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기 논설위원
논란을 거듭했던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ITA법)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많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의 끈질긴 법 제정 노력과 행정자치부와의 극적인 `대타협'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필자는 ITA법의 목적과 근거가 불분명한 만큼 전면 재검토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법 명칭과 달리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에 필요한 일부분(EA와 감리)만 담고 있을 뿐이다. 법 제정시 참조했던 미국 사례에 대한 고민과 검증도 부족했다.
전자정부법과의 관계도 여전히 모호하다. 법 취지대로 IT예산을 줄이고, 시스템간 상호운용성이 좋아진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1996년부터 연방정부에 EA를 적용해 온 미국의 지난 10년간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EA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IT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당국과 도입기관이 EA의 환상적인 측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목표를 분명하게 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EA 도입기관은 목표와 기대효과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EA 도입에 앞서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2~3년전 EA를 적용하기 시작한 대기업 사례를 잘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1년 내에 제출하도록 한 3개년간의 기본 계획에 자사(기관)만의 추진전략과 기대효과가 분명하게 녹아 있지 않다면,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부 인력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준비 작업을 선행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현재와 같은 어설픈 추진체계와 광범위한 적용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미국의 예산회계처(OMB), 연방EA프로그램관리조직(FEAPMO), 연방CIO협의회 등과 같은 체계적인 운영체계를 시급하게 갖춰야 한다. 행자부와 정통부로 이원화된 추진체계도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해야 한다.
500개 가까운 기관에 EA를 모두 적용한다는 것도 무리다. 현재 국내 EA 컨설팅 전문가는 많아야 수십명이다.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부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미국 연방정부가 진행하는 CIO유니버시티 같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부터 먼저 만들자.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부터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세 번째, EA와 IT프로젝트의 성공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부 감리 전문가들은 그래서 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황을 오도하는 것이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결과를 검증하는 감리 수준이 아닌 상설 프로젝트관리조직(PMO)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다. 일상적이고 종합적인 IT프로젝트 관리체계 속에 EA가 한 부분으로 접목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공공 IT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부족하다. 우리는 전자정부 31대 과제로 대표되는 중앙집중식 체계와 부처별 분권형 체계가 혼재돼 있다. 기관별 분권형에 OMB의 예산감독 기능이 결합된 미국식과 많이 다르다. 우리 정부의 IT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에 맞춰 EA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 없이 ITA법이 등장한 만큼 혼선이 불가피하다.
논란을 거듭했던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ITA법)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많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전문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부의 끈질긴 법 제정 노력과 행정자치부와의 극적인 `대타협'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필자는 ITA법의 목적과 근거가 불분명한 만큼 전면 재검토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법 명칭과 달리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영'에 필요한 일부분(EA와 감리)만 담고 있을 뿐이다. 법 제정시 참조했던 미국 사례에 대한 고민과 검증도 부족했다.
전자정부법과의 관계도 여전히 모호하다. 법 취지대로 IT예산을 줄이고, 시스템간 상호운용성이 좋아진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1996년부터 연방정부에 EA를 적용해 온 미국의 지난 10년간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EA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IT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당국과 도입기관이 EA의 환상적인 측면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목표를 분명하게 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EA 도입기관은 목표와 기대효과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EA 도입에 앞서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2~3년전 EA를 적용하기 시작한 대기업 사례를 잘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1년 내에 제출하도록 한 3개년간의 기본 계획에 자사(기관)만의 추진전략과 기대효과가 분명하게 녹아 있지 않다면,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부 인력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준비 작업을 선행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현재와 같은 어설픈 추진체계와 광범위한 적용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미국의 예산회계처(OMB), 연방EA프로그램관리조직(FEAPMO), 연방CIO협의회 등과 같은 체계적인 운영체계를 시급하게 갖춰야 한다. 행자부와 정통부로 이원화된 추진체계도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해야 한다.
500개 가까운 기관에 EA를 모두 적용한다는 것도 무리다. 현재 국내 EA 컨설팅 전문가는 많아야 수십명이다.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부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미국 연방정부가 진행하는 CIO유니버시티 같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부터 먼저 만들자.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부터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다.
세 번째, EA와 IT프로젝트의 성공은 완전히 별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일부 감리 전문가들은 그래서 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황을 오도하는 것이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결과를 검증하는 감리 수준이 아닌 상설 프로젝트관리조직(PMO)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다. 일상적이고 종합적인 IT프로젝트 관리체계 속에 EA가 한 부분으로 접목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공공 IT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부족하다. 우리는 전자정부 31대 과제로 대표되는 중앙집중식 체계와 부처별 분권형 체계가 혼재돼 있다. 기관별 분권형에 OMB의 예산감독 기능이 결합된 미국식과 많이 다르다. 우리 정부의 IT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에 맞춰 EA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 없이 ITA법이 등장한 만큼 혼선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