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특허, 신시장 지배·후발주자 견제 무기
자율차·드론 등 융복합 제품 기술가치 부각
표준화기구 맞춤 표준화·특허 연계전략 필요
자율차·드론 등 융복합 제품 기술가치 부각
표준화기구 맞춤 표준화·특허 연계전략 필요
■ 미래 신시장 표준특허 로 개척한다(상)
2011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으로 촉발된 '총성 없는 특허전쟁'이 전 세계와 산업으로 확전되고 있다. 국경과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기업 간 특허전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산업과 시장에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핵심·원천기술로 무장한 '표준특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분쟁 역시 막바지에 가서는 '표준특허' 침해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표준특허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됐다.
지식재산 기반의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미래 신시장 개척과 선점의 무기로 부각되는 표준특허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조명하고, 특허청이 지원하는 표준특허 창출지원 사업의 우수 사례를 살펴본다.
◇기업 생존 좌우하는 표준특허=표준특허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표준 문서에 기재한 내용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을 수 없도록 설계된 특허나, 표준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를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제품을 만들려면 표준특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표준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표준특허 확보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1990년대 퀄컴과 공동으로 2세대 이동통신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관련 기술은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핵심 특허 대부분을 퀄컴이 표준특허로 확보해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사는 수조원에 달하는 특허료를 퀄컴에 지불해야 했다.
퀄컴 사례처럼 표준특허를 이용하는 기업은 사용 대가로 로열티 등 기술료를 지불해야 한다. 표준특허를 가진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얻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상당한 대가를 내야 해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무인자율주행차, 드론 등 수많은 표준특허를 사용해야 하는 첨단 융복합 제품이 등장하면서 표준특허의 중요성과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표준특허 1건이 1년 간 평균 35억원에 달하는 국내총생산(GDP) 창출효과를 갖는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특히 표준특허는 후발주자의 추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지식재산(IP)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표준화와 특허 연계 치밀한 전략 필요=표준특허는 표준화기구마다 제정절차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표준기획→표준승인→표준개발→표준검토→표준제정 등 5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러한 절차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7년이 걸리는 만큼 표준화와 특허 연계를 통한 치밀한 표준특허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표준 진행방향을 예측해 특허를 빠르게 출원하고 표준제정 상황에 따라 청구범위와 표준안 내용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화기구에 기고를 작성해 제출하기 전에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선출원 전략'으로 표준특허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표준화기구에 제출된 기고문이 자칫 공개되면 출원한 특허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을 부정하는 선행기술로 활용돼 표준특허로 인정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사전에 예측해 특허명세서 내용을 광범위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표준안 변경에 맞춰 특허청구범위를 계속 수정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제정된 표준과 등록된 특허청구범위가 같아야 표준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허를 처음 출원한 이후 표준화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표준규격이 변경될 때마다 추가적인 특허출원과 함께 특허 우선권 제도, 특허협력조약(PCT) 출원, 분할출원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바뀐 표준에 부합된 특허로 지속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하나의 단말기에서 모든 통신기술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만든 최승원 한양대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 교수는 2007년부터 기술 개발에 나선 후 선행기술을 피하는 발 빠른 특허기술 출원과 국제표준 진행 상황에 따른 특허보정·분할출원 등 체계적인 표준특허 창출 전략으로 국제표준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방식의 통신기술을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처리해 하나의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구현하는 차세대 무선통신기술로,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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