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2 ~3배 급증… ARM과 천문학적 규모 계약
차세대 반도체·IoT·SW플랫폼 등 미래 사업에 투자
차세대 반도체·IoT·SW플랫폼 등 미래 사업에 투자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에 대비해 천문학적인 특허사용료를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조원대이던 기술사용액(특허사용료)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연간 매출액의 3%, 영업이익의 20%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특허사용료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4조8669억원인 것으로 확인됐고 4분기 말을 포함하면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사용료가 불과 2년여 만에 2~3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등한 셈이다.
특허사용료란 삼성전자가 매 분기마다 타사, 기술 도입현황을 감안해 충당금 형식으로 쌓아놓는 일종의 대비금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지불해야 하는 특허사용료가 급증한 것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등 사업부문에서 다른 회사가 보유한 기술 사용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특허사용료는 대부분 1조원 미만 수준에서 맴돌았다. 특허 사용계약건수가 많은 연도에도 2조원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허사용료가 단기간에 급증한 이유는 다국적 IT 업체와 잇단 포괄적 특허 상호 계약에 이어 차세대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등에 적지 않은 금액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특허사용료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이해 삼성전자는 1분기에 7543억원, 2분기에 6209억원을 사용하며 상반기에만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4분기 말에는 3조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3조7000억원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2분기에 사상 최초로 4조원을 돌파하고 3분기말 기준으로 4조8669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지출한 특허사용료까지 계산하면 5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우선 삼성전자의 회사의 대들보나 다름없는 반도체 부문에서 설계자산(IP) 관련 기술 확보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반도체 설계자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RM과의 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문의 경우 기존 표준 코어 디자인 라이선스뿐 아니라 ARM 명령세트 아키텍처로 커스텀 코어를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그래픽처리장치(GPU) IP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프로세서'와 사물인터넷 전용 플랫폼인 '아틱' 역시 적잖은 특허비용이 소요된다. 두 제품 모두 개발 과정의 상당 부분은 ARM의 마이크로컨트롤러용 IP를 들여와 개발한 제품이다. 이밖에 모뎀칩, NFC칩, 센서 등 IoT 환경 구현을 위한 대부분 제품군도 타사 특허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력을 결합해 내놓은 제품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사용료가 갑작스럽게 증가했다기보다는 삼성전자의 사업 영역이 다양화하고 고도화하면서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와 개발 비용 등이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민규기자 hmg8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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