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양궁은 메달을 결정하는 결승전보다 국내 대표팀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의 독무대다. 단적인 예로 여자양궁 단체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종목이 생긴 이래 다른 국가는 금메달을 가져본 적도 없을 정도다.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국내 선수들끼리 4강에서 만나 서로를 쓰러뜨렸다.
장혜진(29·LH)은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리사 운루흐(독일)를 6대2(27-26 26-28 27-26 29-27)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 8일 열렸던 여자 단체전에서 기보배(광주시청), 최미선(광주여대)과 함께 금메달을 땄던 장혜진은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 가운데 첫 2관왕이 됐다.
장혜진은 4강에서 기보배와 한국 선수 맞대결을 벌여 7대3(19-25 27-24 27-24 26-26 28-26)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고 결승전에서는 큰 위기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혜진의 별명인 '짱콩'은 땅콩에서 변형된 것이다. 골프 종목의 김미현 선수처럼 키가 작아 땅콩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친구가 땅콩 중에 으뜸이 되라고 '짱콩'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한다.
이런 별명처럼 장혜진은 천재형이라기보다는 노력형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때인 11살때부터 활시위를 당겼지만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0년 실업팀에 들어가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 후보 최종 4명중에서 밀렸다.
최후의 순간에 당한 아픔인 만큼 더 쓰라렸지만 장혜진은 포기하지 않고 더욱 더 힘차게 활을 당겼다. 그 결과 201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1위, 2014년 세계양궁연맹 3차 월드컵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상승세를 탔음에도 올림픽 선발전은 만만치 않았다. 강채영과 접전을 벌인 끝에 1점차로 간신히 올림픽 진출을 확정 지었다. 첫 올림픽 출전이자 바로 맏언니 역할을 맡았다.
장혜진은 금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도 이런 여정이 떠오른 듯 "런던 올림픽 선발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서 후련하고 좋다"고 말했다.
노력파 답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그는 "잘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는 언젠가는 꼭 따라오니까"라고 조언했다.
한편 기보배는 3∼4위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6대4(26-25 28-29 26-25 21-27 30-25)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표팀 막내이자 세계랭킹 1위인 최미선은 첫 올림픽에 대한 부담탓인지 8강에서 발렌시아에게 0대6으로 완패하며 개인전 석권을 다음 대회로 미뤘다.
한국 대표팀은 13일 남자 개인전에서 이번 대회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 석권에 도전한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