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광폭 행보·지분 마련은 비슷
'승계 초읽기 vs 아직은' 대조
광폭 행보·지분 마련은 비슷
'승계 초읽기 vs 아직은' 대조
재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승계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폭 경영 행보와 지분 마련을 위한 실탄 준비를 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승계가 임박한 이 부회장에 비해 정 부회장의 움직임은 아직 수면 밑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아직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대한 논의나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미 정 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고 다양한 승계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만큼 당장 급할 것은 없는 분위기라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광고 계열사 이노션 지분 일부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도 매각해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것을 두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매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등 추가 자금 마련의 기회를 열어 놓긴 했지만 당분간 큰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의 경우 경영승계가 임박했다는 재계의 분석이다. 지난달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1%를 확보했다. 여기에 삼성생명공익재단(4.68%)과 삼성문화재단(2.18%)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금융부문 주력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 6.86%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는 등 경영권 확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이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분석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과 일부 사업부 분할 등을 마지막 남은 관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적극적인 경영 행보는 비슷하다. 이제 경영 수업을 넘어 현장 경영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입원한 지난해 5월 이후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 구글 CEO 래리 페이지, 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다양한 인사들을 직접 만났고 삼성페이의 시장 확대를 위해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1년간 총 8개의 기술기업 인수·합병에 나섰고 이는 이 부회장의 의중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 역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5와 디트로이트 모터쇼 방문,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 4공장 기공식,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장점검 등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경우 그룹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없는 만큼 경영권 장악이 시급한 반면 정 부회장은 아직 정 회장이 건재한 만큼 조금 더 시간의 여유가 있다"며 "최근 경영 행보로 두 후계자의 경영 스타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활동을 보면 삼성과 현대 두 그룹의 앞으로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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