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세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찬반논단] 섣부른 결정, 되레 사회적 비용 커… 파급력 큰만큼 신중하게 심사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2502102251747001[1].jpg "[찬반논단] 섣부른 결정, 되레 사회적 비용 커… 파급력 큰만큼 신중하게 심사해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6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심사 일정을 두고 방송·통신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결론을 서둘러야한다는 입장과, 그 파급력을 고려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 의견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 - 반대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공개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기간에 자료 보정 등을 위해 걸리는 기간이 제외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저 법과 원칙에 맞게 결론을 빨리 내라고 재촉하는 자가당착적인 사설도 등장했다. 모 경제지의 해당 사설에는 본 사안이 복잡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고가 필요 없는데도 공정위가 청와대와 국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심사가 늦어진다는 주장도 끼어 있었다.
두 회사 사이의 인수합병은 정치적이면서도 또 정치적이지 않은 이슈다. 우선 지역 케이블방송사가 운영하는 지역방송과 그에 포함된 선거방송을 국내 3대 재벌인 SK가 차지하게 된다는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 SK가 국회의원 및 지방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수합병을 허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SK가 지역방송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면 이 역시 방송법에 규정된 케이블방송의 지역성 구현 의무를 방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가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산업적 이슈도 복잡하다. 케이블방송은 국내 도입 때부터 각 방송 구역별로 독과점을 허용했다. 지역문화 발전과 같은 방송의 특수성 때문이다. 몇 번의 기업결합을 거쳐 현재 CJ헬로비전은 23개 방송구역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의 IPTV가입자를 합한다면 23개 구역에서 평균 58.2%, 이 중 19개 권역에서 평균 61.5%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독점력 강화라는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공정위에 심사를 재촉하는 것은 스스로 의무를 방기하라는 주문과 다를 바 없다. 승인이나 비승인이냐는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독과점을 줄이는 방안까지 제시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SK가 방송사업 운영에 적합한 기업인지, SK와 CJ가 방송 콘텐츠와 플랫폼을 매개로 수직적 결합을 확립해 국내 방송 생태계를 교란할 것인지 등의 문제점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에 신속한 인수합병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공정위의 신중한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방송통신시장의 합병에 대해 경쟁제한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철저하고 신중하게 심사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물리적 현상이 표현되어 있다. 사회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정부·국회·시민사회가 충분하고 면밀한 논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섣부른 결정이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방송, 통신 등 산업계는 물론 정치, 사회, 언론과도 연결되어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파급력이 엄청난 만큼 신중하고 완벽하게 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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