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금융위기 때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원인이 관치금융이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내외자를 불문하고 재원이 없었다. 외국차관 중동건설 근검절약 등으로 어렵게 마련된 제한된 재원을 중화학공업 수출산업 등 경제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선정된 부문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정부는 금융권의 재원배분에 개입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중화학공업 육성, 수출 신장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금융 스스로 대출여부를 심사하고 사후적 감시를 통해 부실을 예방하는 금융중개기능이 발달하지 못했다.
경제규모가 커져서 정부개입보다는 금융의 자율적인 중개기능에 의해 재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여 금융자율화를 추진했는데도 여전히 관치금융은 지속, 마침내 재원배분의 비효율이 누적돼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초기에는 정부개입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개입지속은 위기를 초래한다. 지나친 공공성 강조는 자율성 훼손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초래되는 위기는 천문학적 비용이 지불된다는 것을 1997년과 2008년 위기를 통해 배웠다. 그만큼 금융자율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금융정책과 사건들은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자율성 훼손 소지가 없지 않는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우선 작년 10월 기초생활수급자ㆍ국가유공자ㆍ독립유공자ㆍ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비이자수익기반이 취약하고 수수료가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 아니며 대부분의 수수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수수료가 인하되었다.외국계은행인 SCㆍ시티은행은 불참하여 국내은행의 경쟁력 저하의 소지도 없지 않다.
이어서 지난 연말과 올 초에는 연달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5000억 원을 출연하는 `청년창업재단'도 출범시켰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미소금융과 신용회복위원회 지원에 2294억 원을 출연하고 새희망홀씨 서민우대금융에 5조 13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공정위가 제기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문제와 감사원이 제기한 가산금리문제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감독당국은 은행 가산금리 비교공시 방침을 검토하겠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은행마다 조달비용이 다른데 참고지표가 아니고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대출 심사시 각종 위험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고유한 영업사항이다.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가격 잡겠다고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를 주장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조달금리 가이드라인 주고 가산금리도 공개하면서 금융자율성과 경쟁성은 어떻게 제고하여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신용위험이 높으면 가산금리가 높은 것이 금융의 논리인데 과도하게 공개된 후 왜 내 신용위험이 높으냐는 불을 보듯 뻔한 엄청난 항의사태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잘못하면 고위험 저금리, 저위험 고금리 사태도 올지도 모른다.
임시ㆍ일용직 680만 명, 자영업자 720만 명이나 되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위기라도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율은 지난해 1분기 2.35%에서 올 2분기 2.13%로 낮아지고 총자산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1.05%에서 0.47%로 급락했다. 이는 2008년 0.48%보다 낮은 수준이다. 벌써부터 통화승수가 급락하는 등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한다. 지금은 자율성이 더 제고되어야 할 때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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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가 커져서 정부개입보다는 금융의 자율적인 중개기능에 의해 재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여 금융자율화를 추진했는데도 여전히 관치금융은 지속, 마침내 재원배분의 비효율이 누적돼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는 진단이다. 이처럼 초기에는 정부개입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개입지속은 위기를 초래한다. 지나친 공공성 강조는 자율성 훼손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초래되는 위기는 천문학적 비용이 지불된다는 것을 1997년과 2008년 위기를 통해 배웠다. 그만큼 금융자율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금융정책과 사건들은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자율성 훼손 소지가 없지 않는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우선 작년 10월 기초생활수급자ㆍ국가유공자ㆍ독립유공자ㆍ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비이자수익기반이 취약하고 수수료가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 아니며 대부분의 수수료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수수료가 인하되었다.외국계은행인 SCㆍ시티은행은 불참하여 국내은행의 경쟁력 저하의 소지도 없지 않다.
이어서 지난 연말과 올 초에는 연달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5000억 원을 출연하는 `청년창업재단'도 출범시켰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미소금융과 신용회복위원회 지원에 2294억 원을 출연하고 새희망홀씨 서민우대금융에 5조 13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공정위가 제기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문제와 감사원이 제기한 가산금리문제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감독당국은 은행 가산금리 비교공시 방침을 검토하겠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은행마다 조달비용이 다른데 참고지표가 아니고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대출 심사시 각종 위험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고유한 영업사항이다.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가격 잡겠다고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를 주장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조달금리 가이드라인 주고 가산금리도 공개하면서 금융자율성과 경쟁성은 어떻게 제고하여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신용위험이 높으면 가산금리가 높은 것이 금융의 논리인데 과도하게 공개된 후 왜 내 신용위험이 높으냐는 불을 보듯 뻔한 엄청난 항의사태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잘못하면 고위험 저금리, 저위험 고금리 사태도 올지도 모른다.
임시ㆍ일용직 680만 명, 자영업자 720만 명이나 되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위기라도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율은 지난해 1분기 2.35%에서 올 2분기 2.13%로 낮아지고 총자산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1.05%에서 0.47%로 급락했다. 이는 2008년 0.48%보다 낮은 수준이다. 벌써부터 통화승수가 급락하는 등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그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한다. 지금은 자율성이 더 제고되어야 할 때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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