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신경망 모사·양자컴퓨터 등
IBM· 퀄컴 등 대기업 도전 영역
KIST+외부 연구자들 머리 맞대
IBM· 퀄컴 등 대기업 도전 영역
KIST+외부 연구자들 머리 맞대
■과학기술 50년, 미래 50년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단 박사는 올해부터 시작된 '나노 신경망 모사'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사고 구조를 수학적 알고리듬으로 개발하고, 이를 회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시냅스와 뉴런으로 연결된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이 연구는 올해 50주년을 맞은 KIST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아직 세계적으로도 이론이 완성되지 않은 도전적 영역이다. 신경망 모사 반도체는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영역에서 구현할 수 있어 IBM, 퀄컴 등 전 세계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교수나 연구자들이 개인 차원에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기관에서 실제 제품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박사는 "올해부터 3∼5년 안에 사람의 뇌 구조를 모사한 실제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현재 요소 기술들을 모으고 있다"며 "반도체는 여러 요소 기술이 융합된 '종합예술'로, 독자적으로는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각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KIST가 종합연구소로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같은 융합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아이템을 꾸준히 발굴하고, 적어도 국내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규모와 아이템, 다학제 연구를 발굴해 선도하고 보급하는 일이 KIST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노 신경망 모사와 함께 올해부터 KIST가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까지, KIST의 미래 50년 비전인 'MIRACLE' 중 'M(Material)'과 'I(Information)' 영역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장준연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소장은 "새로운 연구 영역에 도전하면서 연구소에 갑자기 활기가 돌고 있다"며 "새로운 분야라 연구자들도 다른 분야보다 젊다. 이들 개인과 연구팀, 최종 결과물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내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 슈퍼컴퓨터가 1000년이 걸려 할 계산을 불과 몇 분 만에 해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아직 아무도 깃발을 꼽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미래 한 나라의 국력을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기술로, 지금 누군가는 반드시 시작해야만 하는 연구다. 물리적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3·5족 원소 화합물 반도체' 개발 역시 20년 이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난제지만, KIST는 그동안 쌓아온 독자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과제지만, 장 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장 소장은 2002년 차세대 핵심원천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대규모 연구사업인 '비전 21'의 과제로 '스핀트로닉스' 소자 개발을 담당했다. 선진국들도 막 개발을 시작한 도전적인 과제였던 만큼 당시에도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2010년 목표를 달성해 박수를 받으며 과제를 종료했다.
그는 "지금은 삼성과 하이닉스도 스핀 메모리 소자를 D램 이후 차세대 반도체로 지목하고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당시 연구를 통해 기본적인 역량을 닦아놓지 않았다면 모든 기술을 외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개발하는 양자컴퓨터와 나노 신경망 모사 반도체는 기획과 연구진 구성 등을 더 짜임새 있게 준비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양자컴퓨터와 나노 신경망 모사는 미개척 분야인 만큼 KIST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역량을 갖춘 연구진을 모은 '드림팀'을 구성해 연구에 나설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에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6∼7년 뒤에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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