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 부장
돌이켜보면 재회(再會)는 아무런 대가없는 우연(偶然)의 선물만이 아니었다. 다시 만나야할 이유가 분명 존재했고, 최소한 세월이 만들어 내는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했다. 사람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버릴 수 없는, 혹은 버리지 않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우연마저도 수 없이 흐르는 치열한 날들, 기억과 싸우며 보내는 고통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명박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지은 2008년 1월 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IT분야 정부 기관과 기업, 협회 임원 등 500여 명이 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이날 정보통신부 마지막 장관으로 이름을 남긴 유영환 장관은 "십이간지 순서를 정할 때 원래 소가 1등이었지만 소뿔에 매달려왔던 쥐가 1등을 했다. 오늘 새 정부 조직 발표를 보면서 세상일은 소처럼 우직해서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뼈있는 말로 정통부 해체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날은 체신부에서 정통부로 이어지는 세월 속에, 정보통신계에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던졌다.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오늘은 사망하는 날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며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그 날 이후 그렇게 많던 `정보통신` 사람들은 곳곳으로 흩어졌다. 정보통신의 기능이 방송통신, 지식경제, 문화, 행정안전의 영역으로 분산되면서 사람도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새롭게 튼 둥지에서, 자신들의 정보통신에 대한 열정을 녹여내며 낯선 것들과 융합을 꿈꿨다. 이별은 새 인연을 찾고, 비움은 또 다른 것을 채우기 위한 약속이라 믿으며.
2010년 4월 13일, 2년 3개월여가 지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IT총괄 부처의 신설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해 정통부 해체에도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IT총괄 부처 신설 필요성 주장은 일견 당혹스러우면서도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의 발언 이후 그간 수면아래서 숨죽여 왔던 IT컨트롤타워 복원 논의가 표면화하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정리된 상대방에 대한 생각은 사뭇 다른 형태를 띤다. 어떤 이는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 운명이 다시 인연을 맺어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정통부 해체 이후 흩어진 사람들의 생각도 서로 다른 것 같다. IT총괄 행정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상당수가 공감하지만, 시큰둥하거나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별을 강요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재회냐고.
급변하는 시대에 IT통합부처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효율적인 행정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니까. 다만 그런 행정실험이 다시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흘러 소모적 논쟁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 날'의 기억과 함께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야 한다면 그 이유는 더 분명해야 한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끈적한 미련이나 화양연화(花樣年華)같은 과거추억 때문이라면, 이별 후 새로 선택한 삶에 충실하는 게 더 낫다.
재회를 위한 전제 조건, 그것은 다시 만나야하는 이유보다는 당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찾아야한다. 정통부를 해체했던 이유와 목적이 지금에 와서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면, 새로운 통합부처의 출범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지은 2008년 1월 16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IT분야 정부 기관과 기업, 협회 임원 등 500여 명이 정보통신인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이날 정보통신부 마지막 장관으로 이름을 남긴 유영환 장관은 "십이간지 순서를 정할 때 원래 소가 1등이었지만 소뿔에 매달려왔던 쥐가 1등을 했다. 오늘 새 정부 조직 발표를 보면서 세상일은 소처럼 우직해서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뼈있는 말로 정통부 해체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날은 체신부에서 정통부로 이어지는 세월 속에, 정보통신계에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던졌다. 윤동윤 전 체신부 장관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오늘은 사망하는 날이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날"이라며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그 날 이후 그렇게 많던 `정보통신` 사람들은 곳곳으로 흩어졌다. 정보통신의 기능이 방송통신, 지식경제, 문화, 행정안전의 영역으로 분산되면서 사람도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새롭게 튼 둥지에서, 자신들의 정보통신에 대한 열정을 녹여내며 낯선 것들과 융합을 꿈꿨다. 이별은 새 인연을 찾고, 비움은 또 다른 것을 채우기 위한 약속이라 믿으며.
2010년 4월 13일, 2년 3개월여가 지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IT총괄 부처의 신설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해 정통부 해체에도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IT총괄 부처 신설 필요성 주장은 일견 당혹스러우면서도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의 발언 이후 그간 수면아래서 숨죽여 왔던 IT컨트롤타워 복원 논의가 표면화하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정리된 상대방에 대한 생각은 사뭇 다른 형태를 띤다. 어떤 이는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 운명이 다시 인연을 맺어줄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정통부 해체 이후 흩어진 사람들의 생각도 서로 다른 것 같다. IT총괄 행정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상당수가 공감하지만, 시큰둥하거나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별을 강요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재회냐고.
급변하는 시대에 IT통합부처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효율적인 행정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니까. 다만 그런 행정실험이 다시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흘러 소모적 논쟁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 날'의 기억과 함께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야 한다면 그 이유는 더 분명해야 한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끈적한 미련이나 화양연화(花樣年華)같은 과거추억 때문이라면, 이별 후 새로 선택한 삶에 충실하는 게 더 낫다.
재회를 위한 전제 조건, 그것은 다시 만나야하는 이유보다는 당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찾아야한다. 정통부를 해체했던 이유와 목적이 지금에 와서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면, 새로운 통합부처의 출범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