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논단] 방통 생태계 비정상 구도 가능성… 정부 인허가 심사 더욱 신중할 때](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0602102251607001[1].jpg "[찬반논단] 방통 생태계 비정상 구도 가능성… 정부 인허가 심사 더욱 신중할 때")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 논란이 거세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이 진행중이다. 일부에선 "급변하는 산업 변화를 반영해 더이상 인수합병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방송통신 생태계의 비정상구조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 - 반대
지난 2월말 CJ헬로비전(이하 CJHV)이 주주총회를 열어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의 합병 승인 안을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이하 SKT) 역시 3월초 SKB를 통해 콘텐츠 펀드 조성 및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인수합병 심사위원회를 준비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합병의 위법성 및 독과점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허용할 방침이라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혀야 하는 해프닝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일반적인 두 기업이 하나로 합쳐지는 단순 조정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고, 그래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T와 케이블TV(SO) 1위 사업자인 CJH이 결합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거대 재벌기업이 방송과 통신을 모두 움켜쥐고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학계를 포함함 방송통신 전문가들과 시민사회가 상당한 우려와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의 주체인 SKT는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하고 있다. SKT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직간접 투자가 발생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생산유발 효과,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대로만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는 이번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방송통신 영역에서 이미 예전부터 진행되어오던 투자에 불과하고, SKT가 제시한 투자 규모도 두 회사의 기존 투자액을 합친 수준일 뿐이다. 오히려 중복 업무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기존 일자리들이 줄어들 개연성조차 크다.
무엇보다 심각한 우려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해 방송통신 생태계가 비정상적인 구조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플랫폼 시장이 다자간의 경쟁에서 거대 재벌기업이 지배하는 독과점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고, 이러한 환경에서는 방송의 중요한 가치인 공익성과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 등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협상력이 강화된 재벌 기업의 입맛에 따라 재송신료 및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좌우될 것이고, 점차 시청률 확보 및 콘텐츠 판매에만 급급해 획일적이며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중심으로 방송통신 유통망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까지 IPTV 사업자들이 통신과 방송서비스 결합판매 과정에서 보여줬던 행태들이 그 근거다. 결국 이러한 불공정 시장의 확대로 인한 피해는 우리 방송통신 산업 전반과 콘텐츠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인허가 심사는 더더욱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하여 향후 일정은 공정위가 인수합병 신청에 대한 경쟁제한성 여부 등의 심사 결과를 미래부에 전달하고, 미래부의 최종 심사 이후 방통위가 이에 동의하면 심사절차가 마무리된다. 정부의 주요 부처가 모두 심사 및 동의 절차에 참여해야 할 만큼 방송통신 영역에서는 역사가 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사안을 보다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검토 없이 SKT나 CJH의 요구대로 속전속결 처리한다면 향후에 반드시 이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며, 고착화된 기형적 방송통신 산업 구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미국 및 유럽 등 해외의 경우 방송과 통신 간의 합병 심사를 진행할 때, 사회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한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 인수합병 건이 앞으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미디어 지형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더욱 정책당국, 사업관계자, 시민사회의 숙고가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심사 기간을 가지고 여러 공청회 주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부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인허가에 있어 성급한 추진보다는 부작용과 피해에 대한 세밀한 검토 및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많은 전문가 및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우려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발생되지 않도록 '천천히 바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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