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 딥러닝 '뷰노넷'
6가지 음영 패턴별 분석
판독 정확도·효율성 높여
AI헬스케어 세계시장규모
2020년 75억달러 10배성장
길병원·분당서울대병원
AI 진단서비스 도입 박차
6가지 음영 패턴별 분석
판독 정확도·효율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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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분당서울대병원
AI 진단서비스 도입 박차
■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2) 오진 줄이고 의료비 낮추는 '닥터 AI'
"여기 하얗게 보이는 곳이 폐에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지난달 27일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 뷰노 본사에서 만난 정규환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DILD)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여줬다.
폐포 사이의 조직인 '간질'이 손상돼 염증이 발생하고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일어나는 DILD는 CT 영상의 음영을 보고 진단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상 부위를 비롯해 6가지 음영 형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영상의학과 의사들도 정확한 판독이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의사가 판독하면 70% 정도만 일치하고, 같은 의사가 여러 번 봐도 매번 편차가 있을 정도다.
이런 DILD 영상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가 AI다. 정 CTO가 마우스를 클릭하자 CT 영상 위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6가지 음영 패턴별로 다른 색으로 표시되고, 각각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수치가 나온다. 한 번 더 클릭하자 병변이 어떻게 진행되고 변해가는지 그래프로 표시됐다. 다른 창을 띄우자 이 영상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영상을 찾아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고 예후는 어땠는지 알려줬다.
컴퓨터가 CT 영상을 판독하는 비결은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이다. 기존에는 일일이 데이터를 수치화해 입력하면 컴퓨터가 처리하는 방식이었지만, 딥러닝 기술을 가진 컴퓨터는 많은 데이터를 주면 스스로 이해하기 쉬운 패턴들을 발견해 정보를 처리한다. 뷰노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 엔진인 '뷰노넷'을 통해 폐질환 진단뿐만 아니라 손을 촬영해 소아의 골연령을 판독하거나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을 예측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기존에는 판독이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던 분야다.
정 CTO는 "현재 의료 분야는 데이터는 많지만 분석할 사람은 부족한 상황인데 딥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수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의사들을 AI가 돕는다면 진료의 정확도와 일관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영역은 전체 AI 응용분야 중에서도 가장 성장률이 가파른 분야 중 하나다. AI 헬스케어 세계 시장규모는 2015년 7억달러에서 2020년 75억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2015년 18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 규모로 연평균 7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부터 국내 병원에서도 AI 의사에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길병원은 오는 15일부터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IBM의 AI 암 진단 서비스 '왓슨 포 온콜로지'를 암 환자 진단과 치료에 활용한다. 왓슨은 300개 이상의 의학학술지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 등 약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 학습해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의사들의 치료 결정을 돕는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AI는 짧은 시간에 의사들의 진료 능력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골고루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쉽게 받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에서 유전자 정보와 임상 정보, 생활습관 기록 등을 분석해 환자에게 꼭 맞는 '정밀의료'를 제공하는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장)는 "내년 말이면 다빈도 암에 대한 유전체 정보나 생활습관 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 솔루션의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AI를 구성하는 알고리듬 등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뒤져있지만, 이를 채울 콘텐츠, 즉 의료정보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풍부하다.
국내 병원들은 의료진의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자의무기록(EMR) 도입이 빨라 방대한 진료정보를 쌓아두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전 국민 건강보험 정보까지 더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전략프로젝트 등을 통해 산·학·연·병이 모여 역할분담을 잘해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왓슨만큼 뛰어난 AI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AI 개발의 핵심인 원활한 데이터 확보와 공유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법·제도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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