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점유율 16% 월 8000원
독점적 권역선 '1만2000원'
"인상 요인 명확하다" 결론
CJ헬로 '독행기업' 사라지면
알뜰폰 시장 경쟁을 해치고
이통3사 견제 역할도 제한
자의적 심사기준 의혹에
"새 기준·분석 방법 쓴 것"
독점적 권역선 '1만2000원'
"인상 요인 명확하다" 결론
CJ헬로 '독행기업' 사라지면
알뜰폰 시장 경쟁을 해치고
이통3사 견제 역할도 제한
자의적 심사기준 의혹에
"새 기준·분석 방법 쓴 것"
연합뉴스
■ SKT-CJ헬로 합병심사 '최종불허'
공정위 판단 '결정적 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금지한 결정적 근거는 합병시 '유료방송 요금이 인상된다'는 경제 분석결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정위는 합병시 방송통신 시장 혁신을 주도해온 CJ헬로비전 기업 역할이 사라진다는 점을 불허 근거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공정위 심사 기준은 앞으로 통신·방송기업 인수합병 심사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공정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인수와 합병을 모두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방송통신 시장이라는 동일 시장 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이 합병해 시장집중도를 높이는 '수평적' 결합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알뜰폰 시장에서 도매사업자인 SK텔레콤과 소매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결합에 따라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수직적' 결합 요소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의 일부 자산 매각이나 점유율 제한 등의 조치로는 경쟁 제한성을 해소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서 시장을 전국 또는 지역으로 구분한 뒤, 점유율 변화를 살피는 전통적 방식 외에 합병 후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 불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기업결합이 국내 최초의 거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간 결합인 동시에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임을 고려해 가격 인상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에서 CJ헬로비전이 IPTV 유력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할 경우, 요금인상을 억제하던 경쟁압력이 크게 약해진다고 봤다. 예컨대 CJ헬로비전이 점유율 15.6%를 차지한 의정부에선 케이블TV 상품을 월 8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53.1%로 독점적 지위를 지닌 부천·김포 권역에선 1만2000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해 점유율이 올라가면, 소비자가격 인상 요인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는 이같은 요금인상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가격인상압력(UPP;Upward Pricing Pressure) 분석'이라는 기법을 지난 2014년 애슐론 기업결합 심사에 이어역대 두 번째로 이번 결합 심사에도 적용했다.
UPP는 단일 시장에서 경쟁하던 두 기업이 인수합병할 경우, 얼마 만큼의 가격이 인상될 것인지를 측정하는 경제 분석 방식이다. 예컨대 A와 B기업이 경쟁할 경우, A는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지만, B를 흡수할 경우 손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기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합병 후 최소 1%에서 최대 24%의 유료방송 요금 인상 요인이 명확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또 공정위는 합병시 알뜰폰 시장에서 CJ헬로라는 '독행(독보적) 기업'이 사라져 경쟁을 해친다는 점도 불허 사유로 들었다. CJ헬로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1.5%에 지나지 않지만, 공격적 전략으로 전통적 이통3사를 견제하며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해왔는데, 그 역할이 사라질 경우 크게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새롭게 도입한 'UPP'와 '독행 기업'이라는 심사 기준은 앞으로 기업결합 심사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동시, 일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추다 보니, 예전에는 쓰지 않던 심사 기준들을 자의적으로 가져다 쓴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시장점유율만 기준이 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기준과 분석 방법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 (구역) 획정' 기준 논란과 관련해선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놨다. 방송통신 시장을 78개 지역(권역) 시장으로 나눌 경우, 두 기업 합병시 21개 지역 시장에서 심각한 독점이 발생한다고 본 것은 현행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현행법' 원칙을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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