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기 논설위원
대형 글로벌 소프트웨어(SW) 회사들의 인수합병(M&A) 발표가 연일 화제다. 예상 못했던 `빅 딜'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IBM과 HP가 큰 일을 저질렀다. IBM은 MRO소프트웨어와 파일네트를, HP는 머큐리인터액티브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세 회사 모두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빅 뉴스'였다.
글로벌 SW 업계의 M&A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 SW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리면서 협력사, 고객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M&A의 산업적 함의가 과거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대박'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면, 스타기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의 SAP,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의 BEA시스템즈, 공급망관리(SCM)의 i2테크놀로지, 고객관계관리(CRM)의 시벨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모두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춰 내놓은 신기술이 `대박'을 이룬 경우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이슈가 없다. 최근의 핫이슈인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업무프로세스관리(BPM), SaaS(Software as a Service), IT거버넌스 등은 모두 대박과 거리가 멀다. 잘 해야 극소수 기업이 캐시카우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나 될까.
두 번째는 니치 플레이어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불과 5년전만 해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은 11개 회사가 90%의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6개 회사가 시장을 쥐락펴락 한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불과 35개 회사가 75%의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2000년만 해도 120개 회사가 경쟁하던 곳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SW 가격모델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엔터프라이즈 SW 시장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80% 디스카운트(정가 대비)는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할인율 경쟁에 뛰어드는 업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정도 디스카운트는 대량 구매에 나서는 대기업의 몫이다. 앞으로는 50% 디스카운트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결국 SW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인데, 이는 수요자의 IT비용 압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용권(subscription) 모델 등 SW 라이선스모델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업의 IT부서의 대응전략도 고민거리다. 거대 SW 기업이 등장할수록 사용자 기업의 SW 관리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격은 오르고, IT인프라의 복잡성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ERP를 도입했지만, ERP가 기업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불과하다.
SW 업체들도 점점 더 장사하기 힘들다. 빈번한 M&A 환경에서는 SW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사장과 임직원들은 `파리 목숨'일 가능성이 높다. SW 유통업체도 과거에는 최적조합(Best―of―Breed)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외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M&A라는 변수 하나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외산과 경쟁하기 버거운 국산 솔루션 개발업체도 점점 더 힘들어진다.
대형 글로벌 소프트웨어(SW) 회사들의 인수합병(M&A) 발표가 연일 화제다. 예상 못했던 `빅 딜'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IBM과 HP가 큰 일을 저질렀다. IBM은 MRO소프트웨어와 파일네트를, HP는 머큐리인터액티브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세 회사 모두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빅 뉴스'였다.
글로벌 SW 업계의 M&A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 SW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리면서 협력사, 고객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M&A의 산업적 함의가 과거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대박'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시장을 선도하면, 스타기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의 SAP,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의 BEA시스템즈, 공급망관리(SCM)의 i2테크놀로지, 고객관계관리(CRM)의 시벨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모두 경영환경의 변화에 맞춰 내놓은 신기술이 `대박'을 이룬 경우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이슈가 없다. 최근의 핫이슈인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업무프로세스관리(BPM), SaaS(Software as a Service), IT거버넌스 등은 모두 대박과 거리가 멀다. 잘 해야 극소수 기업이 캐시카우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나 될까.
두 번째는 니치 플레이어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불과 5년전만 해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은 11개 회사가 90%의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6개 회사가 시장을 쥐락펴락 한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불과 35개 회사가 75%의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2000년만 해도 120개 회사가 경쟁하던 곳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SW 가격모델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엔터프라이즈 SW 시장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80% 디스카운트(정가 대비)는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할인율 경쟁에 뛰어드는 업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정도 디스카운트는 대량 구매에 나서는 대기업의 몫이다. 앞으로는 50% 디스카운트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결국 SW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인데, 이는 수요자의 IT비용 압박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용권(subscription) 모델 등 SW 라이선스모델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업의 IT부서의 대응전략도 고민거리다. 거대 SW 기업이 등장할수록 사용자 기업의 SW 관리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격은 오르고, IT인프라의 복잡성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ERP를 도입했지만, ERP가 기업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불과하다.
SW 업체들도 점점 더 장사하기 힘들다. 빈번한 M&A 환경에서는 SW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사장과 임직원들은 `파리 목숨'일 가능성이 높다. SW 유통업체도 과거에는 최적조합(Best―of―Breed)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외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M&A라는 변수 하나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외산과 경쟁하기 버거운 국산 솔루션 개발업체도 점점 더 힘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