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내수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하면, IT강국 코리아는 단순한 IT 인프라 강국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21세기를 주도할 핵심 산업으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부상하고 있으나, 우리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아직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한 한 방편으로 디지털 타임스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원장 고현진)은 지난 3월부터 2개월 동안 9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 `디지털 콘텐츠 세계 시장을 간다'를 공동 진행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 권역별 시장에 대한 소개를 진행해 왔으며, 끝으로 이번에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의 바람직한 해외 진출 지원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 : 홍명호 디지털타임스 통신콘텐츠부장
패널 :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박상우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박지영 컴투스 사장
조성삼 조이온 회장
권택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
사회 = 반복되는 얘기지만 디지털 콘텐츠 분야는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다. 정부와 업계가 모두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더 큰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해외 시장 개척은 미진한 상황이다. 특히 협소한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기에 해외 시장 진출은 산업의 존폐와도 직결된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먼저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 본 뒤, 해외 진출을 위한 선결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이 좋겠다.
권택민 단장 = 지난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총 2420억 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디지털 영상, 모바일 콘텐츠 등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외 모두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약 8조500억원 규모로 약 4%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미주와 일본과 비교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 분야 트렌드는 크게 3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유통 채널 다변화이다. 콘텐츠 산업이 IT기술과 접목되면서 유통 방식이 아날로그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많은 콘텐츠들이 이제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 경쟁구도 역시 다각화되고 있다. 또 디지털 콘텐츠 관련 업체들은 대형화되거나, 수평ㆍ수직 구조화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산업간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의 대형화와 인수합병도 진행되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미디어 시장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송 시장에서는 방송사업자 간 경쟁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통신과 방송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산업과 기술 간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회 = 권 단장 말씀처럼 디지털 콘텐츠는 산업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 자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심상민 교수 =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콘텐츠도 컨버전스(융합)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IT 산업이 곧 콘텐츠 산업으로 융합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얹혀져야 디지털 상품이 완성되는 형태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연초 열린 다보스포럼이나 OECD 회의에서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후 상품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 같은 컨버전스 추세에 따라 기업들도 이제는 동반자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자체는 아직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외 디지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공공정보ㆍ학술ㆍ교육 및 생활 관련 콘텐츠 등은 미비한 상황이다.
한국은 IT 인프라가 이미 미디어 플랫폼까지 대체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술과 콘텐츠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IT와 콘텐츠의 균형을 잡아야할 시기다. 콘텐츠 시장 내부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 가는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관련 인프라가 고도화 돼 있기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 전략은 전 세계의 선례가 될 것이다.
사회 = 국내외 모두 디지털 콘텐츠 개발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콘텐츠 생산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박지영 사장 = 우리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성장의 배경이 된 인프라가 앞으로도 계속 진화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 만해도 지속적인 투자로 무선망 인프라를 고도화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은 시간에 좋은 인프라를 만들긴 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에는 한국 역시 불안한 상황이라고 본다. 특히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는 물론 디지털 콘텐츠 관련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개발사들의 경쟁력도 제고돼야 하는 데 사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콘텐츠 편중의 문제는 오히려 단순하다. 사용자들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 게임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엔터테인먼트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기업이 이를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 분야에 집중해서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편중 문제는 `특성화'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택민 단장 = 공감한다. 장르 편중을 얘기하기 전에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아날로그 산업 시대에는 게임이나 영상 분야를 서로 다른 시장으로 구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분류 체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재단하기 힘들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과거와 같이 `게임은 문화부', `통신은 정통부'와 같은 식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콘텐츠 장르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 시장이 커져갈 것이다. 이는 IT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콘텐츠 생산은 창작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IT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콘텐츠는 앞으로도 밀접하게 연동될 것이다.
박상우 교수 = 디지털 에코 시스템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고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 콘텐츠의 편중 문제가 제기된 것 같다. 에코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유통'이 바뀐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네트워크 컨수밍(Consuming)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미래의 콘텐츠 사용자는 A라는 콘텐츠를 통해 이와 연결된 B와 C라는 콘텐츠를 또 다시 소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콘텐츠 업체들은 벌써 이 고민을 하고 있다. 게임 퍼블리셔 EA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음악이 좋으면 곧 바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디지털 에코 시스템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축 콘텐츠'를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어느 것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컨수밍을 준비할 것인가가 해외 진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콘텐츠 장르의 편중 문제도 네트워크 컨수밍의 성향을 전체 시장으로 이끌어 내는 문제와 함께 고민하면 될 것이다.
디지털 에코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최근 `뉴미디어 시대 프로슈머'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 잡지에서 분석해 놓은 사례 대부분이 한국의 것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언론이나 블로그 등을 집중 분석했다. 어느 나라 보다 IT가 빨리 성장하면서 한국에는 벌써부터 프로슈머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외국에서는 벌써 이를 분석하면서 이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3번째로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익명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소비자를 마주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시장에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시장을 데려간다는 것이다.
또 한번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의 게임업체들이 이 같은 일을 가장 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단적으로 외국에는 청소년과 성인 등을 분류해 놓은 세분화된 콘텐츠 과금 모델이 없다.
이렇듯 아직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우리가 갖고 있는 IT 환경이 이후의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 냈다. 이를 다시 디지털에코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연결시켜 사업화 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일도 어렵지 많은 않을 것이다.
사회 = 우리의 IT 인프라와 디지털 콘텐츠 업계 잠재력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역량을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심상민 교수 = 콘텐츠 분야에서 신 시장을 찾자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략을 수립하고 풀어 가느냐 일 것이다. 디지털 생태계를 언급한 것은 과거 기계산업 시대에서도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세계를 움직인 것은 일본이었다. 정밀기계와 기술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원리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장르 구분으로 시장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IT 인프라와 네트워크형 콘텐츠가 일체화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열어 갈 때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IT839'정책을 보면 전체가 IT 정책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콘텐츠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봇 만해도 그렇다. 로봇이라는 기계 속에서 콘텐츠를 담지 못한다면 이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산업을 키울 때는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즉 콘텐츠 자체 시장만 겨냥할 것이 아니라 이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권택민 단장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수 시장의 레드오션을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서 블루 오션을 창출하면 될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디지털 콘텐츠 내수 시장은 8조원인데 기업체는 3400여개다. 이 중에서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이 80%가 넘는다.
우리 내수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해외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이제는 단순 수출이 아닌, 가치 사슬 속에 있는 모든 단위가 동반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솔루션과 콘텐츠ㆍ하드웨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현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심상민 교수 = 우리의 유통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였다. 온라인과 디지털에서의 유통은 포털에서 플랫폼화되고 있다. 이쪽에서는 조금만 더 힘을 축적한다면 글로벌 표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DMB나 IPTV 등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표준화 문제로 인해 헤매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실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상우 교수 = 실제 한국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가 미국에 진출해서 월매출 10억원에 달하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국산 온라인게임이 월매출 10억원을 올린 것은 최초의 사례다. 매출은 종량제 쿠폰에서 나온다. 이것은 한국에서 나온 유통 모델이다.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중에 게임이 가장 발달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서양권에서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엔씨가 성공사례가 있지만 이는 미국 사람을 고용해서 미국에서 개발한 콘텐츠다. `메이플'은 국내서 만든 게임으로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다. 매출 실적 외에도 외국 게임포럼이나 사이트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콘텐츠는 문화적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이건 틈새 시장이 있다. 이런 것을 알았다면 해외 진출이 좀더 용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우리가 해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공략한다면 일반적인 시장만 보아서는 오히려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하지만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특징은 아주 특정한 사용자를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디지털 콘텐츠가 해외에 나갈 때, `익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기에 실패했던 것이다. 이런 실패 사례를 참고한다면 우리의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성삼 회장 =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시장도 쉽지 않다. 각종 규제도 그렇지만 과금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내수 시장은 파이를 넓히는 일이 우선이다. 콘텐츠 객단가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또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려면 우선 자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성공 기업은 자금 부족을 느끼지 않겠지만 후발 주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에 대한 자금 시장의 시각도 여전히 냉정하다. 코스닥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올라가도 모을 수 있는 자금이 적다.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해외 진출에 앞서 선행돼야 할 일이다.
박상우 교수 = 콘텐츠 시장에 규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스스로 규제를 방치해 온 측면도 있다. 청소년 문제 만해도 게임 업계는 그동안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해외에서조차 한국의 온라인게임 문화를 비판하고 있을 정도임에도, 업계는 이 같은 비판에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자본의 문제는 또 다른 방법으로 풀어 볼 수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다양한 주체가 모여야 이뤄진다. 출판, 만화, 캐릭터, 완구, 게임 등을 하나의 제작위원회가 만드는 게 일본의 방식이다. 그런데 국내는 모든 것을 하나의 회사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콘텐츠 개발과 소유에 배타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2~3년 전부터 외국계 펀드도 많이 들어왔지만, 국내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를 두려워하고 있다. 회사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작은 회사에서는 이런 자금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면 자본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박지영 사장 = 해외 시장이 지금은 블루오션이겠지만 이 시장도 언젠가는 레드오션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인구가 작아서 먼저 레드오션이 된 것일 뿐이다. 즉, 국내가 레드오션이라 할 지라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해외를 버릴 수 없는 것처럼, 국내 시장도 다시 블루오션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해외 수출보다 앞서야 할 것 같다.
특히 콘텐츠 시장은 개인의 자질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기업은 개인의 경쟁력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끌어 내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것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 나가려면 유통 채널이 중요하다. 콘텐츠는 이제 유통 채널 속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유통 채널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금이나 제휴는 이를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또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 노하우나 브랜드를 보호하는 전략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등장한 많은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성공모델을 만들어 놓고 해외 업체들에게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회 = 해외진출 이전에 국내 경쟁력 강화와 인프라 구축, 수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국내 경쟁력 강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정부와 업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이 좋겠다.
심상민 교수 = 우선은 인력이다. 창의적 사고를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는 인력 또한 양극화돼 있다. 콘텐츠 업계에 부족한 인력을 푸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를 위해 IT 분야에 종사하는 다수의 고급 인력을 콘텐츠 분야에 재배치하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IT 분야는 오히려 고급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국가적으로 이들을 재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 것이다.
해외 진출 관련해서는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제조업과 디지털 콘텐츠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 시장에서는 오히려 메이저가 죽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를 갖춘 `미니 메이저'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덩치 큰 기업이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창조적 생산도 불가능하다. 어려움이 있는 유통이나 마케팅 부문은 협업을 추진하면 된다. 기업들은 덩치를 키우기 보다, 특색 있는 콘텐츠 하나에 집중하고 해외에 나갈 때는 협력 모델을 개발하면 된다.
박상우 교수 = 세계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EA의 비즈니스 전략은 강한 브랜드를 유지하고 창조적인 원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작은 개발사들과 IP를 사들이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 혁신적 요소가 없다면 레드오션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곳은 새로운 감각으로 시작하는 작은 회사들이다. 그래서 EA는 지금도 작은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은 크고 강한 회사와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큰 회사로 몰리면서 인력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작은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그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도 그렇다. 우 나라에서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을 사례로 남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이런 모델들 중 몇몇은 다른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경험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한국 콘텐츠 업체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산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조성삼 회장 = EA의 성장론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EA는 당초 여러 게임 업체들이 살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이후에도 EA는 M&A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고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렇게 지금은 5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실 다른 퍼블리셔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체간에도 신뢰가 없다. 내수가 잘돼야 해외서도 성공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의 내수 경쟁력은 강하다. 세계 톱 수준의 규제와 경쟁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체 만해도 콘텐츠 제작 기술뿐만 아니라 보안, SI, 네트워킹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자본이 국내 업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손은 잡기 위해서는 우선 투명해져야 한다. 경영과 회계 등 모든 것이 투명해야 협업도 투자도 이뤄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고 협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박지영 사장 =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 글로벌 테스트베드라는 점이다. 우리 시장에서 성공한 것들만 골라서 해외서 답습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테스트베드만 할 것인가. 이젠 우리 스스로 해외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큰 산업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성장할 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이 많이 거론되지만 모바일게임도 계륵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우리의 미래하면,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과감한 육성책이 필요하다.
권택민 단장 = 자본 시장의 문제, 기업들의 배타성, 정부의 규제, 인력난, 유통 채널의 부재, 브랜드, 기업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원론적인 얘기겠지만 규제나 진흥 측면에서 중복과 부처 이기주의가 많은 정책 수립과 집행 단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기존 산업 사회에서 가져왔던 산업 분류식 시각에 기인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게임 만해도 그렇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네트워크와 단말기를 통해 서비스 이용하는 가치 사슬 전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속에서 규제와 진흥을 얘기해야 한다.
진흥 측면에서 보면, 가치 사슬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저작물'(TEXT)이다. 해리포터라는 좋은 저작물이 만들어진 후 디지털화된 제작물(콘텐츠)이 생겨날 수 있다. 저작물 다음은 유통이 중시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콘텐츠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 관련 설비와 마케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해외에 독자 진출할 수 있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21개 업체들이 지원을 받았는데 최근엔 이들 가운데 독립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 외 해외 시장 정보를 국내 업체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본 유치와 협업을 돕기 위한 교육과 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산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박지영 사장 = 기업은 그 해의 계획에 따라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하다 보니 장기전략을 짜는 게 부족하다. 이런 일을 정부가 했으면 좋겠다. 우리 산업 내부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기업이 하기 힘든 일을 분담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는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물론, 업계와 정부 등 각기 다른 분야에 산재해 있는 의견을 종합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박상우 교수 =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지원사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다만 부족한 부문이 있다면 장기적인 것이다. 장기 전망이나 흐름을 개별 기업이 판단하긴 힘들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한편, 미시적 차원에서 개별 콘텐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BM)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도 필요할 것 같다. 국내 많은 콘텐츠 기업들은 자사 회원의 로그 데이터조차 분석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업 노하우를 축적하는 사업과 더불어 해외 시장의 특성을 구체화해서 알려 주는 리서치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심상민 교수 = 첨언하자면 우리 콘텐츠 시장에 불일치를 해소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시장을 이끌어 가는 소비자는 초등학생과 청소년이다. 그런데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성인이다.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안전하고 검증된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만 만들고 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면 말만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국방부에서 전산병으로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는 것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
정리=이택수기자@디지털타임스
사진/좌담회 전경.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박상우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박지영 컴투스 사장
조성삼 조이온 회장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하면, IT강국 코리아는 단순한 IT 인프라 강국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21세기를 주도할 핵심 산업으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부상하고 있으나, 우리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아직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한 한 방편으로 디지털 타임스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원장 고현진)은 지난 3월부터 2개월 동안 9회에 걸쳐 기획 시리즈 `디지털 콘텐츠 세계 시장을 간다'를 공동 진행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현황과 트렌드, 권역별 시장에 대한 소개를 진행해 왔으며, 끝으로 이번에 한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의 바람직한 해외 진출 지원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사회 : 홍명호 디지털타임스 통신콘텐츠부장
패널 :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박상우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박지영 컴투스 사장
조성삼 조이온 회장
권택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
사회 = 반복되는 얘기지만 디지털 콘텐츠 분야는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다. 정부와 업계가 모두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더 큰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해외 시장 개척은 미진한 상황이다. 특히 협소한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기에 해외 시장 진출은 산업의 존폐와도 직결된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먼저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 본 뒤, 해외 진출을 위한 선결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것이 좋겠다.
권택민 단장 = 지난해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총 2420억 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디지털 영상, 모바일 콘텐츠 등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외 모두 마찬가지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약 8조500억원 규모로 약 4%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미주와 일본과 비교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 분야 트렌드는 크게 3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유통 채널 다변화이다. 콘텐츠 산업이 IT기술과 접목되면서 유통 방식이 아날로그 시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많은 콘텐츠들이 이제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 경쟁구도 역시 다각화되고 있다. 또 디지털 콘텐츠 관련 업체들은 대형화되거나, 수평ㆍ수직 구조화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산업간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의 대형화와 인수합병도 진행되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미디어 시장과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송 시장에서는 방송사업자 간 경쟁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통신과 방송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산업과 기술 간 융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회 = 권 단장 말씀처럼 디지털 콘텐츠는 산업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 자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심상민 교수 =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콘텐츠도 컨버전스(융합)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IT 산업이 곧 콘텐츠 산업으로 융합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가 네트워크에 얹혀져야 디지털 상품이 완성되는 형태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연초 열린 다보스포럼이나 OECD 회의에서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후 상품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는 식이다. 이 같은 컨버전스 추세에 따라 기업들도 이제는 동반자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자체는 아직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외 디지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공공정보ㆍ학술ㆍ교육 및 생활 관련 콘텐츠 등은 미비한 상황이다.
한국은 IT 인프라가 이미 미디어 플랫폼까지 대체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술과 콘텐츠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IT와 콘텐츠의 균형을 잡아야할 시기다. 콘텐츠 시장 내부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는 가는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관련 인프라가 고도화 돼 있기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 전략은 전 세계의 선례가 될 것이다.
사회 = 국내외 모두 디지털 콘텐츠 개발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콘텐츠 생산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박지영 사장 = 우리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성장의 배경이 된 인프라가 앞으로도 계속 진화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 만해도 지속적인 투자로 무선망 인프라를 고도화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은 시간에 좋은 인프라를 만들긴 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에는 한국 역시 불안한 상황이라고 본다. 특히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는 물론 디지털 콘텐츠 관련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개발사들의 경쟁력도 제고돼야 하는 데 사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콘텐츠 편중의 문제는 오히려 단순하다. 사용자들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 게임 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개발사들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엔터테인먼트에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기업이 이를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 분야에 집중해서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편중 문제는 `특성화'의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택민 단장 = 공감한다. 장르 편중을 얘기하기 전에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아날로그 산업 시대에는 게임이나 영상 분야를 서로 다른 시장으로 구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분류 체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재단하기 힘들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과거와 같이 `게임은 문화부', `통신은 정통부'와 같은 식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콘텐츠 장르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 시장이 커져갈 것이다. 이는 IT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콘텐츠 생산은 창작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IT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콘텐츠는 앞으로도 밀접하게 연동될 것이다.
박상우 교수 = 디지털 에코 시스템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고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 콘텐츠의 편중 문제가 제기된 것 같다. 에코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유통'이 바뀐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네트워크 컨수밍(Consuming)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미래의 콘텐츠 사용자는 A라는 콘텐츠를 통해 이와 연결된 B와 C라는 콘텐츠를 또 다시 소비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콘텐츠 업체들은 벌써 이 고민을 하고 있다. 게임 퍼블리셔 EA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음악이 좋으면 곧 바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디지털 에코 시스템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축 콘텐츠'를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어느 것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컨수밍을 준비할 것인가가 해외 진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콘텐츠 장르의 편중 문제도 네트워크 컨수밍의 성향을 전체 시장으로 이끌어 내는 문제와 함께 고민하면 될 것이다.
디지털 에코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최근 `뉴미디어 시대 프로슈머'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 잡지에서 분석해 놓은 사례 대부분이 한국의 것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언론이나 블로그 등을 집중 분석했다. 어느 나라 보다 IT가 빨리 성장하면서 한국에는 벌써부터 프로슈머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외국에서는 벌써 이를 분석하면서 이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3번째로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익명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소비자를 마주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시장에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시장을 데려간다는 것이다.
또 한번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의 게임업체들이 이 같은 일을 가장 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단적으로 외국에는 청소년과 성인 등을 분류해 놓은 세분화된 콘텐츠 과금 모델이 없다.
이렇듯 아직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우리가 갖고 있는 IT 환경이 이후의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 냈다. 이를 다시 디지털에코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연결시켜 사업화 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일도 어렵지 많은 않을 것이다.
사회 = 우리의 IT 인프라와 디지털 콘텐츠 업계 잠재력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역량을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필요할 것 같다.
심상민 교수 = 콘텐츠 분야에서 신 시장을 찾자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략을 수립하고 풀어 가느냐 일 것이다. 디지털 생태계를 언급한 것은 과거 기계산업 시대에서도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세계를 움직인 것은 일본이었다. 정밀기계와 기술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원리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장르 구분으로 시장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IT 인프라와 네트워크형 콘텐츠가 일체화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열어 갈 때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IT839'정책을 보면 전체가 IT 정책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콘텐츠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봇 만해도 그렇다. 로봇이라는 기계 속에서 콘텐츠를 담지 못한다면 이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으로 산업을 키울 때는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즉 콘텐츠 자체 시장만 겨냥할 것이 아니라 이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권택민 단장 =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수 시장의 레드오션을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서 블루 오션을 창출하면 될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디지털 콘텐츠 내수 시장은 8조원인데 기업체는 3400여개다. 이 중에서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이 80%가 넘는다.
우리 내수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해외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이제는 단순 수출이 아닌, 가치 사슬 속에 있는 모든 단위가 동반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솔루션과 콘텐츠ㆍ하드웨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 현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심상민 교수 = 우리의 유통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였다. 온라인과 디지털에서의 유통은 포털에서 플랫폼화되고 있다. 이쪽에서는 조금만 더 힘을 축적한다면 글로벌 표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DMB나 IPTV 등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표준화 문제로 인해 헤매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분야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실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상우 교수 = 실제 한국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가 미국에 진출해서 월매출 10억원에 달하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국산 온라인게임이 월매출 10억원을 올린 것은 최초의 사례다. 매출은 종량제 쿠폰에서 나온다. 이것은 한국에서 나온 유통 모델이다.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중에 게임이 가장 발달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서양권에서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엔씨가 성공사례가 있지만 이는 미국 사람을 고용해서 미국에서 개발한 콘텐츠다. `메이플'은 국내서 만든 게임으로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다. 매출 실적 외에도 외국 게임포럼이나 사이트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콘텐츠는 문화적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나라이건 틈새 시장이 있다. 이런 것을 알았다면 해외 진출이 좀더 용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우리가 해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공략한다면 일반적인 시장만 보아서는 오히려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하지만 디지털 에코시스템의 특징은 아주 특정한 사용자를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디지털 콘텐츠가 해외에 나갈 때, `익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기에 실패했던 것이다. 이런 실패 사례를 참고한다면 우리의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성삼 회장 =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시장도 쉽지 않다. 각종 규제도 그렇지만 과금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내수 시장은 파이를 넓히는 일이 우선이다. 콘텐츠 객단가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다.또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려면 우선 자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성공 기업은 자금 부족을 느끼지 않겠지만 후발 주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게임에 대한 자금 시장의 시각도 여전히 냉정하다. 코스닥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올라가도 모을 수 있는 자금이 적다.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해외 진출에 앞서 선행돼야 할 일이다.
박상우 교수 = 콘텐츠 시장에 규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스스로 규제를 방치해 온 측면도 있다. 청소년 문제 만해도 게임 업계는 그동안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해외에서조차 한국의 온라인게임 문화를 비판하고 있을 정도임에도, 업계는 이 같은 비판에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자본의 문제는 또 다른 방법으로 풀어 볼 수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다양한 주체가 모여야 이뤄진다. 출판, 만화, 캐릭터, 완구, 게임 등을 하나의 제작위원회가 만드는 게 일본의 방식이다. 그런데 국내는 모든 것을 하나의 회사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콘텐츠 개발과 소유에 배타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2~3년 전부터 외국계 펀드도 많이 들어왔지만, 국내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를 두려워하고 있다. 회사를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작은 회사에서는 이런 자금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면 자본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박지영 사장 = 해외 시장이 지금은 블루오션이겠지만 이 시장도 언젠가는 레드오션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인구가 작아서 먼저 레드오션이 된 것일 뿐이다. 즉, 국내가 레드오션이라 할 지라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해외를 버릴 수 없는 것처럼, 국내 시장도 다시 블루오션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해외 수출보다 앞서야 할 것 같다.
특히 콘텐츠 시장은 개인의 자질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기업은 개인의 경쟁력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끌어 내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것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 나가려면 유통 채널이 중요하다. 콘텐츠는 이제 유통 채널 속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유통 채널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자금이나 제휴는 이를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또 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 노하우나 브랜드를 보호하는 전략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등장한 많은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성공모델을 만들어 놓고 해외 업체들에게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회 = 해외진출 이전에 국내 경쟁력 강화와 인프라 구축, 수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국내 경쟁력 강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정부와 업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이 좋겠다.
심상민 교수 = 우선은 인력이다. 창의적 사고를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는 인력 또한 양극화돼 있다. 콘텐츠 업계에 부족한 인력을 푸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를 위해 IT 분야에 종사하는 다수의 고급 인력을 콘텐츠 분야에 재배치하는 정책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IT 분야는 오히려 고급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국가적으로 이들을 재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 것이다.
해외 진출 관련해서는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제조업과 디지털 콘텐츠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시대 콘텐츠 시장에서는 오히려 메이저가 죽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를 갖춘 `미니 메이저'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덩치 큰 기업이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창조적 생산도 불가능하다. 어려움이 있는 유통이나 마케팅 부문은 협업을 추진하면 된다. 기업들은 덩치를 키우기 보다, 특색 있는 콘텐츠 하나에 집중하고 해외에 나갈 때는 협력 모델을 개발하면 된다.
박상우 교수 = 세계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EA의 비즈니스 전략은 강한 브랜드를 유지하고 창조적인 원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작은 개발사들과 IP를 사들이고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 혁신적 요소가 없다면 레드오션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곳은 새로운 감각으로 시작하는 작은 회사들이다. 그래서 EA는 지금도 작은 회사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은 크고 강한 회사와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큰 회사로 몰리면서 인력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 작은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그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도 그렇다. 우 나라에서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을 사례로 남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이런 모델들 중 몇몇은 다른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우리의 경험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한국 콘텐츠 업체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산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조성삼 회장 = EA의 성장론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EA는 당초 여러 게임 업체들이 살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이후에도 EA는 M&A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고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렇게 지금은 5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실 다른 퍼블리셔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체간에도 신뢰가 없다. 내수가 잘돼야 해외서도 성공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의 내수 경쟁력은 강하다. 세계 톱 수준의 규제와 경쟁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체 만해도 콘텐츠 제작 기술뿐만 아니라 보안, SI, 네트워킹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자본이 국내 업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손은 잡기 위해서는 우선 투명해져야 한다. 경영과 회계 등 모든 것이 투명해야 협업도 투자도 이뤄질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없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고 협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박지영 사장 =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 글로벌 테스트베드라는 점이다. 우리 시장에서 성공한 것들만 골라서 해외서 답습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테스트베드만 할 것인가. 이젠 우리 스스로 해외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큰 산업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성장할 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이 많이 거론되지만 모바일게임도 계륵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우리의 미래하면,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과감한 육성책이 필요하다.
권택민 단장 = 자본 시장의 문제, 기업들의 배타성, 정부의 규제, 인력난, 유통 채널의 부재, 브랜드, 기업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원론적인 얘기겠지만 규제나 진흥 측면에서 중복과 부처 이기주의가 많은 정책 수립과 집행 단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기존 산업 사회에서 가져왔던 산업 분류식 시각에 기인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중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게임 만해도 그렇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네트워크와 단말기를 통해 서비스 이용하는 가치 사슬 전체를 규제할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속에서 규제와 진흥을 얘기해야 한다.
진흥 측면에서 보면, 가치 사슬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저작물'(TEXT)이다. 해리포터라는 좋은 저작물이 만들어진 후 디지털화된 제작물(콘텐츠)이 생겨날 수 있다. 저작물 다음은 유통이 중시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콘텐츠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 관련 설비와 마케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해외에 독자 진출할 수 있는 국내 콘텐츠 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21개 업체들이 지원을 받았는데 최근엔 이들 가운데 독립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 외 해외 시장 정보를 국내 업체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본 유치와 협업을 돕기 위한 교육과 상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산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박지영 사장 = 기업은 그 해의 계획에 따라 매출을 올리는 데 주력하다 보니 장기전략을 짜는 게 부족하다. 이런 일을 정부가 했으면 좋겠다. 우리 산업 내부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기업이 하기 힘든 일을 분담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서는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물론, 업계와 정부 등 각기 다른 분야에 산재해 있는 의견을 종합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박상우 교수 =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지원사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다만 부족한 부문이 있다면 장기적인 것이다. 장기 전망이나 흐름을 개별 기업이 판단하긴 힘들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한편, 미시적 차원에서 개별 콘텐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BM)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도 필요할 것 같다. 국내 많은 콘텐츠 기업들은 자사 회원의 로그 데이터조차 분석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업 노하우를 축적하는 사업과 더불어 해외 시장의 특성을 구체화해서 알려 주는 리서치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심상민 교수 = 첨언하자면 우리 콘텐츠 시장에 불일치를 해소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시장을 이끌어 가는 소비자는 초등학생과 청소년이다. 그런데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성인이다.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안전하고 검증된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만 만들고 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면 말만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국방부에서 전산병으로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는 것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
정리=이택수기자@디지털타임스
사진/좌담회 전경.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
박상우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
박지영 컴투스 사장
조성삼 조이온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