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뮨셀-LC' 개발… 재발 37%·사망 78%↓
수술·방사선·항암제 이어 '제4 치료법' 주목
면역치료제 글로벌 시장 41조원 성장 전망
수술·방사선·항암제 이어 '제4 치료법' 주목
면역치료제 글로벌 시장 41조원 성장 전망
■ 바이오헬스 산업혁신 현장을 가다
(1) 면역세포치료제 시장 개척한 녹십자셀
"10년 전만 해도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의사들을 만나면 사기꾼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연구 제안이 너무 많이 들어와 다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가산동 녹십자셀 본사에서 만난 최종성 부사장(의학박사)은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2년 개발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여서 생소한 분야였던 면역세포치료제가 지금은 항암 분야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치료제 중 하나가 됐다는 얘기다.
최 부사장의 말을 입증하듯 작은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GMP(우수제조관리기준) 생산시설 안에는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한 연구원들이 세포를 배양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녹십자셀이 개발한 이뮨셀-LC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잘 잡아먹을 수 있도록 처리해 배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사제 형태로 투여하는 방식의 의약품이다. 살아있는 환자의 세포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가동을 멈추지 않고, 반도체 공장처럼 미세한 오염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뮨셀-LC는 지난 2007년 간암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뇌종양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이 추가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낯선 개념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지난해 췌장암에 대한 연구자 임상시험 결과와 올해 간암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연이어 국제학술지에 소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소화기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초기 간암 환자 2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뮨셀-LC를 투여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재발 없는 생존기간이 약 1.5배 늘어나고 재발위험은 37%, 사망위험은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가 입증되자 2013년 연간 540건에 불과하던 이뮨셀-LC 처방 건수는 지난해 145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472건을 기록해 연 매출 100억원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본격적인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면역세포 치료는 현재 암 치료에 이용되는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 조사, 항암제 등과 더불어 '제4의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이용해 몸 안에 존재하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재발을 방지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면역세포치료제는 3∼4일이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몸 안에서 평균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살아남아 계속해서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며 "아직 고가이긴 하지만 암 환자가 다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앞으로 항암 면역치료제 세계 시장은 10년 안에 350억달러(약 4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MSD와 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면역항암제를 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 노바티스 등 대형 제약사들도 '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CAR-T)'를 이용한 더 강력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 내년 정도에는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다. 최근 녹십자셀에서도 개발을 시작한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를 몸 밖에서 조작해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도록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면역치료제다. 이렇게 만든 T세포는 일종의 유도탄처럼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최 부사장은 "면역치료제나 세포치료제 분야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시작 단계에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특정 영역에 국한해 지원하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폭넓게 바라보고 연구개발(R&D)을 지원했으면 한다"며 "국내 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대학, 연구소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서로 장점을 결합하고 연구 속도를 높여야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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