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방역체계·미숙한 대응… 감염 무방비 노출
유전자·줄기세포 치료제 등 제약·바이오 잇단 성과
삼성, 미래 먹거리 헬스케어 글로벌 시장 본격 공략
■ 2015 되돌아 본 헬스케어
메르스로 전국이 공황
올해 의료계는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신종 전염병의 등장에 국가 방역체계는 무기력하게 뚫렸고,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응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술을 자랑하던 대형의료기관들은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줄줄이 폐쇄됐고, 의료계는 그야말로 '공황상태'를 겪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헬스케어 산업은 새로운 희망을 틔웠다. 한미약품은 올해 총 8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전자, 줄기세포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오랜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환자 단 한명을 막지 못해 전국이 '메르스 공포'=지난달 25일 마지막으로 메르스와 투병하던 환자가 결국 172일 만에 안타깝게 사망하면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후 메르스 사태는 190일 만에 종식 단계에 들어섰다. 이 기간 메르스는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1만6725명의 국민이 격리 생활을 했다.
손꼽히는 대형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한 달 이상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부분 폐쇄됐으며, 이 병원을 포함해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의료기관 106곳과 근처 약국, 상점 등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첫 환자의 감염 이후 18일이 지나서야 감염자가 거쳐 간 병원 명단을 공개한 정부는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불통 행정'으로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이었던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은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 예방에 대한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못했다"며 "응급실이 너무 붐볐고 다인병실에 환자 여러 명이 지냈던 것도 일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WHO는 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군데 의료 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과 가족이나 지인들이 환자의 병원에 문병을 오거나 돌아가며 간병하는 의료기관 이용 문화도 메르스 감염 확산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메르스가 할퀴고 간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메르스 이후에도 건국대학교 원인 불명 폐렴 확산과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 등으로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당국의 방역망 정비는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24시간 긴급상황실 설치와 감염병 전문치료체계 구축, 의료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앞으로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바이오ㆍ제약 기대주로 '우뚝'
◇제약·바이오, 글로벌 기술수출로 급부상=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하던 제약산업은 올해 8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미약품의 영향으로 단숨에 국내 산업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매출액의 20% 가까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뚝심을 발휘해 온 한미약품은 지난달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국내 제약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 4조8000억원 규모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얀센,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그동안 꾸준히 신약 개발에 투자해온 녹십자, 동아에스티, 종근당, 일동제약 등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약 임상시험을 하고 있어 한미 성공신화는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0년 가까이 '미래 먹거리'로 불리던 바이오 산업도 오랜 연구개발(R&D)의 성과가 싹을 틔우고 있다. 이달 초 국내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가 570억원 규모의 첨단 유전자치료 기술 수출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해외 임상시험과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다양한 첨단 바이오 의약품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아직 무주공산인 첨단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이오 미래전략'을 수립,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을 집중 지원하기 시작했다.
◇삼성 헬스케어 산업 본격 진입=2010년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에 포함한 삼성은 올해 본격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삼성은 통상 오랜 노하우와 개발기간이 필요한 바이오제약 산업에 특유의 조직문화와 과감한 투자,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 5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1일 첫 삽을 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8만ℓ 규모 제3공장은 전 세계에서 단일 바이오의약품 플랜트 사상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365일 가동이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설계 방식을 도입하는 등 생산성 면에서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신 기술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를 국내에 출시하고 두 번째 제품인 '렌플렉시스'의 허가를 받는 등 놀라운 속도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삼성은 기존의 초음파, 체외진단기기에 이어 올해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고정형 전신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NExCT 7'을 선보였으며, 첫 번째 자기공명영상장비(MRI)인 '3T 쥬피터'의 정보를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해결사'로 불리는 전동수 전 삼성SDS 사장을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임명해 의료기기 사업을 다시 한 번 도약시킬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