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과 런던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남현희가 금메달을 향한 4번째 도전에 나선다.
31일(현지시각) 리우데자네이루 펜싱 훈련장에서 만난 남현희는 "하이가 전화를 안 받네요. 겨우 통화를 해도 뚱하게 '나 할 말 없어'라며 끊으려 해요"라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동메달)에 출전했던 남현희에게는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4년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딸 공하이(3)가 태어난 것.
엄마가 된 만큼 자연스레 생활과 훈련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집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딸에게 브라질에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딸의 대답은 "안 돼".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결국 허락을 얻었지만 "가서 1등 하고 와, 금메달 따야해"라는 딸에게 알겠다는 말을 못하고 얼버무리며 길을 나섰다.
리우는 남현희의 네 번째 올림픽이다. 하이가 요구한 금메달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리안나 에리고(28·이탈리아)다.
남현희는 "2009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인데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더라"며 "지금은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고 경계했다.
남현희의 경계심은 상대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현희와 에리고는 지금까지 7차례 맞붙었지만 한번 빼고는 모두 에리고가 승리를 가져갔다.
200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홈 이점을 살려 에리고를 상대로 15대3으로 이긴 것이 유일한 승리다.
키가 180㎝에 달하는 에리고는 남현희(157cm)보다 23cm나 큰데다 스피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에 남현희는 "에리고와 붙으면 꼭 남자 선수와 경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딸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데 엄마가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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