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G 기술특허' 건수… 미국의 68%로 '세계 2위'
경쟁력지표는 '4등급' 그쳐… 삼성·LG 등 대기업에 편중
토종 네트워크는 붕괴 직전… 핵심 없이 단말기에만 집중
화웨이 선전포고에 '뒷짐만'
경쟁력지표는 '4등급' 그쳐… 삼성·LG 등 대기업에 편중
토종 네트워크는 붕괴 직전… 핵심 없이 단말기에만 집중
화웨이 선전포고에 '뒷짐만'
■ 긴급점검 통신강국, 미래가 안보인다
(상) 한국, 5년 뒤 통신기술 종속국 전락 위기
불과 3~4년 뒤 다가올 5세대(G) 이동통신 시대에 우리나라가 통신 네트워크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를 비롯해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 등 세계적 네트워크 기업들이 5G 관련 기술과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동안, 우리나라는 삼성, LG 등 일부 기업이 주로 5G 단말 관련 기술과 특허 확보에 집중하고 있을 뿐, 토종 네트워크 산업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다. 5G 네트워크 기술 주도권과 산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중국, 한국에 5G '선전포고'= 최근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LTE 표준특허 11건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미국과 중국 법원에 제기한 것은 중국이 5G 통신에선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자신감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화웨이는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세계 통신 네트워크 시장 1위 기업으로 부상한데 이어, 중국 정부와 함께 오는 2018년까지 8000억원의 비용을 5G 기술개발에 쏟아붓기로 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18GB 초고화질(UHD) 영화를 단 2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70Gbps 속도의 차세대 통신 기술 시연에 성공하며, 세계 네트워크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70Gbps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5G 이동통신 최고 속도인 20Gbps에 비해 3.5배 빠른 속도다.
업계에선 5G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상용화되는 오는 2020년이면 화웨이의 야심이 실현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론 5G 기술 관련 다량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네트워크 핵심 기술보다는 단말기 위주의 특허일 뿐더러, 네트워크 전문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 한국 5G 경쟁력, 9등급 중 4등급= 한국지식재산전략원과 미래창조과학부, 특허청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5G 기술 분야에서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4개국 특허청에 지난해 7월 기준, 총 2507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특허 보유 건수로 위주로 분석한 '기술경쟁력' 등급은 9등급 중 1등급이다. 하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허의 해외 인용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경쟁력' 지표에선 4등급으로 내려간다. 출원 건수 기준 국가 순위로는 세계 2위이지만, 미국의 68% 수준이다.
특히 특허 보유 기업은 세계 상위 10개 기업 중 삼성전자가 2위, LG전자 3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견 또는 중소 네트워크 전문기업은 하나도 없다.
세부기술로 살펴봐도 빔(전파) 간 고속 핸드오버 기술, 통신과는 큰 관련이 없는 모바일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단말기 관련 특허다. 핸드오버 기술 분야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5G 관련 특허 점유율은 각각 35%와 23%로 우리나라가 1위다. 그러나 5G 네트워크의 핵심인 '무선 백홀(전송망)' 분야에선 퀄컴(31%)이 쳐놓은 기술장벽을 뚫지 못한 채 특허 출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이후 5G 본격 상용화 시대엔 우리나라 기술 입지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5G 기술 표준은 국제 민간표준화기구인 '3GPP'가 표준 후보기술을 제정하고, 국제기구인 ITU가 채택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현재 3GPP는 LTE와 5G의 과도기 단계인 '릴리즈 14' 논의 단계에 있으며, 5G 기술은 2020년 릴리즈15, 16 단계를 거쳐 완성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참가하는 민간 기업들은 협상을 벌이며 각자의 특허기술을 관철시키고 특허권을 나눠갖는 작업을 벌인다.
이 단계에선 시장 장악력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내세울 만한 네트워크 기술기업이 2~3개사를 제외하곤 없는 실정이다. 통신의 핵심인 네트워크 기술은 해외 기업에 다 내 준 채, 단말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5G 네트워크 기술 개발 측면에서 화웨이, 노키아 등 해외기업에 비해 이미 뒤지고 있다는 평가다. 몇몇 국내 중소 네트워크 기업들은 이통사 하청주문을 맞추느라 5G 표준 특허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3GPP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전문가는 "5G 표준 특허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벌이고 있다"며 "최근 중국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5G 실험무대 그치나= 반면 중국의 공습에 노키아, 에릭슨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 기업과 해외 기업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을 5G '테스트베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실도 챙기지 못한 채, 해외 네트워크 기업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내준 에릭슨은 5G 기술로 명예회복에 나서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5G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멀티안테나(MIMO, 여러개의 안테나를 탑재해 속도를 높이는 기술)를 바탕으로 초기 LTE보다 350배 빠른 26Gbps의 속도를 시연한 5G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평창에서 테스트할 계획이다. 노키아는 5G 상용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미래기술연구소(ATC)'를 국내에도 개설했다. 지난 2013년에는 단말 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구조를 5G 네트워크 중심으로 개편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5G 기술력이 앞으로 기업의 존폐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래기술 연구개발 투자에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있는데, 국내 기업과 정부는 얼마나 이에 대응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할 볼 때"라고 꼬집었다.
박지성기자·박세정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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