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 구강세포로 '각막이상증' 판단 100%
기술 진화에 분석 비용 낮아져 서비스 본격화
기술 진화에 분석 비용 낮아져 서비스 본격화
■ 바이오헬스 산업혁신 현장을 가다
(4) 유전자 산업의 미래 '아벨리노'
최근 찾아간 유전자 검사기업 아벨리노의 실험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면봉에 묻은 구강세포에서 DNA를 채취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환자 유전자를 분석해 안과 질환인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있는지 검사한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각막에 단백질 성분의 하얀 점들이 차오르는 질환으로, 점점 각막이 흐려지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시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 질환을 가진 환자가 시력 교정을 위해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을 경우 각막이 자극을 받아 오히려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BIGH3'라는 유전자의 특정 위치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발병하는 유전질환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발병하는 나이가 지나도 개인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질환 여부를 개인이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 착안해 아벨리노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으로 개발한 'AGDS(Avellino Gene Detection System)' 검사법은 면봉으로 양볼 안쪽을 20번 정도 긁어 용기에 넣어 보내면 1시간 30분 안에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서 49만명 이상이 이 검사를 받았고, 이 중 500명 이상이 실명 위험에서 벗어났다. 최근 이 회사는 5가지 각막이상증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혁신성을 인정받아 올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으로부터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상을 받았다.
조선영 아벨리노 연구개발실장은 "유전자 분야는 검사를 통해 유전질환의 유무를 판단할 뿐 아니라 유전자 자체를 직접 치료에 활용하는 등 앞으로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 기술도 매우 빠르게 발전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전병은 주로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결함에 의해 인간 몸의 특정 단백질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유전질환도 후천적인 환경과 치료 노력, 생활습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각막이상증을 가진 환자가 미리 질병을 가진 것을 알게 되면 각막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고, 이를 통해 발병을 늦추거나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 이 밖에도 특정 유전자 변이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인 '표적항암제' 등이 유전자를 활용한 대표적인 맞춤 의료 사례다.
최근에는 인간 전체 유전자 분석 비용 1000달러 장벽이 깨지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의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99달러에 개인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23앤드미(23andME)' 등의 서비스가 선을 보였고, 국내에서도 여러 바이오벤처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어디까지 의학적으로 유효하고 어느 수준까지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하는지 의료계와 산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유전자 검사기관은 직접 개인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은 유전자 항목에 대해서만 검사를 할 수 있다. 성격, 적성, 신체 외관 등의 과학적 근거가 미흡한 유전자 검사를 법적으로 막아 놓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한이 지나치게 엄격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유전자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유전자 검사가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앞으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정확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조 실장의 생각이다.
그는 "5가지 각막이상증을 검사하는 '아벨리노 유니버셜 테스트'는 올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에서 870명을 대상으로 2610회의 검사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시행한 결과 민감도, 특이도 및 신뢰도 100%를 통보받았다"며 "검사 서비스 출시 전부터 세계 수준에 맞춘 기준을 두고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용화에 있어 제도적으로 검사가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지에만 주안점을 두고 관리한다면 환자와 의료진에 보다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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