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단계 자율주행 상용화 예정
C-ITS 7월에 단말기 배포 시범운영
자율차 보험·사이버보안 기준 도입
부품·성능 안전성 평가기준도 마련
C-ITS 7월에 단말기 배포 시범운영
자율차 보험·사이버보안 기준 도입
부품·성능 안전성 평가기준도 마련
■ Safe & smart 안전한 지능교통시대 얼어라
(1) 세계는 '지능교통 혁명중'
2016년은 대한민국 교통 역사에서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버금가는 혁명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교통상황과 시설물을 스스로 인지해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이달초부터 일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고, 2월부터는 택배, 산불감시 등 임무를 부여받은 드론이 전국 5개 지역의 하늘을 날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가 시설물이나 다른 자동차와 소통하며 달리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이 구축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다. 세계적 기업들은 자동차에 인공지능을 불어넣고, 드론으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교통영역을 여는 실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지능교통' 시대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안전'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의 판단 착오나 시설물 문제가 안전 위협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율주행차의 계산 실수, 자동차나 교통망 해킹, 통신 에러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교통제도와 안전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미래 지능교통 시대가 가져올 변화와 안전 대비책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당연히 일어날 만한 일입니다. 사고가 난 같은 날 인간이 운전해서 난 사고의 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앤서니 폭스 미 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 14일 일어난 구글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해 최근 한 말이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완벽'과 비교할 게 아니라 도로 위에 있는 우리 뇌와 눈과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 미 정부의 정책수장으로서 '기술진화'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첫 사고 후 같은 종류의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500종류의 새로운 테스트를 추가로 도입했다. 모든 운전자들이 현실에서 겪는 경험을 자동차에 불어넣어 '안전'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열릴 지능교통 시대의 '안전'도 인간의 손에 좌우되는 것이다.
◇자동차 시대 개막에 버금가는 지능교통 혁명=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지능교통 혁명은 헨리 포드의 자동차 시대 개막에 버금갈 정도로 인류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자동차와 교통시스템은 획기적인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출발에서 늦지 않다. 자율주행차와 C-ITS 시범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정부는 오는 2020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기준 3단계 수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구상이다. 3단계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제어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과 차선변경, 가·감속 등을 하다가 위급한 상황 시 운전자가 개입해 수동 운전하는 방식이다.
경부선 서울∼호법분기점을 비롯해 수도권 5개 국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시험주행로 등 시험도로에서는 국토교통부 임시운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다. 시험도로에선 자동차가 다른 차량과 교통시설물을 카메라와 센서로 인식하고 달리며 기술 안전성을 검증한다. 현재 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이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도로를 달리고 있고 쏘울 전기차, 국민대 자율주행차연구단, 언맨드솔루션 등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교통시설물이 실시간으로 통신을 하며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C-ITS도 세종∼대전 고속도로와 시가지 도로에서 구축 중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시스템 구축을 끝낸 후 이르면 7월부터 민간 차량에 단말기를 배포해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단말기를 장착한 차량은 전방에서 발생하는 급정차, 사고, 화재 등 정보를 안내받고, 후방에서 다가오는 긴급차량 등 정보를 미리 전달받게 돼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교통흐름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차와 C-ITS는 예측이 힘든 수많은 사람의 운전행태를 예측 가능한 범위로 체계화하고 이를 공유해 교통사고를 제로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미래교통시스템이다.
도로에서 실시간 통신으로 교통상황을 파악하는 C-ITS와, 다른 차량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일정 속도로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합치면 기기나 시스템 오류를 제외하고 사실상 교통사고 발생을 제로 또는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자율협력 도로시스템의 그림이기도 하다.
이철기 ITS학회장은 "자율주행차와 C-ITS가 교통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융합하면 교통사고를 사실상 제로화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현재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 기술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국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복잡해지는 안전·제도 이슈…체계적 준비 필요=기술이 복잡해지고 지능화될수록 제도와 시스템도 더 정밀해져야 한다. 자칫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갈등과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빨리 과거 시스템에 맞춰 개발된 교통 및 교통안전 제도와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은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대로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면 사고 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화가 안 된 레벨0부터 완전 자동화된 레벨4까지 자율주행의 5가지 단계에 따라 운전자의 민·형사 책임 정도, 운전자와 제조사 간 책임 비율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또 자율주행차 특성상 제조사의 배상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만약의 경우 비행기 블랙박스 같은 장치를 자율주행차에 설치해 사고 시 원인 규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도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낼 경우 자동차보험으로 보장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구용역을 거쳐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 보험제도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해킹에 대비한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운전면허제도와 교통사고 과실책임 판단 기준을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게 개편하고, 경찰 내 교통사고 조사 기능도 자율차 시대에 맞게 과학화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자율주행차 부품과 성능에 대한 안전성 평가기준도 마련된다.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평가실장은 "3단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대비해 2019년까지 자동차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과 기준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미국판 자율주행차 R&D 도시인 'M시티'를 벤치마킹한 K시티를 오는 8월 착공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제작사들이 라이더·레이더 센서 등을 통한 차선 변경, 보행자 인식 등을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시설을 오픈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미래 자동차 해킹 문제에 대한 연구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물론 첨단 시대에도 인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전은 구호로 그칠 수 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교육, 시설, 단속을 의미하는 '3E'에 자율주행차, C-ITS 등 첨단안전기술을 결합시키면 최종적으로 교통사고 제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미래 교통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허우영기자 yenn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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