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책 보이지 않는다" 실망감도
정부 "채권단 주도 재편" 재확인
협의체 시각 '국내 현안'에 갇혀
해운동맹 재편 두루뭉술 답변만
정부 "채권단 주도 재편" 재확인
협의체 시각 '국내 현안'에 갇혀
해운동맹 재편 두루뭉술 답변만
■해운·조선업계 구조조정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외치며 정부가 연일 산업 구조조정 이슈 몰이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별기업 문제는 채권단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 주도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산업계는 채권단과 협의해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동조할 뜻을 전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한계기업 정리'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노동개혁 4법 입법처리를 위해 정부가 알맹이 없는 구조조정론을 밀어 부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규모 감원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지렛대로 삼아 노동개혁 4법의 당위성을 설파하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여부에 대해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박임대료인 용선료 재협상 등 경영정상화 계획이 성공하면 정부도 선박 대책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세계 해운동맹 재편에서 국적 선사들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 해운업을 바라보는 협의체의 시각이 여전히 국내 현안에만 갇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협의체의 무전략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실규모가 워낙 커 정책금융이 두 선사를 모두 살릴 수 없다는 정부 논리는 수긍하지만, 차선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해운동맹 재편에 대응해 서둘러 양사를 합치거나 한쪽을 취사 선택을 해야 하는데 시간만 끌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해운업의 경우 보호무역의 장벽도 높지 않아 덴마크와 프랑스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의 해운업체를 살린 경험도 있다"면서 "유럽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국 선사를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올해가 해운동맹 재편의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하며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1·2위인 머스크(덴마크)·MSC(스위스)의 동맹 '2M'에 프랑스-범중화권 동맹연합인 '오션얼라이언스'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내년 2분기부터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 대응해 나머지 해운사들도 연합군을 결성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6위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를 주축으로 해운동맹이 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국적 선사 두 곳과 일본, 대만 양밍 정도가 남는데 한·일 해운사들은 항로와 선형 등이 겹친다는 점이다. 해운업계 전문가는 "국적 선사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파그로이드가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짝짓기에 나설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업에 대해선 "정부와 채권단이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빅딜'과 합병설을 모두 일축했다. 한계 상황에 도달한 조선업의 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에는 애초 계획보다 추가 인력 감축,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을 포함한 추가 자구계획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요구한 뒤 선제적인 채권관리 차원에서 자구계획 집행 상황에 대해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채권은행을 통해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을 종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은행이 15년 동안 대우조선의 경영에 개입했지만 실패로 귀결된 판국에 다른 조선소로 개입을 확대하려 한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정부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력 감축과 채권 해소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도 문제이지만, 후속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일본은 1980년대 말 조선소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과 업종 전환 유도를 병행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 제조업이 공급과잉 상태인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본은 중공업 기업들이 건설 분야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업종 전환을 이끌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모든 산업이 공급과잉상태에 놓여있다"면서 "관련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을 강요하고 있는 것 역시 전략이 부재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지윤기자 galileo@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외치며 정부가 연일 산업 구조조정 이슈 몰이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별기업 문제는 채권단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 주도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산업계는 채권단과 협의해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동조할 뜻을 전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한계기업 정리'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노동개혁 4법 입법처리를 위해 정부가 알맹이 없는 구조조정론을 밀어 부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규모 감원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지렛대로 삼아 노동개혁 4법의 당위성을 설파하겠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 여부에 대해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박임대료인 용선료 재협상 등 경영정상화 계획이 성공하면 정부도 선박 대책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세계 해운동맹 재편에서 국적 선사들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았다. 해운업을 바라보는 협의체의 시각이 여전히 국내 현안에만 갇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협의체의 무전략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실규모가 워낙 커 정책금융이 두 선사를 모두 살릴 수 없다는 정부 논리는 수긍하지만, 차선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해운동맹 재편에 대응해 서둘러 양사를 합치거나 한쪽을 취사 선택을 해야 하는데 시간만 끌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해운업의 경우 보호무역의 장벽도 높지 않아 덴마크와 프랑스 정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의 해운업체를 살린 경험도 있다"면서 "유럽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국 선사를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올해가 해운동맹 재편의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하며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1·2위인 머스크(덴마크)·MSC(스위스)의 동맹 '2M'에 프랑스-범중화권 동맹연합인 '오션얼라이언스'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내년 2분기부터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 대응해 나머지 해운사들도 연합군을 결성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6위인 독일 하파그로이드를 주축으로 해운동맹이 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국적 선사 두 곳과 일본, 대만 양밍 정도가 남는데 한·일 해운사들은 항로와 선형 등이 겹친다는 점이다. 해운업계 전문가는 "국적 선사가 구조조정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파그로이드가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과 짝짓기에 나설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업에 대해선 "정부와 채권단이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빅딜'과 합병설을 모두 일축했다. 한계 상황에 도달한 조선업의 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에는 애초 계획보다 추가 인력 감축,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을 포함한 추가 자구계획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요구한 뒤 선제적인 채권관리 차원에서 자구계획 집행 상황에 대해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채권은행을 통해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을 종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채권은행이 15년 동안 대우조선의 경영에 개입했지만 실패로 귀결된 판국에 다른 조선소로 개입을 확대하려 한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정부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력 감축과 채권 해소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도 문제이지만, 후속 대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일본은 1980년대 말 조선소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과 업종 전환 유도를 병행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 제조업이 공급과잉 상태인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본은 중공업 기업들이 건설 분야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업종 전환을 이끌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모든 산업이 공급과잉상태에 놓여있다"면서 "관련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을 강요하고 있는 것 역시 전략이 부재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지윤기자 gali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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