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차부품·금융' 육성 잰걸음
사업재편… 지주사 전환 속도낼듯
ASML·샤프 등 지분 매각
핵심사업 역량 집중 의지
등기이사 수락이후 인도방문
위기극복·사업재편 진두지휘
삼성전자 지배 강화 나설듯
사업재편… 지주사 전환 속도낼듯
ASML·샤프 등 지분 매각
핵심사업 역량 집중 의지
등기이사 수락이후 인도방문
위기극복·사업재편 진두지휘
삼성전자 지배 강화 나설듯
수습국면 갤럭시노트7에 쏠린 눈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기로 한 뒤 곧바로 체질개선을 위한 사업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사태 등 경영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조기 등판한 만큼 이후 어떤 경영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SML, 시게이트, 램버스, 샤프 등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투자자산 효율화는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며, 해당 회사와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에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애초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 동안 자택에서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면한 위기 극복과 사업 재편을 위해 등기이사 수락 이후 바로 대외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과 사업 확대를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거쳐 등기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예상보다 빠른 오는 10월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이사에 오르기로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은 주총 전에 이번 사태를 일단락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이 부회장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삼성서울병원이 질병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직접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하면서 사태를 해결한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위기 때에도 자사주 매입을 약속하면서 주주들을 달래는 등 책임경영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필적하는 '마하경영'으로 조직을 빠르게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마하)을 돌파하려면 설계도부터 엔진, 소재, 부품까지 바꿔야 가능한 것처럼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2014년 5월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은 한화·롯데그룹과의 빅딜로 방산·화학 계열사를 정리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건설·상사·패션·리조트에 이르는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삼성전자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언을 이끌면서 대기업의 한계를 깨고 벤처기업처럼 가볍고 빠른 조직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오른 만큼 1년 내 매각을 결정한 프린터 사업부문처럼 한계에 직면한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대신 바이오와 자동차부품, 금융 등 3대 축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등기이사에 오르면 바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최대한 빨리 성사시킬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애초 예상보다 빨리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 주요 계열사의 지분으로 삼성전자 0.59%, 삼성물산 17.23%, 삼성생명 0.06%, 삼성SDS 9.2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을 합치더라도 아직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계열사 주식을 삼성물산 등으로 최대한 모은 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교환, 자사주 의결권 부활, 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재계 일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다만 재계는 200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지주회사를 세우긴 어려운 만큼 과도기적인 형태로 우선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