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프로세스 애자일 도입…개발자들 팀별로 일간회의
목표별 업무량 스스로 책정…닉네임 부르며 업무 공유…노는 것보다 즐거운 일터돼
목표별 업무량 스스로 책정…닉네임 부르며 업무 공유…노는 것보다 즐거운 일터돼
■ 신유통혁명 현장을 가다-쿠팡
지난 9일 아침 9시30분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 흩어져 있던 쿠팡 개발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모였다. 9명 정도로 구성된 이들은 하루 동안 각자 자신이 할 일과 전날 업무 수행상황을 메모지에 빼곡이 채워 넣고 이를 바탕으로 일간 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는 쿠팡이 2012년 하반기부터 도입한 `애자일(Agile) 프로세스'의 기본 단위인 개발자들이 쿠팡의 하루를 여는 중요한 시간이다.
`민첩성'을 의미하는 애자일은 소프트웨어(SW) 개발방법론 중 하나로, 일정, 스펙, 우선순위 등을 공유와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진 방법론이다.
쿠팡은 애자일로 통칭되는 여러 방법론 중 개발 영역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XP)을, 조직적으로는 `스크럼'이라는 관리법을 도입했다. 쿠팡 개발조직은 메이커(개발자 및 디자이너), SM(스크럼마스터), TL(개발리더), PO(프로덕트 오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은 있지만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 조직이다.
메이커는 어떤 속도로 어떤 기술을 구현할 지를 결정하고, 팀장격인 SM은 원활한 업무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조직원을 관리한다. PO는 각 팀이 어떤 것을 개발해야 하는지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팀은 개발 이슈에 맞게 2개월마다 3∼4개 장기 목표를 정하고, 이를 2주 단위로 쪼개서 세부적 단기목표(스프린트)를 세운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 팀원들은 단기목표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공유하며, SM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후 SOS(스크럼 오브 스크럼)에서 다시 다른 팀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날 모리셔스팀(각 팀 명은 섬 이름을 붙임)의 일간회의는 장기 휴가를 다녀온 SM과 신참내기 사원까지 오랜만에 모두 모여 평소보다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팀원과 SM은 서로 수평관계이기 때문에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며 개발 과정의 문제와 다른 팀과의 업무 협조사항 등을 공유했다.
특히 개발조직과 마케팅ㆍ고객서비스(CS) 조직간 커뮤니케이션 문제점이 제기됐고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제안돼, 개발조직을 넘어선 조직간 의사소통 방향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어 SM들이 모인 회의에서는 팀별 일간회의 내용을 종합해 공유하고 개발 외 업무들에 대한 분배도 이뤄졌다. 이날은 팀 조직 재조합과 팀원 재배치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개발자 채용에 따른 SM들의 면접 참여 독려가 이뤄졌다.
쿠팡은 최근 개발자와 CS 인력을 위주로 총 300명을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
응시자 중 개발경력자 면접에는 SM들이 직접 참여한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팀원간 협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은 물론 인성을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두고 SM들이 응시자들의 자질을 살펴보는 것이다. 새로 입사하는 개발자들은 각 팀으로 나눠 배정되고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선배 개발자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애자일 조직에 적응하게 된다.
개발자들에게는 중요 업무에 대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데모 활동도 중요한 일이다.
데모 활동에서는 각 단기목표에 대해 결과물을 내놓고 현업부서, 마케팅, 영업, CS팀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 개선점을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애자일 프로세스는 `장기목표 설정(2개월 간격)→우선순위 목록 설정→단기목표 설정(팀별 2주 간격)→일간회의(매일)→단기목표 데모→회고' 과정으로 이뤄진다.
`매튜'라는 닉네임의 한 SM은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계획을 세우고 절차대로 따르는 전통적 업무방식이 통했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비즈니스 상황 변화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절차보다 협력을 중시하면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애자일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이날 쿠팡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지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 개발자는 야근을 밥먹듯 하고 종일 컴퓨터와 싸움을 하는 직군으로 묘사되지만 쿠팡 개발자들에게 이런 그림은 `딴 세상'일 뿐이다.
개발자들은 팀 목표 아래 할 일 분량이나 계획을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정이나 컨디션에 맞춰 업무를 하면 된다. 따라서 야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팀 강요에 의한 경우는 없다. 또 팀원들과 매일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많은 시간을 소통에 할애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그들 표현대로) 노는 것보다 개발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이 즐거움과 에너지의 원천은 `100명의 개발자가 한 사람의 고객을 즐겁게 하겠다'는 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프로세스다.
박미영기자 mypark@
지난 9일 아침 9시30분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 흩어져 있던 쿠팡 개발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모였다. 9명 정도로 구성된 이들은 하루 동안 각자 자신이 할 일과 전날 업무 수행상황을 메모지에 빼곡이 채워 넣고 이를 바탕으로 일간 회의를 시작했다.
이 회의는 쿠팡이 2012년 하반기부터 도입한 `애자일(Agile) 프로세스'의 기본 단위인 개발자들이 쿠팡의 하루를 여는 중요한 시간이다.
`민첩성'을 의미하는 애자일은 소프트웨어(SW) 개발방법론 중 하나로, 일정, 스펙, 우선순위 등을 공유와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진 방법론이다.
쿠팡은 애자일로 통칭되는 여러 방법론 중 개발 영역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XP)을, 조직적으로는 `스크럼'이라는 관리법을 도입했다. 쿠팡 개발조직은 메이커(개발자 및 디자이너), SM(스크럼마스터), TL(개발리더), PO(프로덕트 오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은 있지만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 조직이다.
메이커는 어떤 속도로 어떤 기술을 구현할 지를 결정하고, 팀장격인 SM은 원활한 업무 진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조직원을 관리한다. PO는 각 팀이 어떤 것을 개발해야 하는지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팀은 개발 이슈에 맞게 2개월마다 3∼4개 장기 목표를 정하고, 이를 2주 단위로 쪼개서 세부적 단기목표(스프린트)를 세운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 팀원들은 단기목표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공유하며, SM은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후 SOS(스크럼 오브 스크럼)에서 다시 다른 팀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날 모리셔스팀(각 팀 명은 섬 이름을 붙임)의 일간회의는 장기 휴가를 다녀온 SM과 신참내기 사원까지 오랜만에 모두 모여 평소보다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팀원과 SM은 서로 수평관계이기 때문에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며 개발 과정의 문제와 다른 팀과의 업무 협조사항 등을 공유했다.
특히 개발조직과 마케팅ㆍ고객서비스(CS) 조직간 커뮤니케이션 문제점이 제기됐고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 제안돼, 개발조직을 넘어선 조직간 의사소통 방향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어 SM들이 모인 회의에서는 팀별 일간회의 내용을 종합해 공유하고 개발 외 업무들에 대한 분배도 이뤄졌다. 이날은 팀 조직 재조합과 팀원 재배치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개발자 채용에 따른 SM들의 면접 참여 독려가 이뤄졌다.
쿠팡은 최근 개발자와 CS 인력을 위주로 총 300명을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
응시자 중 개발경력자 면접에는 SM들이 직접 참여한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팀원간 협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은 물론 인성을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두고 SM들이 응시자들의 자질을 살펴보는 것이다. 새로 입사하는 개발자들은 각 팀으로 나눠 배정되고 사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선배 개발자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애자일 조직에 적응하게 된다.
개발자들에게는 중요 업무에 대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데모 활동도 중요한 일이다.
데모 활동에서는 각 단기목표에 대해 결과물을 내놓고 현업부서, 마케팅, 영업, CS팀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 개선점을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애자일 프로세스는 `장기목표 설정(2개월 간격)→우선순위 목록 설정→단기목표 설정(팀별 2주 간격)→일간회의(매일)→단기목표 데모→회고' 과정으로 이뤄진다.
`매튜'라는 닉네임의 한 SM은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계획을 세우고 절차대로 따르는 전통적 업무방식이 통했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은 비즈니스 상황 변화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절차보다 협력을 중시하면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애자일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이날 쿠팡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지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흔히 개발자는 야근을 밥먹듯 하고 종일 컴퓨터와 싸움을 하는 직군으로 묘사되지만 쿠팡 개발자들에게 이런 그림은 `딴 세상'일 뿐이다.
개발자들은 팀 목표 아래 할 일 분량이나 계획을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정이나 컨디션에 맞춰 업무를 하면 된다. 따라서 야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팀 강요에 의한 경우는 없다. 또 팀원들과 매일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많은 시간을 소통에 할애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그들 표현대로) 노는 것보다 개발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이 즐거움과 에너지의 원천은 `100명의 개발자가 한 사람의 고객을 즐겁게 하겠다'는 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프로세스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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