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손가락 하나 자르는 것으로 전쟁은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상대방이 팔을 자르고 덤벼든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한 사람은 아예 두 팔을 잘라버린다. 독한 맘먹고 손가락 잘랐던 이는 금새 머쓱해 하며 또 다른 충격을 고민한다. 파괴적인 경쟁은 늘 극단으로 치닫는다. 허를 찌를 것 같던 계산된 전략 역시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다. 살아 있는 시장, 꿈틀거리는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은 더 독해진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축이 된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2010년 새로운 3각지형을 만들고 있다. 정만원, 이석채, 이상철 대표 등 통신3사 CEO들간 자존심 경쟁은 극에 달했다. 정보통신부장관 출신 둘에다, 한 사람은 그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선택된 이들은 패배를 용납할 수 없는 입장에 서 있고, 경쟁양상은 숨막히고 피를 말린다.
그래서 2010년 통신시장은 단순한 요동이 아닌 변혁이다. 1998년 3개의 PCS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해 5사 경쟁체제를 형성하면서 벌어졌던 지각변동 이후, 최대의 소용돌이다. 기술적인 진화나 업체간 M&A가 아닌,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요금경쟁으로 벌이는 주체적인 생존 몸부림이다. 규제기관의 압력도,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압박에 의한 것도 아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 역시 업계 순위와 상관없이 선후발이 한데 엉켰다.
그래서 다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한편의 영화에 모든 것을 담아, 관객을 모두 휩쓸어버리겠다는 블록버스터 대작처럼.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식으로 내 놓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토해낸다. 다양한 통신서비스들과 방송을 결합, 가입자와 그의 가족들을 특정 회사의 서비스로 통째 묶어내려는 시도다.
LG유플러스가 손가락 자르는 심정으로 `온국민은 요' 요금제를 들고 나오자, SK텔레콤이 이동전화 회선수에 따라 다른 통신방송서비스를 무료화시킨 가족통합요금제를 내 놨다. 앞서 `퉁'요금제를 내 놓은 KT는 이 달 중 또 다른 충격적 내용을 담은 기자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단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또 어떤 파괴력을 지닌 내용들이 나올까.
어떤 면에선 걱정도 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가. 너무 많이 버리고 비워내다간, 공멸하는 것은 아닌가. 규제기관까지도 업계가 요청한 요금제 승인을 놓고 고민할 지경이다.
술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젠 채울 것이 걱정이다. 그 잔에 채우려하는 `어떤 것'을 가진 이들은 더 두렵다. 새로운 어떤 것이 창조되는 신 성장동력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타 영역의 서비스들이라면 통신3사의 비움은 창조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그 자체의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유료방송업계는 걱정이다. 방송이 통신서비스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구색상품으로 전략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기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지금 관심사는 상당부분 자신들에게 있다. 방통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정통부 해체 과정에서 팔과 다리가 잘리고, 몸통까지 흩어져 이제 머리만 남았다"며 "더 이상 방통위는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언어에는 지독한 상실감이 묻어 있었지만, 이젠 어떻게 되더라도 얻을 것만 남았다는 일종의 기대감이 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에 의해 쓰여지고 있는 `신 통신삼국지' 안에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조율할 심판자 방통위마저도 그 생존의 역사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모두가 많은 것을 버리고 비워내, 이제 채울 것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 뿐, 새로 채울 것이 많지 않으니 걱정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주축이 된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2010년 새로운 3각지형을 만들고 있다. 정만원, 이석채, 이상철 대표 등 통신3사 CEO들간 자존심 경쟁은 극에 달했다. 정보통신부장관 출신 둘에다, 한 사람은 그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선택된 이들은 패배를 용납할 수 없는 입장에 서 있고, 경쟁양상은 숨막히고 피를 말린다.
그래서 2010년 통신시장은 단순한 요동이 아닌 변혁이다. 1998년 3개의 PCS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해 5사 경쟁체제를 형성하면서 벌어졌던 지각변동 이후, 최대의 소용돌이다. 기술적인 진화나 업체간 M&A가 아닌,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요금경쟁으로 벌이는 주체적인 생존 몸부림이다. 규제기관의 압력도,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압박에 의한 것도 아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 역시 업계 순위와 상관없이 선후발이 한데 엉켰다.
그래서 다분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한편의 영화에 모든 것을 담아, 관객을 모두 휩쓸어버리겠다는 블록버스터 대작처럼.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식으로 내 놓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토해낸다. 다양한 통신서비스들과 방송을 결합, 가입자와 그의 가족들을 특정 회사의 서비스로 통째 묶어내려는 시도다.
LG유플러스가 손가락 자르는 심정으로 `온국민은 요' 요금제를 들고 나오자, SK텔레콤이 이동전화 회선수에 따라 다른 통신방송서비스를 무료화시킨 가족통합요금제를 내 놨다. 앞서 `퉁'요금제를 내 놓은 KT는 이 달 중 또 다른 충격적 내용을 담은 기자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단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또 어떤 파괴력을 지닌 내용들이 나올까.
어떤 면에선 걱정도 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가. 너무 많이 버리고 비워내다간, 공멸하는 것은 아닌가. 규제기관까지도 업계가 요청한 요금제 승인을 놓고 고민할 지경이다.
술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젠 채울 것이 걱정이다. 그 잔에 채우려하는 `어떤 것'을 가진 이들은 더 두렵다. 새로운 어떤 것이 창조되는 신 성장동력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타 영역의 서비스들이라면 통신3사의 비움은 창조를 위한 파괴가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그 자체의 파괴에 지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유료방송업계는 걱정이다. 방송이 통신서비스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구색상품으로 전략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제기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지금 관심사는 상당부분 자신들에게 있다. 방통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정통부 해체 과정에서 팔과 다리가 잘리고, 몸통까지 흩어져 이제 머리만 남았다"며 "더 이상 방통위는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언어에는 지독한 상실감이 묻어 있었지만, 이젠 어떻게 되더라도 얻을 것만 남았다는 일종의 기대감이 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에 의해 쓰여지고 있는 `신 통신삼국지' 안에서, 규칙을 만들고 갈등을 조율할 심판자 방통위마저도 그 생존의 역사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모두가 많은 것을 버리고 비워내, 이제 채울 것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 뿐, 새로 채울 것이 많지 않으니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