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짝이 아니었던 것을 갖다 맞출 때 매우 잘 맞음을 비유하면서 `안성맞춤'이란 말을 쓴다. 그 만큼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릴 때 이런 말을 쓰는데 안성은 유기제품을 장인정신과 뛰어난 솜씨로 정성껏 만들어 품질이나 모양 등 기교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켰기에 `안성맞춤'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유기는 대표적인 구리 합금 금속으로 구리에 주석을 섞는 비율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구리와 아연을 합금하여 만든 그릇은 황동유기, 구리에 니켈을 합금한 것은 백동유기라고 한다.
특히 안성 유기가 다른 지방의 것보다 유명한 것은 서울 양반가들의 그릇을 도맡아 만들었는데, 안성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유기를 만들어 판매하였다고 한다. 하나는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으로 이것을 `장내기'라고 하였고, 다른 하나는 관청이나 양반가의 주문을 받아 특별히 품질과 모양을 좋게 만들었는데 이를 모춤(마춤)이라 하여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지원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취지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이 설립되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를 통해 창조적 지식과 미래 원천기술 확보, 차세대 연구리더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거점 마련, 연구자들의 안정적 연구를 위한 전문기관 설립, 순수 이공계 인력을 위한 고급 일자리 마련, 두뇌 유출국에서 두뇌 유입국으로 전환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 설치 및 운영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 개원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대하여 세계적 권위의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지가 3000여명의 연구인력, 50개 내외의 연구단 구성 등 비교적 상세한 내용으로 게재하였다.
이 달에 처음으로 발표된 기초과학연구원의 단장은 10명이다. 이중 대부분이 한국연구재단의 국가과학자, 창의적연구지원사업단장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리더격 연구지원 사업의 경력을 소유한 연구자들이다. 한 연구자가 연간 100억원대의 연구비와 수 십명의 연구인력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은 더 그렇다. 그런데 다행한 일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과학연구지원 사업을 통하여 그러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사전에 양성되었고, 이를 통해 중차대한 국가적 기초과학연구 지원사업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바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왕에 이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에 대한 지원 시스템에 대하여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말부터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을 통하여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발전을 위해 연구지원을 해 왔고 그 효율성을 위하여 지난 2009년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하였다. 한국연구재단은 그동안 개인연구와 집단연구 및 연구인프라 구축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연구지원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연구재단의 대표적 집단연구는 교수 10~15명과 연 13억 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상위 개인연구는 국가과학자사업으로 교수 1인이 연간 15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한다.
이런 측면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장 중심 모델은 최상위 개인연구와 우수집단연구를 적정하게 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우수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여 이들이 최상의 연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로 성장시키는 게 연구재단의 역할이라면,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렇게 성장한 최정상의 과학자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않은 미개척 분야 연구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연구재단과 두 기관의 역할이 안성맞춤의 유기처럼 적절히 배합된다면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시스템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 믿는다.
김동호 한국연구재단 자연과학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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