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동안 간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일이다. 물리적 계산으로 50분 동안은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분 거리를 1시간동안 가보면 느끼지 못했던 뭔가 새로운 것들을 찾는다. 목표를 향해서만 내달리던 발걸음을 여섯 배 느리게 떼면 땅의 감촉과 하늘의 색, 바람의 숨소리를 느낀다.
1994년 정보통신부 이후 줄곧 숨가쁘게 내 달려왔던 지친 육신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함께 방송과 통신이 한 지붕 살림을 시작한 2008년 만신창이처럼 찢어지는 느낌이다. 너무 빨리 지나온 탓일까. 목표점 도달에 급급해 방치해뒀던 상처들이 곪아 고름을 터트린다. 조금의 여유만 찾았어도 다치지 않았을 테고, 다쳤더라도 소독약 발라 작은 상처로 끝났을 것을. 이젠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 팔과 다리를 잘라도 모자랄 정도로 깊숙이 파고든다. 엑스레이로도 보이지 않아 메스를 대고 가슴을 열어 상처의 끝을 찾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 관행처럼 당연시 돼 왔던 고객정보의 텔레마케팅 `유용'은 파렴치한 불법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영업정지의 철퇴를 맞는다. 소비자단체들은 고객정보를 함부로 다룬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통신업체와 장비납품업체간 비리의혹 사건은 그 결말이 두려울 정도다. 숨 가쁜 기술적 진화와 초고속으로 이뤄진 산업적 성장과정에서 우리 통신시장은 단 몇 년 동안 수십조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통신업체와 장비업체간 비리는 마음 한번 잘 못 먹으면 금방이라도 저질러질 수 있는 금단의 유혹과도 같았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도덕성을 갖춰야했다.
검찰수사의 방향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조사는 어느 선까지 이뤄질 것인가. 칼끝은 심장을 향하고, 금방이라도 찌를 태세다. 대체 어디까지 전이된 것인가. 치료는 가능한 것인가.
누구보다도 빨리, 남보다 여섯 배나 빨리 달려 1시간거리 10분만에 뛰어왔건만 내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 때문에 아무도 나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급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가치는 성장이 나타내는 수치에 있었고,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상처들은 작고 하찮게 여겨졌다.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지경이 된 지금에서야 내 몸을 살핀다. 시장의 한계, 융합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지금에서야 통신업계는 자신을 돌아본다.
방송통신의 새로운 규제기구 출범과 함께 지친 몸 추스르며 다시 투자를 본격화할 시점에 상처의 썩은 고름이 터져 나왔다. 개인의 부정축재이든 정치적 게이트이든, 초고속 성장과정에 노정됐던 부정비리라면 더 늦지 않게 터진 게 다행스러운지 모를 일이다. 죽는 날까지 모르고 가져갈 게 아니었다면, 도려낼 썩은 살점은 도려내야 새로운 피가 돌고, 심장은 다시 뜨겁게 뛸 수 있으리라.
느리게 사는 것이 게으르게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속도와 수치가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나,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전진하는 것도 의미 있다. 10분 거리 1시간동안 가기, 그 안에 흘러 보내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동안 간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답답하고 짜증스러울 일이다. 물리적 계산으로 50분 동안은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분 거리를 1시간동안 가보면 느끼지 못했던 뭔가 새로운 것들을 찾는다. 목표를 향해서만 내달리던 발걸음을 여섯 배 느리게 떼면 땅의 감촉과 하늘의 색, 바람의 숨소리를 느낀다.
1994년 정보통신부 이후 줄곧 숨가쁘게 내 달려왔던 지친 육신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함께 방송과 통신이 한 지붕 살림을 시작한 2008년 만신창이처럼 찢어지는 느낌이다. 너무 빨리 지나온 탓일까. 목표점 도달에 급급해 방치해뒀던 상처들이 곪아 고름을 터트린다. 조금의 여유만 찾았어도 다치지 않았을 테고, 다쳤더라도 소독약 발라 작은 상처로 끝났을 것을. 이젠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 팔과 다리를 잘라도 모자랄 정도로 깊숙이 파고든다. 엑스레이로도 보이지 않아 메스를 대고 가슴을 열어 상처의 끝을 찾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 관행처럼 당연시 돼 왔던 고객정보의 텔레마케팅 `유용'은 파렴치한 불법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영업정지의 철퇴를 맞는다. 소비자단체들은 고객정보를 함부로 다룬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통신업체와 장비납품업체간 비리의혹 사건은 그 결말이 두려울 정도다. 숨 가쁜 기술적 진화와 초고속으로 이뤄진 산업적 성장과정에서 우리 통신시장은 단 몇 년 동안 수십조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통신업체와 장비업체간 비리는 마음 한번 잘 못 먹으면 금방이라도 저질러질 수 있는 금단의 유혹과도 같았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도덕성을 갖춰야했다.
검찰수사의 방향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조사는 어느 선까지 이뤄질 것인가. 칼끝은 심장을 향하고, 금방이라도 찌를 태세다. 대체 어디까지 전이된 것인가. 치료는 가능한 것인가.
누구보다도 빨리, 남보다 여섯 배나 빨리 달려 1시간거리 10분만에 뛰어왔건만 내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 때문에 아무도 나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급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가치는 성장이 나타내는 수치에 있었고,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상처들은 작고 하찮게 여겨졌다.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지경이 된 지금에서야 내 몸을 살핀다. 시장의 한계, 융합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지금에서야 통신업계는 자신을 돌아본다.
방송통신의 새로운 규제기구 출범과 함께 지친 몸 추스르며 다시 투자를 본격화할 시점에 상처의 썩은 고름이 터져 나왔다. 개인의 부정축재이든 정치적 게이트이든, 초고속 성장과정에 노정됐던 부정비리라면 더 늦지 않게 터진 게 다행스러운지 모를 일이다. 죽는 날까지 모르고 가져갈 게 아니었다면, 도려낼 썩은 살점은 도려내야 새로운 피가 돌고, 심장은 다시 뜨겁게 뛸 수 있으리라.
느리게 사는 것이 게으르게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속도와 수치가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나,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전진하는 것도 의미 있다. 10분 거리 1시간동안 가기, 그 안에 흘러 보내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