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대우건설컨소, JUST에 5㎿급 구축
공정 94% 진행… 완공 후 의료·산업 등 활용
공정 94% 진행… 완공 후 의료·산업 등 활용
■르포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현장을 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요르단 제2의 도시 이르비드. 시 외곽에 위치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 부지에 들어서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짓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JRTR·Jordan Research and Training Reactor)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20면
사막의 모래바람 사이로 대형 크레인이 우뚝 서 있는 건설현장을 지나 회색빛 원자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막바지 정리작업이 한창이었다. JRTR 건설현장 소장을 맡은 원자력연 윤주현 박사를 따라 원자로 위쪽에 오르자 푸른색 수조 안에 비어있는 공간이 보였다. 윤 박사는 "내년 2월이면 저 자리에 첫 핵연료를 장전해 시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핵연료 없이 모든 기능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사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 최초의 연구로인 JRTR은 열출력 5㎿급으로, 의료용·산업용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중성자 과학실험과 원자력 교육훈련 등에 쓰이는 다목적 원자로다. 2010년 3월 요르단과 JRTR 건설 최종 계약을 체결한 한국 컨소시엄은 2013년 8월 건설허가 획득 이후 현재까지 전체 공정의 94%를 마쳤다.
취재단과 동행한 칼리드 투칸(Khaled Toukan) 요르단원자력위원회(JAEC) 위원장은 "JUST는 과학기술 특화 교육기관으로, 앞으로 JRTR을 통해 원자력 분야 전문인력을 키워낼 예정"이라며 "이곳에서 생산된 의료용 동위원소는 JUST 의과대학이 운영하는 현대식 병원인 '킹압둘라병원'에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원자로 아래로 내려가자 앞으로 다양한 연구설비가 들어설 공간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취급하기 위한 설비인 '핫셀'이 눈에 띄었다. 핫셀은 방사선과 열을 막는 두께 2m 정도의 벽에 유리로 낸 창을 들여다보며 로봇 팔로 중성자를 쬔 동위원소의 상품화 작업을 하는 곳이다. JRTR 내에는 전체 11개의 핫셀이 설치됐는데, 여기에 쓰인 80㎝ 두께의 납으로 만든 유리 한 장 가격이 3000만원에 달한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나오지 않는 요르단은 JRTR이 최종 준공되는 내년 여름을 계기로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는 역시 원자력 일괄 시스템을 수출해 결실을 맺는 첫 사례가 된다.
윤 박사는 "JRTR은 한국이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그린 원자로를 직접 건설까지 하는 첫 사례"라며 "세계적으로 우리 원자력 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RTR 건설을 계기로 한국은 요르단의 원자력 인력 양성을 도맡게 된다. 실제로 JUST 원자력공학과 1·2회 졸업생 38명은 한국에서 관련 석사학위를 마치고 돌아와 현지 기술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3회 졸업생 19명은 한국에서 원자로 운전원 후보로 훈련받고 있고, 이 중 3명은 한국 정부 지원으로 원자력안전 분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투칸 위원장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요르단에서 이번 사업은 상용 원전으로 가는 시작점"이라면서 "특히 중동의 가운데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JRTR이 중동 지역 전체 원자력 교육 훈련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비드(요르단)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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