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AI, 이미 시작된 미래 … 데이터·원천기술 확보 나서야"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6·끝) AI 전문가 4인 인터뷰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산업계와 대학, 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투자규모와 인력, 원천기술 수준에서 분명히 뒤처져 있지만 강한 분야에 최대한 집중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온 만큼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AI 시대에 맞는 법, 제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를 대표하는 AI 전문가 4인을 만났다.
국내에서도 AI 로봇이 사람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대화를 나눌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장병탁 서울대학교 교수(컴퓨터공학과·사진)는 눈에 카메라를 탑재하고 인지능력을 갖춘 AI로봇을 개발, 교육, 금융, 가전제품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과 협력해 써로마인드로보틱스라는 회사를 창업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장 교수는 "AI는 기초연구 영역이면서 산업에 바로 적용될 수 있다"며 "시간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글로벌 AI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우리 사회의 변화상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일상생활에 더 깊숙이 인공지능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개봉한 영화 'HER'를 보면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OS가 여자친구 역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여자친구처럼 외로움을 달래주고 심지어 애인 역할도 한다. 이미 일본에서 상용화된 모델이다. 인공지능이 인지능력을 넘어서 판단능력까지 갖춰 '비서'처럼 행동하는 시대가 왔다. 향후 집안에서 가족 역할을 하는 로봇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어르신이 심심하면 음악도 들려주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며 약도 챙겨주는 돌보미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를 대신해 엄마 역할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침에 잠 깨워서 학교에 보내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안은.
"데이터가 많아지고 컴퓨팅 성능이 좋아지면서 AI알고리듬 연구가 활발해져 삼박자를 이루면서 지난 5년간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큰 시장에 나가려면 1등 전략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AI는 기초연구 성격이 강하면서도 산업에 바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인력은 대학에 있고 기업은 자본을 갖추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산학협력의 모델은 대학 연구실과 기업체 간에 실리콘밸리 같은 협업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뉴욕주립대 연구실에 인공지능연구실, 구글은 토론토대학에 인공지능 실증단지를 만들어줬다.바이두는 스탠퍼드대 앤드류 윤 교수 연구실을 회사 연구소처럼 운영 중이다."
-국내 상황에 맞는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구축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I의 부가가치는 점점 소프트웨어(SW)나 데이터에서 나오지만 하드웨어(HW)가 없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HW와 SW는 성격과 기업 문화가 매우 다르다. SW기업 중 글로벌에서 성공한 곳은 게임업체인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밖에 없다. 하드웨어도 삼성과 LG뿐이다.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넥슨이나 엔씨 같은 기업의 경쟁력이 낙수효과처럼 다른 기업으로 퍼지게 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영국 BBC와 유엔 미래포럼은 2045년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슈퍼지능 머신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나.
"디지털의 특성상 지능 폭발현상이 일어나 최근 5년 새 놀랄 만큼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인공지능을 예측하긴 어렵다. 구글 무인차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독일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을 투어하던 모바일 로봇 기술이 어느 날 자동차에 적용됐다. 산업군이 확확 바뀌고 있다. 향후 센싱 기술이 인간 수준으로 발달하고 알파고가 바둑에 적용하던 기술이 의료나 금융까지 파고들면 똑똑한 금융 컨설팅을 해주는 로봇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인 장치는 어떻게 갖춰야 한다고 보는지.
"영화 'AI'를 보면 AI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소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AI는 인간이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도구 성격을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 로봇이 자율적 의식을 가지는 날이 올 수 있으므로 윤리나 법적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장치를 논의할 필요는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인공지능과 법'이란 연구회를 만들어 무인차 사고 등 AI 관련 법·윤리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박상길기자 sweatsk@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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