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통한 이용자 소유권 보장 현행법 저촉 안돼"… 등급판정에 '촉각'
블리자드가 제작중인 화제작 `디아블로3`의 국내 등급분류 판정 결과에 산업계와 이용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최근 한국지사를 통해 화폐 경매장 시스템을 포함한 디아블로3의 정식 버전 등급심의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신청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심의 결과는 연내에 나올 전망이다.
디아블로3 등급심의의 핵심은 화폐 경매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심의를 통과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등급분류 기관은 국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금 경매장은 디아블로3를 통해 이용자들이 획득한 게임 아이템과 머니를 게임 내부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게임 자산을 획득, 이득을 취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 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이 자체로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 게임에 이 시스템을 허용할 경우 모든 성인용 게임에 이를 다 허용해야 하는데 이는 곤란한 일"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이용자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디아블로3에서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개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겠다고 밝혀 논란을 샀다.
해당 시스템을 탑재한 채로 블리자드는 세계 각 시장의 등급분류 기관에 심의신청을 제기했고 그 결과 북미의 ESRB로부터 17세 이용가에 해당하는 M등급을, 유럽 PEGI로부터 16세 이용가, 영국의 BBFC에게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브라질의 DEJUS는 16세 이용가를 부여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각각 15세와 13세 등급을 확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심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USK도 16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
현재 한국의 게임법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전 및 환전 알선, 재매입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의 머니에만 한정된다.
웹보드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의 아이템을 개인이 오토 프로그램 등 불법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노력을 통해 획득할 경우 이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셈이다. 지난 2010년 초 대법원이 `리니지'의 게임머니 아덴을 대량으로 현금거래한 이용자에게 "사행성 게임 수단이 아닌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거래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 게임물에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내릴 수 있는데, 게임법에는 사행성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거나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사행행위영업, 복권, 소싸움 및 이를 모사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의 게임 특성, 그간 공개된 디아블로3의 게임성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의 얼개를 갖춘 해당 게임을 결과물이 거래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행성 게임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아이템 현금 거래를 중개 사이트가 하면 합법이고, 게임회사가 하면 불법이라는 것은 법 윤리상 맞지 않는다"며 "게임물등급위는 조속히 문화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현금거래를 불법화할지 합법화할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그동안 외부 사이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많이 이뤄지며 불법과 사기 거래가 성행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게임 내부로 가져와 이용자들에게 더 안전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현실'이며 이 상황에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청소년게임의 경우 청소년 이용자도 성인 이용자도 중개사이트를 통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게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에도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을 단속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디아블로3는 성인 전용 게임으로 등급분류 신청이 이뤄졌고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약관을 통해 이용자에게 할애하는 한 이용자 개인간의 거래를 게임 시스템 내에 알선하고 수수료를 거두는 것이 현행 게임법, 개정예정인 시행령 상에 저촉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법 체계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법 그 자체의 해석으로는 디아블로3의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게임과 사행성을 연계해 혼동하는 관습적인 사회개념, 보수적인 정책기조상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할 일이나 게임 자산의 소유권, 이용자 권리 등을 중점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근기자 antilaw@
◇ 사진설명 : 블리자드의 화제작 '디아블로3'가 국내 등급분류 판정을 앞두고 관련업계에 초미의 관심이 되고있다. 사진은 '디아블로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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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최근 한국지사를 통해 화폐 경매장 시스템을 포함한 디아블로3의 정식 버전 등급심의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신청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심의 결과는 연내에 나올 전망이다.
디아블로3 등급심의의 핵심은 화폐 경매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혀 문제없이 심의를 통과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등급분류 기관은 국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금 경매장은 디아블로3를 통해 이용자들이 획득한 게임 아이템과 머니를 게임 내부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게임 자산을 획득, 이득을 취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 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이 자체로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 게임에 이 시스템을 허용할 경우 모든 성인용 게임에 이를 다 허용해야 하는데 이는 곤란한 일"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이용자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디아블로3에서는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개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겠다고 밝혀 논란을 샀다.
해당 시스템을 탑재한 채로 블리자드는 세계 각 시장의 등급분류 기관에 심의신청을 제기했고 그 결과 북미의 ESRB로부터 17세 이용가에 해당하는 M등급을, 유럽 PEGI로부터 16세 이용가, 영국의 BBFC에게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브라질의 DEJUS는 16세 이용가를 부여했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각각 15세와 13세 등급을 확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심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USK도 16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다.
현재 한국의 게임법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이와 유사한 것)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전 및 환전 알선, 재매입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의 머니에만 한정된다.
웹보드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의 아이템을 개인이 오토 프로그램 등 불법한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노력을 통해 획득할 경우 이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셈이다. 지난 2010년 초 대법원이 `리니지'의 게임머니 아덴을 대량으로 현금거래한 이용자에게 "사행성 게임 수단이 아닌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을 거래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 게임물에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내릴 수 있는데, 게임법에는 사행성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거나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사행행위영업, 복권, 소싸움 및 이를 모사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의 게임 특성, 그간 공개된 디아블로3의 게임성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의 얼개를 갖춘 해당 게임을 결과물이 거래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행성 게임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아이템 현금 거래를 중개 사이트가 하면 합법이고, 게임회사가 하면 불법이라는 것은 법 윤리상 맞지 않는다"며 "게임물등급위는 조속히 문화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현금거래를 불법화할지 합법화할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그동안 외부 사이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많이 이뤄지며 불법과 사기 거래가 성행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게임 내부로 가져와 이용자들에게 더 안전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현실'이며 이 상황에서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청소년게임의 경우 청소년 이용자도 성인 이용자도 중개사이트를 통해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게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에도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을 단속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디아블로3는 성인 전용 게임으로 등급분류 신청이 이뤄졌고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약관을 통해 이용자에게 할애하는 한 이용자 개인간의 거래를 게임 시스템 내에 알선하고 수수료를 거두는 것이 현행 게임법, 개정예정인 시행령 상에 저촉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법 체계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법 그 자체의 해석으로는 디아블로3의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게임과 사행성을 연계해 혼동하는 관습적인 사회개념, 보수적인 정책기조상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야 할 일이나 게임 자산의 소유권, 이용자 권리 등을 중점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근기자 antilaw@
◇ 사진설명 : 블리자드의 화제작 '디아블로3'가 국내 등급분류 판정을 앞두고 관련업계에 초미의 관심이 되고있다. 사진은 '디아블로3'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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