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싸고 첨예한 갈등
재건축 건물주 롯데에 매각 추진
삼양시장 상인 입점 물거품 위기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양시장. 삼양시장 이면도로에 새로 증축된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은 롯데마트 간판만 달지 않았을 뿐 롯데마트 상징인 노란색 벽과 빨간 내장재로 설치돼 있었다. 건물 안에는 이미 계산대와 마트용 카트, 에스컬레이터가 들어섰고, 마트에 입점할 브랜드 업체들도 일부 직원들을 고용해 입점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이번 새로 채용된 롯데마트 삼양점 직원들도 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건물 밖은 재건축주인 삼양시장 주식회사가 고용한 몇 명의 용역직원들이 에워싸 취재하러 들어갈라치면 거칠게 내몰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역 직원에 입점 공사를 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뭐가 들어올지 모르지만 공사는 계속 하고 있고, 입점 상인이 누구인지 그런 얘기는 들은 게 없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하지만 내부상황을 잘 몰라서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삼양점의 입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를 결사반대하는 삼양시장과 인근 수유시장 재래상인, 입점하려는 롯데마트와 롯데마트에 재건축 건물을 매각하려는 삼양시장 주식회사가 서로 날선 대립구도를 보이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양시장 건물은 2009년 7월 재건축에 들어갔다. 당시 재래시장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 아래 삼양시장을 재정비하자는 취지였다. 재건축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삼양시장 상인들은 건물을 새단장한 뒤 입점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이 끝나도 상인들은 건물에 입점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재건축 건물주인 삼양시장 주식회사 서형석 대표가 당초 약속과 달리 상인들을 보호해 주지 않고, 롯데마트측에 건물을 매각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시장 상인연합회 조규흥 회장은 "등기서류 상으로는 아직까지 `삼양시장 재건축'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 실력행사는 롯데가 다 하고 있다"며 "서 대표가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을 롯데에 넘기면 입점하지 못하는 상인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 대표가 당초 상인들에 재건축 건물 4ㆍ5층에 재래점포 24개 가운데 14개 점포가 입점 가능하다고 했지만, 해당 층은 건축 용도상 주차장과 직원 시설로 규정돼 있다"며 "주차장에 어떻게 입점할 수 있겠나"고 격노했다. 상인연합회 소속 재래상인들은 그동안 재건축 건물 1층에서 6층까지 무릎으로 기어올라가며 롯데마트 입점을 허가해선 안된다고 호소하는 등 시위를 이어왔다.
현재 삼양시장 상인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뚜렷하지 않다. 삼양시장은 규모가 작아 지자체가 지원하는 재래시장으로 지정되지 못한데다 재래시장특별법으로도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발효한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업형 슈퍼(SSM)에 관한 것이고, 여긴 대형마트 입점이다. 유통법에는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근거가 없으니까 롯데마트가 그걸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재래시장 특별법에도 이미 준공된 건물에 대형마트가 들어갈 경우 이걸 막을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법의 맹점을 파고 들어오는 것"이라며 "영세 상인들을 보호할 법적 수단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의 근저당권자는 롯데마트 운영사업자인 롯데쇼핑이다. 채무자는 삼양시장으로 채권금액은 33억6000만원이다. 삼양시장 서 대표는 처음엔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이후 롯데쇼핑측 제안으로 공사를 롯데측에 일임했다. 롯데쇼핑은 삼양시장 주식회사의 국민은행 담보대출을 대신 상환하고, 새로운 근저당권자가 됐다. 이 때부터 이미 삼양시장 주식회사는 롯데쇼핑에 건물 매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삼양시장 서 대표가 롯데쇼핑측에 공사를 일방적으로 맡겼다"며 "롯데쇼핑이 구청에 대형점포 등록을 마치고 롯데마트가 입점하면 삼양시장 서 대표는 남아있는 부지마저 롯데쇼핑에 넘기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북구청 지역경제과 장석주 팀장은 "삼양시장이 재건축 등기사업 계획을 제출할 때 기존 상인들 가운데 재입점을 원할 경우 최초 임대기간 동안 10∼20% 임대료를 할인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지금 28개 점포 중에서 14개 점포가 입점하려 하는데 아직 삼양시장과 입점 희망상인간 합의가 안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롯데마트가 대형점포 등록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입점 상인 대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신년을 맞아 삼양점을 개장하려던 롯데마트측은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당분간 지켜보자는 자세다. 삼양시장 서 대표가 재래상인들과 입장정리를 마치면,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롯데마트 삼양점을 꿰차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삼양시장 주식회사와 롯데마트는 현재 `삼양시장 재건축'으로 돼 있는 건물 명의를 `롯데마트'로 변경하기 위해 구청에 신청을 접수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중이다. 결국 롯데마트 삼양점 개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삼양시장 재건축건물의 근저당권자로 돼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사 진행 중에도 삼양시장 서 대표가 매매제의를 해왔고, 재건축 건물의 근저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 보호 차원에서 롯데마트를 입점하려는 것이고, 나중엔 채권금액이 매매대금으로 변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통큰 치킨으로 시장 치킨상인을 울렸던 롯데마트가 영업점 확대를 위해 또다시 재래시장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 삼양시장 주식회사, 삼양 재래시장 상인간 머리를 맞대고 상생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정부도 적극적 갈등해결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유진ㆍ구용현기자 yjin@
◆사진설명 : 재래시장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 아래 소규모 재래 시장들이 재개발에 들어갔지만 건물주의 약속 불이행으로 기존 상인들의 재입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삼양시장내에 롯데마트가 들어섰지만 재래시장 상인과 건물주간 입장이 서로 달라 입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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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시장 상인 입점 물거품 위기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양시장. 삼양시장 이면도로에 새로 증축된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은 롯데마트 간판만 달지 않았을 뿐 롯데마트 상징인 노란색 벽과 빨간 내장재로 설치돼 있었다. 건물 안에는 이미 계산대와 마트용 카트, 에스컬레이터가 들어섰고, 마트에 입점할 브랜드 업체들도 일부 직원들을 고용해 입점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이번 새로 채용된 롯데마트 삼양점 직원들도 현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건물 밖은 재건축주인 삼양시장 주식회사가 고용한 몇 명의 용역직원들이 에워싸 취재하러 들어갈라치면 거칠게 내몰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역 직원에 입점 공사를 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뭐가 들어올지 모르지만 공사는 계속 하고 있고, 입점 상인이 누구인지 그런 얘기는 들은 게 없다"며 "공사를 계속 진행하지만 내부상황을 잘 몰라서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삼양점의 입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를 결사반대하는 삼양시장과 인근 수유시장 재래상인, 입점하려는 롯데마트와 롯데마트에 재건축 건물을 매각하려는 삼양시장 주식회사가 서로 날선 대립구도를 보이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양시장 건물은 2009년 7월 재건축에 들어갔다. 당시 재래시장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 아래 삼양시장을 재정비하자는 취지였다. 재건축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삼양시장 상인들은 건물을 새단장한 뒤 입점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이 끝나도 상인들은 건물에 입점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재건축 건물주인 삼양시장 주식회사 서형석 대표가 당초 약속과 달리 상인들을 보호해 주지 않고, 롯데마트측에 건물을 매각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시장 상인연합회 조규흥 회장은 "등기서류 상으로는 아직까지 `삼양시장 재건축'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 실력행사는 롯데가 다 하고 있다"며 "서 대표가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을 롯데에 넘기면 입점하지 못하는 상인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 대표가 당초 상인들에 재건축 건물 4ㆍ5층에 재래점포 24개 가운데 14개 점포가 입점 가능하다고 했지만, 해당 층은 건축 용도상 주차장과 직원 시설로 규정돼 있다"며 "주차장에 어떻게 입점할 수 있겠나"고 격노했다. 상인연합회 소속 재래상인들은 그동안 재건축 건물 1층에서 6층까지 무릎으로 기어올라가며 롯데마트 입점을 허가해선 안된다고 호소하는 등 시위를 이어왔다.
현재 삼양시장 상인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뚜렷하지 않다. 삼양시장은 규모가 작아 지자체가 지원하는 재래시장으로 지정되지 못한데다 재래시장특별법으로도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발효한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업형 슈퍼(SSM)에 관한 것이고, 여긴 대형마트 입점이다. 유통법에는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근거가 없으니까 롯데마트가 그걸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재래시장 특별법에도 이미 준공된 건물에 대형마트가 들어갈 경우 이걸 막을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법의 맹점을 파고 들어오는 것"이라며 "영세 상인들을 보호할 법적 수단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삼양시장 재건축 건물의 근저당권자는 롯데마트 운영사업자인 롯데쇼핑이다. 채무자는 삼양시장으로 채권금액은 33억6000만원이다. 삼양시장 서 대표는 처음엔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으나, 이후 롯데쇼핑측 제안으로 공사를 롯데측에 일임했다. 롯데쇼핑은 삼양시장 주식회사의 국민은행 담보대출을 대신 상환하고, 새로운 근저당권자가 됐다. 이 때부터 이미 삼양시장 주식회사는 롯데쇼핑에 건물 매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삼양시장 서 대표가 롯데쇼핑측에 공사를 일방적으로 맡겼다"며 "롯데쇼핑이 구청에 대형점포 등록을 마치고 롯데마트가 입점하면 삼양시장 서 대표는 남아있는 부지마저 롯데쇼핑에 넘기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북구청 지역경제과 장석주 팀장은 "삼양시장이 재건축 등기사업 계획을 제출할 때 기존 상인들 가운데 재입점을 원할 경우 최초 임대기간 동안 10∼20% 임대료를 할인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지금 28개 점포 중에서 14개 점포가 입점하려 하는데 아직 삼양시장과 입점 희망상인간 합의가 안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롯데마트가 대형점포 등록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입점 상인 대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신년을 맞아 삼양점을 개장하려던 롯데마트측은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당분간 지켜보자는 자세다. 삼양시장 서 대표가 재래상인들과 입장정리를 마치면,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롯데마트 삼양점을 꿰차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삼양시장 주식회사와 롯데마트는 현재 `삼양시장 재건축'으로 돼 있는 건물 명의를 `롯데마트'로 변경하기 위해 구청에 신청을 접수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중이다. 결국 롯데마트 삼양점 개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삼양시장 재건축건물의 근저당권자로 돼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공사 진행 중에도 삼양시장 서 대표가 매매제의를 해왔고, 재건축 건물의 근저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채권 보호 차원에서 롯데마트를 입점하려는 것이고, 나중엔 채권금액이 매매대금으로 변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통큰 치킨으로 시장 치킨상인을 울렸던 롯데마트가 영업점 확대를 위해 또다시 재래시장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 삼양시장 주식회사, 삼양 재래시장 상인간 머리를 맞대고 상생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정부도 적극적 갈등해결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유진ㆍ구용현기자 yjin@
◆사진설명 : 재래시장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 아래 소규모 재래 시장들이 재개발에 들어갔지만 건물주의 약속 불이행으로 기존 상인들의 재입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6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삼양시장내에 롯데마트가 들어섰지만 재래시장 상인과 건물주간 입장이 서로 달라 입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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