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태동 이래 고속성장…수출 효자 자리매김
D램ㆍ낸드 `세계 최초 시리즈`로 메모리 강국 우둑
시스템 LSI로 통합역량 갖춘 반도체 4.0시대 열어
D램ㆍ낸드 `세계 최초 시리즈`로 메모리 강국 우둑
시스템 LSI로 통합역량 갖춘 반도체 4.0시대 열어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트(IC Insights) 맥클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도체IC 총 매출액은 422억 달러로 420억 달러에 그친 일본을 처음으로 제쳤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비교적 취약했던 비메모리 분야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매출 규모이기 때문에 의미가 컸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전통적으로 메모리에선 강했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서 20∼25%를 차지하는 메모리만으로는 일본을 추월하긴 어렵다. 따라서 이번 수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단순 메모리 강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 개척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던 1983년 이후 지금까지 3번의 강산이 바뀌는 동안 반도체는 수출 한국의 주역이자, 핵심산업이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IT 수출의 30%, 전체 산업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고속 성장,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으로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태동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 1983년은 국내 반도체 산업 역사상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한 해다. 1983년 2월 8일, 고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선언'이다. 같은 해 10월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역사적인 반도체 이천 공장을 착공했다. 1983년이 국내 반도체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산업계에서 팔을 걷어 부치자 정부도 잇따라 후속 지원책을 마련했다. 상공부(현 지식경제부)는 1985년 `반도체산업 종합육성 대책'을 수립,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심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앞장섰다.
당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모토로라, 인텔 등 미국 업체에서 NEC 일렉트로닉스(이하 NEC),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업체로 판도가 넘어가고 있었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등은 CPU와 같이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NEC, 도시바가 곧 D램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줄곧 반도체 업계 1위를 지켰던 TI는 1985년 처음으로 NEC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이후 NEC는 1992년 인텔이 CPU로 반도체 업계 1위가 되기까지 6년 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치, 후지쯔 등 다른 일본 업체들도 톱 10에 진입하면서 바야흐로 일본 반도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 중 전체 25위 안에 처음으로 든 시기는 1987년이다. 삼성전자는 이 해 매출 3억2800만 달러를 기록해 세계 반도체 전체 매출의 0.9%를 차지하며 23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때 처음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가 세계 시장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셈이다. D램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던 국내 반도체 산업은 1988년 2월 삼성전자가 4Mb D램 개발 성공하고, 같은 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산업 전체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꾸준히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D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안정적 성장 시대=국내 반도체 산업이 1983년 이후 태동했다면, 1992년은 수치상 굉장히 의미 있는 업적을 이룬 한 해였다.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에 성공했다. D램 업계에서 이제는 당연시 된 삼성전자 `세계 최초 시리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와 함께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 돌파도 같은 해 이뤄졌다.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1위를 달성했으며, 이후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한 직후 즈음을 제외하고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992년 삼성전자와 함께 LG반도체가 세계 반도체 톱25에 이름을 올렸으며, 1994년엔 현대전자도 순위에 올리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톱10에 진입했으며,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IMF가 발생한 1997년까지 안정적인 성장 속에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했다.
◇격동의 시기 그리고 치킨게임= 1997년 IMF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합병(하이닉스반도체)은 여러 의미에서 큰 사건이었다. 1999년 합병 직후 두 회사 시장 점유율이 더해져 한때 메모리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섰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부상하고 메모리 값 대폭락을 겪으며 2002년 반도체 업계 2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하이닉스는 위기에 처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998년 1Gb 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2년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는 2004년 9월 세계 최초 60나노대 8Gb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낸드 시장도 기술적우위 기업으로 떠오른다. D램과 낸드 시장을 동시에 석권한 삼성전자는 2002년 처음으로 인텔에 이어 세계 반도체 업계 2위에 오르며, 아직도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또한 벼랑 끝에서 구조조정 감원, 수율(생산성공률) 극대화 등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2006년 중국 우시 공장 착공을 계기로 생존을 위한 기반과 함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 하이닉스는 이후 꾸준히 반도체 업계에서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0년대 D램 업계는 이른바 너도나도 투자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다수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선두업체를 따라잡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파산했으며, 일본도 엘피다 중심의 단일 D램 업계로 개편됐다.
이후 소수 상위 업체들만 대규모 투자를 해 공정 기술 발전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부익부 빈익빈 법칙'으로 D램 업계 게임의 법칙이 변화하면서 대폭적인 업계 구조조정이 발생했다. 당시 업계 5위권이었던 독일 키몬다 사는 파산 신청을 했으며, 대만 업계도 정부 주도로 통합 D램사로 개편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대만과 일본 업체들은 이후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렵게 연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 하이닉스는 21.6%를 기록, 전체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했다. 낸드플래시 또한 3분기 기준 삼성전자(39.1%)와 하이닉스(12.2%)는 50%를 초과하는 점유율을 기록, 국내 업체들이 메모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반도체 4.0 완성하는 시스템반도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처음 시스템반도체에 눈독을 들인 것은 IMF 전후다. 1997년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발족하면서 비메모리 분야를 새로운 반도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시스템LSI(System Large Scale Integration)는 대규모 집적회로로 구성된 여러 반도체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통합한 반도체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시스템온칩(SoC)이나 시스템반도체라 불린다.
1990년 후반부터는 국내에도 반도체설계(팹리스)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8년과 1999년 각각 설립된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재 대표적인 업체로 성장한 실리콘웍스 등이 생겨나면서 시스템반도체 저변도 확대됐다.
이 시기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동부전자(동부하이텍)는 2000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업계를 리드했다. 2000년대 초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카드용IC, MP3플레이어용 시스템온칩,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용 CMOS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반도체 5대 품목을 선정해 `시스템LSI 5대 제품 일류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DDI를 시작으로 내비게이션 AP, 스마트카드용IC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009년엔 CMOS이미지센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스마트폰의 CPU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주력 품목을 모두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올려놓은 셈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모바일 AP에 집중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만 11조 가량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업계 4~5위권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TI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또한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청주 M8 라인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하이닉스는 2015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등 주요 팹리스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갖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수출 200억 달러를 돌파, 전체 반도체 수출의 40%를 기록했던 시스템반도체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단일 품목 산업 중 하나다. 향후 우리가 기대하는 `반도체 NO.1 코리아'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스템반도체를 주목하는 이유다.
강승태기자 kangst@
◇ 사진설명 : 삼성전자 기흥 시스템LSI 생산공장 전경.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동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 1983년은 국내 반도체 산업 역사상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한 해다. 1983년 2월 8일, 고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선언'이다. 같은 해 10월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역사적인 반도체 이천 공장을 착공했다. 1983년이 국내 반도체 역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다.
산업계에서 팔을 걷어 부치자 정부도 잇따라 후속 지원책을 마련했다. 상공부(현 지식경제부)는 1985년 `반도체산업 종합육성 대책'을 수립,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심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앞장섰다.
당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모토로라, 인텔 등 미국 업체에서 NEC 일렉트로닉스(이하 NEC),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업체로 판도가 넘어가고 있었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등은 CPU와 같이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NEC, 도시바가 곧 D램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줄곧 반도체 업계 1위를 지켰던 TI는 1985년 처음으로 NEC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이후 NEC는 1992년 인텔이 CPU로 반도체 업계 1위가 되기까지 6년 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치, 후지쯔 등 다른 일본 업체들도 톱 10에 진입하면서 바야흐로 일본 반도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 중 전체 25위 안에 처음으로 든 시기는 1987년이다. 삼성전자는 이 해 매출 3억2800만 달러를 기록해 세계 반도체 전체 매출의 0.9%를 차지하며 23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때 처음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가 세계 시장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셈이다. D램을 중심으로 조금씩 성장하던 국내 반도체 산업은 1988년 2월 삼성전자가 4Mb D램 개발 성공하고, 같은 해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산업 전체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꾸준히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D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안정적 성장 시대=국내 반도체 산업이 1983년 이후 태동했다면, 1992년은 수치상 굉장히 의미 있는 업적을 이룬 한 해였다.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에 성공했다. D램 업계에서 이제는 당연시 된 삼성전자 `세계 최초 시리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와 함께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 돌파도 같은 해 이뤄졌다.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1위를 달성했으며, 이후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한 직후 즈음을 제외하고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992년 삼성전자와 함께 LG반도체가 세계 반도체 톱25에 이름을 올렸으며, 1994년엔 현대전자도 순위에 올리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톱10에 진입했으며,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IMF가 발생한 1997년까지 안정적인 성장 속에 세계 D램 시장을 주도했다.
◇격동의 시기 그리고 치킨게임= 1997년 IMF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합병(하이닉스반도체)은 여러 의미에서 큰 사건이었다. 1999년 합병 직후 두 회사 시장 점유율이 더해져 한때 메모리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섰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합병에 따른 부작용이 부상하고 메모리 값 대폭락을 겪으며 2002년 반도체 업계 20위 밖으로 밀려나는 등 하이닉스는 위기에 처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998년 1Gb 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2년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는 2004년 9월 세계 최초 60나노대 8Gb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면서 낸드 시장도 기술적우위 기업으로 떠오른다. D램과 낸드 시장을 동시에 석권한 삼성전자는 2002년 처음으로 인텔에 이어 세계 반도체 업계 2위에 오르며, 아직도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또한 벼랑 끝에서 구조조정 감원, 수율(생산성공률) 극대화 등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2006년 중국 우시 공장 착공을 계기로 생존을 위한 기반과 함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 하이닉스는 이후 꾸준히 반도체 업계에서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0년대 D램 업계는 이른바 너도나도 투자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다수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선두업체를 따라잡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파산했으며, 일본도 엘피다 중심의 단일 D램 업계로 개편됐다.
이후 소수 상위 업체들만 대규모 투자를 해 공정 기술 발전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부익부 빈익빈 법칙'으로 D램 업계 게임의 법칙이 변화하면서 대폭적인 업계 구조조정이 발생했다. 당시 업계 5위권이었던 독일 키몬다 사는 파산 신청을 했으며, 대만 업계도 정부 주도로 통합 D램사로 개편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대만과 일본 업체들은 이후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렵게 연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 하이닉스는 21.6%를 기록, 전체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했다. 낸드플래시 또한 3분기 기준 삼성전자(39.1%)와 하이닉스(12.2%)는 50%를 초과하는 점유율을 기록, 국내 업체들이 메모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반도체 4.0 완성하는 시스템반도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처음 시스템반도체에 눈독을 들인 것은 IMF 전후다. 1997년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발족하면서 비메모리 분야를 새로운 반도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시스템LSI(System Large Scale Integration)는 대규모 집적회로로 구성된 여러 반도체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통합한 반도체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시스템온칩(SoC)이나 시스템반도체라 불린다.
1990년 후반부터는 국내에도 반도체설계(팹리스)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8년과 1999년 각각 설립된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이 대표적이다. 또한 현재 대표적인 업체로 성장한 실리콘웍스 등이 생겨나면서 시스템반도체 저변도 확대됐다.
이 시기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동부전자(동부하이텍)는 2000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업계를 리드했다. 2000년대 초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카드용IC, MP3플레이어용 시스템온칩,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용 CMOS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반도체 5대 품목을 선정해 `시스템LSI 5대 제품 일류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DDI를 시작으로 내비게이션 AP, 스마트카드용IC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했다. 2009년엔 CMOS이미지센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스마트폰의 CPU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주력 품목을 모두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올려놓은 셈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모바일 AP에 집중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만 11조 가량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업계 4~5위권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TI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또한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청주 M8 라인을 중심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하이닉스는 2015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등 주요 팹리스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갖고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수출 200억 달러를 돌파, 전체 반도체 수출의 40%를 기록했던 시스템반도체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단일 품목 산업 중 하나다. 향후 우리가 기대하는 `반도체 NO.1 코리아'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스템반도체를 주목하는 이유다.
강승태기자 kangst@
◇ 사진설명 : 삼성전자 기흥 시스템LSI 생산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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