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Design 대한민국
기술강국으로 도약하자 - 반도체
2015년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할 수 있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힘을 여실히 드러낸 한 해였다. 메모리 시장 중 최대 시장인 D램 부문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75% 수준을 달성했고 실적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반면 동시에 메모리 시장의 한계도 명확해졌다. 모바일, 서버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은 강력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하며 D램, 낸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4분기에 영업이익이 40% 가까이 하락한 데 이어 내년 1분기부터는 적자를 우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이 보는 올해 메모리 시장 전망도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D램 가격이 전년보다 50% 이상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가 0.6% 수준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올해의 경우 차라리 시장 상황이 좋았다"며 "내년부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일변도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내년부터는 퀄컴, AMD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기존 모바일 칩 파운드리뿐 아니라 소위 '빅칩'으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사상 최초의 자체 설계 AP인 '엑시노스8890(사진)'도 중요한 분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7에 탑재할 예정인 이 칩의 성패에 따라 향후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P 설계 기술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미래 IoT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이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팹리스 업체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3D 낸드플래시에 바탕을 둔 메모리를 비롯해 최근 엔비디아 등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2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HBM은 고성능 GPU를 비롯해 고성능컴퓨팅(HPC), 서버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소규모로 시작한 시스템반도체 분야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 규모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형 생산라인을 갖추기 위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SK그룹이 투자 분야를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황민규기자 hmg815@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