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화웨이, 삼성전자에 특허소송
소송 건 화웨이 속내는 …
삼성전자를 겨냥한 중국 화웨이의 4세대(G) 이동통신 관련 특허 소송은 달라진 중국 기업의 위치를 보여주는 '격세지감'의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짝퉁' 이미지로 대변되며 특허 소송 대상이었던 중국 기업이 삼성의 '특허 저격수'로 등장하면서, 소송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삼성이 퀄컴이나 노키아 등에 한 해 2조원 안팎(추정치)에 달하는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 화웨이에도 막대한 특허료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한 화웨이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목을 잡았던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중국 제품은 '저가 모방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던 탓에 지속적 판매량 증가에도,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 화웨이의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2800만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지만, 프리미엄 폰 출하 비중은 전체의 30%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가 60%, 애플이 90%가 넘는 프리미엄폰 판매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화웨이는 이번 삼성 특허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 삼성에게 특허료를 요구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는 대외 이미지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소송의 또 다른 의도는 삼성과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3위에 오른 화웨이가 삼성, 애플 두 기업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기술특허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애플을 비롯해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과 이미 특허공유 계약을 맺었으나 삼성전자와는 아직 협약을 맺지 못했다.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이라는 강한 '카드'를 먼저 내밀어, 특허 공유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날 화웨이가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의중이 드러난다. 화웨이 측은 "우리는 업계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미 여러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었다"며 "화웨이는 삼성과 함께 업계를 이끌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부사장 또한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상을 통한 라이선스 관련 분쟁 해결을 강력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화웨이의 소송 의도를 떠나서 중국 통신 기업의 기술력 성장은 단순 위협 수준을 넘어, 조만간 우리 기업들을 압도할 태세다. 이미 화웨이의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1위 수준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3년 세계 기업별 특허 출원 건수에서 3위(2110건)를 기록한데 이어 2014년(3443건)과 2015년(3898건)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 출원 건수 1683건으로 4위를 기록했다. 2013년(1193건) 13위, 2014년(1381건) 11위보다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특허 출원 건수는 화웨이의 절반 수준이다.
화웨이가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은 연구개발(R&D)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R&D 투자비용으로 전체 매출의 15%에 달하는 91억8000만 달러(약 10조8600억원)를 쏟아부었다. R&D 인력 또한 전체 임직원(17만명)의 47%인 8만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R&D 투자비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삼성 R&D 투자비는 14조8488억원으로 전년보다 3%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4%에 그친다. 전체 임직원에서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 시작되면, 삼성이 이제 중국 기업에도 특허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인적, 물적 공세로 빠르게 뒤쫓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박세정기자 sjpar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