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틀 동의속 다양한 의견…기관별 밑그림 마련 착수
20여 단체 `대과연` 결성…과기계 목소리 조율나서
20여 단체 `대과연` 결성…과기계 목소리 조율나서
■ 신 IT거버넌스 방향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을 연계시킨 새로운 21세기형 과학기술 행정시스템을 빚어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이뤄지는 2012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과학기술계는 다음 정부에서 도입돼야 할 새로운 과학기술 행정체계에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정부 내에서 교육 현안에 묻혀버린 과학기술 이슈를 다시 꺼내 갈고 닦아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내세워야 한다는 시급함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한림원, 공학한림원, 과실연 등 과학기술단체들은 물론, 선거를 앞둔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 행정조직 전문가들, 출연연구기관 등은 저마다 미래형 과기 행정체계 개편안 구상에 들어갔다. 20여개 과학기술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이 결성돼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하나의 창구로 모으는 작업도 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변화의 방향은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의 예산기능 유지지만 방향은 여러 갈래로 나눠진다. 과거 과학기술부 체계로의 회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공감대가 그 아래에 깔려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정체성과 기능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느냐는 고민도 포함돼 있다.
이장재 한국과총 수석전문위원은 "과기전담부처가 부활돼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세부사항은 기관이나 개인별로 동상이몽에 가깝고 정치권도 아직 과기부 부활이라는 구호 외에 구체적인 디자인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달초 각 정당별로 총선공약이 구체화되고, 대과연이 각 단체가 내놓은 방향을 취합해 종합적인 안을 내놓으면 정치권과 과기계의 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은 기관별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단계다. 한국과총은 정책연구소가 중심이 돼 향후 5년간 추진할 과학기술 마스터플랜과 거버넌스 체계를 논의하고 있고, 공학한림원도 내부 위원회를 통해 거버넌스 개편 관련 자체 방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자체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기 거버넌스 체계 밑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 기능을 어떻게 연계하느냐, 지식경제부가 관할하고 있는 산업기술 정책을 과기 전담부처로 다시 갖고 오느냐, 국가 미래전략 기능을 과기 부처에 부여하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안은 순수 기초과학을 다루는 과기부를 교과부에서 떼어내고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과 과기 정책기능을 그대로 두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과기부를 부활시키되 지경부가 갖고 있던 산업기술 정책도 과기부에서 관할하고, 현장과 중소기업 중심 산업기술 정책은 중소기업부에서 맡는 방향이다. 국과위는 범부처 R&D 종합조정과 예산 배분조정 등의 기능을 맡는 안이다. 세 번째는 국과위와 미래기획위원회 등을 통합해 예산 배분조정 기능에다 정부혁신, 미래전략, 기술산업화 등의 기능을 포괄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칭)' 또는 `미래전략기획부' 등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안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시와 거시를 아우른 국가전략을 내놓는 `플래닝+컨트롤타워'이자 국가 전략부처로 격상시키자는 방향이다. 미래기획위원회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위원회, 지식재산위원회 기능도 통합하자는 방안도 있다.
또 다른 안은 기존 과기부 기능에다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과 범부처 R&D 조정기능, 지경부의 산업기술정책 등을 합치고, 미래기획위 등의 기능도 포함시켜 국가 미래전략과 과학기술을 연계한 종합적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대규모 부처를 만들자는 안이다. 부처별로 애매모호하게 기능을 쪼개놓을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한 부처에서 정책을 총괄하도록 하자는 방향이다.
이러한 안은 과학기술 행정이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과 지원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국가사회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국가 경제발전의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과기 거버넌스 개편 논의에서 어떤 부처가 주도권을 갖느냐, 부처 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의 하드웨어 개편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변화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STEPI 성지은 박사는 "과학이 복지, 환경 등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관련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한번의 조직개편 결과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최소 3∼4년은 걸리는 만큼 수직적 통제 중심의 컨트롤타워 논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합의를 이끌어가는 노력과 부처간 연계와 협력, 과학이 기반된 혁신정책 추진 등 정교한 소프트웨어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부처가 R&D 집행기능을 갖는 상황에서 전체 정책을 종합 조정하는 국과위 기능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목 한국과총 사무총장은 "미래 대비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정수행 과정에 참여하는 행정인력의 과학기술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개발 속도를 국가 정책과 법ㆍ제도, 국회와 행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이명박 대통령(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2011년 4월 7일 서울 신문로1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 기능 변화를 포함한 과기 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을 연계시킨 새로운 21세기형 과학기술 행정시스템을 빚어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이뤄지는 2012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과학기술계는 다음 정부에서 도입돼야 할 새로운 과학기술 행정체계에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정부 내에서 교육 현안에 묻혀버린 과학기술 이슈를 다시 꺼내 갈고 닦아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내세워야 한다는 시급함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한림원, 공학한림원, 과실연 등 과학기술단체들은 물론, 선거를 앞둔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 행정조직 전문가들, 출연연구기관 등은 저마다 미래형 과기 행정체계 개편안 구상에 들어갔다. 20여개 과학기술단체로 구성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이 결성돼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하나의 창구로 모으는 작업도 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변화의 방향은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의 예산기능 유지지만 방향은 여러 갈래로 나눠진다. 과거 과학기술부 체계로의 회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공감대가 그 아래에 깔려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정체성과 기능을 어떻게 정립해야 하느냐는 고민도 포함돼 있다.
이장재 한국과총 수석전문위원은 "과기전담부처가 부활돼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세부사항은 기관이나 개인별로 동상이몽에 가깝고 정치권도 아직 과기부 부활이라는 구호 외에 구체적인 디자인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달초 각 정당별로 총선공약이 구체화되고, 대과연이 각 단체가 내놓은 방향을 취합해 종합적인 안을 내놓으면 정치권과 과기계의 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금은 기관별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단계다. 한국과총은 정책연구소가 중심이 돼 향후 5년간 추진할 과학기술 마스터플랜과 거버넌스 체계를 논의하고 있고, 공학한림원도 내부 위원회를 통해 거버넌스 개편 관련 자체 방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자체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기 거버넌스 체계 밑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 기능을 어떻게 연계하느냐, 지식경제부가 관할하고 있는 산업기술 정책을 과기 전담부처로 다시 갖고 오느냐, 국가 미래전략 기능을 과기 부처에 부여하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안은 순수 기초과학을 다루는 과기부를 교과부에서 떼어내고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과 과기 정책기능을 그대로 두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과기부를 부활시키되 지경부가 갖고 있던 산업기술 정책도 과기부에서 관할하고, 현장과 중소기업 중심 산업기술 정책은 중소기업부에서 맡는 방향이다. 국과위는 범부처 R&D 종합조정과 예산 배분조정 등의 기능을 맡는 안이다. 세 번째는 국과위와 미래기획위원회 등을 통합해 예산 배분조정 기능에다 정부혁신, 미래전략, 기술산업화 등의 기능을 포괄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칭)' 또는 `미래전략기획부' 등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안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시와 거시를 아우른 국가전략을 내놓는 `플래닝+컨트롤타워'이자 국가 전략부처로 격상시키자는 방향이다. 미래기획위원회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위원회, 지식재산위원회 기능도 통합하자는 방안도 있다.
또 다른 안은 기존 과기부 기능에다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과 범부처 R&D 조정기능, 지경부의 산업기술정책 등을 합치고, 미래기획위 등의 기능도 포함시켜 국가 미래전략과 과학기술을 연계한 종합적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대규모 부처를 만들자는 안이다. 부처별로 애매모호하게 기능을 쪼개놓을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한 부처에서 정책을 총괄하도록 하자는 방향이다.
이러한 안은 과학기술 행정이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과 지원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국가사회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국가 경제발전의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과기 거버넌스 개편 논의에서 어떤 부처가 주도권을 갖느냐, 부처 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의 하드웨어 개편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변화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STEPI 성지은 박사는 "과학이 복지, 환경 등 다른 분야와 융합하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관련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한번의 조직개편 결과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최소 3∼4년은 걸리는 만큼 수직적 통제 중심의 컨트롤타워 논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창출하고 합의를 이끌어가는 노력과 부처간 연계와 협력, 과학이 기반된 혁신정책 추진 등 정교한 소프트웨어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부처가 R&D 집행기능을 갖는 상황에서 전체 정책을 종합 조정하는 국과위 기능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목 한국과총 사무총장은 "미래 대비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정수행 과정에 참여하는 행정인력의 과학기술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개발 속도를 국가 정책과 법ㆍ제도, 국회와 행정부가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이명박 대통령(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2011년 4월 7일 서울 신문로1가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과 국과위 기능 변화를 포함한 과기 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