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권역·알뜰폰 매각으론
경쟁제한성 해소안돼 판단
"초법적 규제 아니냐" 논란
방통업계 M&A '올스톱'
케이블사업 출구전략 절실
경쟁제한성 해소안돼 판단
"초법적 규제 아니냐" 논란
방통업계 M&A '올스톱'
케이블사업 출구전략 절실
■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방송통신 시장에 미치는 파장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월에 걸친 장고 끝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제동을 거는 심사보고서를 냈다.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 간의 합병이 시장경쟁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합병뿐 아니라 주식매매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 거론된 일부 지역(권역)의 방송사업 분리 매각, 알뜰폰 사업 매각 등의 조건으로도 경쟁 제한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 시장에서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청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충격적', '최악의 결정', '깊은 유감' 등의 표현을 총동원하며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케이블TV 업계도 인수합병을 통한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며 패닉에 빠졌다. 반면, 그동안 인수합병에 반대해 온 KT와 LG유플러스는 내심 환호성을 올리면서도,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 "권역별 경쟁 제한성 높다" 시장 구역획정 기준 논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의 인수합병시 경쟁제한성(독과점) 여부를 집중 심사한다. 두 회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상 시장을 전체 유료방송 시장이 아닌 78개에 달하는 각각의 권역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CJ헬로비전의 23개 권역 중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법인의 합산점유율이 60%를 넘는 곳만 15곳에 달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케이블TV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미 IPTV라는 전국사업자가 있는 만큼, 권역별 규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초법적인 규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유료방송 규제를 일원화함에 따라 현행 방송법과 IPTV법에서는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점유율 규제를 할 뿐, 권역별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가 말하는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 판단은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료방송 시장 흐름과도 전면 배치된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의 각축장이 되는 시장 흐름 상 매우 낡은 잣대이며, 정부의 방송산업 규제 완화 정책과도 정면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 역시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 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TV 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적 결정"이라며 "공정위 결정은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반대 측인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이동통신, 유료방송, 알뜰폰 시장 등 전방위에 걸쳐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 방송통신업계 인수합병 '올스톱'…케이블TV 업계 암울= 이번 불허 결정으로 당분간 방송통신 업계의 인수합병은 요원해졌다. CJ헬로비전뿐만 아니라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옛 씨앤앰) 역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산업 전체의 출구전략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블TV 가입자 가치는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이번 인수합병 계약에서 CJ헬로비전 가입자는 1명당 45만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계산했으나, 가입자 이탈이 계속되는 산업 상황, 매각 작업도 어려워지면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7년 MBK파트너스가 가입자당 120만원으로 인수한 딜라이브의 경우 더욱 발등의 불이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케이블TV 산업은 지역사업자라는 한계와 함께 최근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업은 IPTV에 밀리며 가입자와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케이블TV 가입자는 약 1444만명으로, 1년전에 비해 약 16만명이 줄어든 반면, IPTV 가입자는 4월 기준 약 1309만명으로 1년 새 약 160만명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 역시 케이블TV는 전년보다 3.7%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IPTV는 28.3% 증가했다.
케이블TV의 대표 출구전략으로 꼽혀왔던 '매각'이 무산되면서 케이블TV 업계는 패닉 상태다. 그동안 딜라이브, CJ헬로비전 외에도 현대HCN, 개별(지역) 케이블TV 등 다수 사업자들도 인수합병 외에는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이번 불허 결정으로 자구적 구조개편 추진이 어려워지고 경쟁력 확보 방안이 요원해졌다"며 "케이블TV의 생존을 위한 전폭적 규제 완화와 지원정책이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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