돼야 성공할 수 있지 개별적으로 움직여선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 예를 들어, HW에 강한 기업은 SW를 HW에 접목해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면에 SW에 강한 기업은 HW를 접목해 인공지능에 강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시대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가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이 있다."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상과 AI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미래 인공지능은 휴머노이드화될 것으로 본다. '사람과 같고, 나와 같은 또 다른 나'의 존재로 인공지능은 점점 휴머노이드화돼 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에는 인간의 지능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인공지능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슈퍼지능이 될 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똑같은 문제를 두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가 서로 다른 결정을 할 때 인간은 과연 누구의 결정에 따라 행동해야 하느냐다. 이렇듯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의 법, 제도, 문화 등에 맞게 개선되고 변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인공지능은 인간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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