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제품은 'NO' IT에도 명품이 있다
`일반적인 물건보다 뛰어난 물건.' 명품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뛰어나다는 것은 디자인과 가격, 성능 등 여러 가지 기준에서 판단될 수 있겠지만, 우선 다른 제품과 확연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며 장기간 철저한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통해 기획된 제품을 명품이라고 볼 수 있다.
까르띠에, 발리, 구찌, 페라가모,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는 명품의 대명사로 인식돼 있다. IT제품 중에도 이처럼 일반적인 제품이 아닌 명품이 존재한다. 대개 이런 제품들은 일반 소비자 주머니 사정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높지만, 이들 제품을 한번이라도 사용해봤다면 명품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마련이다.
AMD 시스템 사용자 모임인 `AMD 매니아' 운영자 김주년씨(26)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가히 명품이라 불릴만하다. AMD 애슬론64 FX-55 CPU, DFI-NF4 SLI-DI 주기판, 지포스-6800 GT 그래픽카드, PC케이스도 발열을 위해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된 고급 제품을 사용한다. 김씨의 PC시스템 가격은 CPU만 150만원이며 전체는 약 400만원. 용산전자상가에서 보급형 PC 7~8대는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일부 제품은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휴학생 신분인 김씨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위해 하나 둘씩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다 현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개인이 꾸밀 수 있는 최고 시스템 수준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시스템으로도 완벽한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길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직장인 이용훈(29)씨는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보급형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카메라를 팔고, 최고급 D-SLR을 장만했다. 이에 맞는 고급렌즈도 구입하다 보니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과 맞먹는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정작 이용훈씨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주저하기는 했지만, 제품 기능이 마음에 들고 하나를 사더라도 마음에 드는 제대로 된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 새 카메라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시계, 구두 등에 높은 값을 지불하고 만족감을 느끼듯이, 자신은 이번에 구입한 디지털카메라 같은 제대로 된 IT제품을 구입했을 때 만족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이외에 최신 게임폰, 5.1채널 오디오 시스템과 프로젝터로 구성된 홈씨어터를 갖추고 있다.
전통적으로 오디오 분야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명품 기기가 존재해 왔다.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는 케이블 가격이 수십 만원을 호가하며, 음질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 전원케이블은 100만원을 넘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 앰프, 스피커, CDP 등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집 전세 값 정도는 우습게 들어간다는 것이 오디오 매니아들 설명이다.
고급IT제품 사용자들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소모임이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히 진행해 친목도 두터운 편이다. 이 커뮤니티들은 보급형 제품 사용자가 상위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고급 IT제품 사용자들은 자칫 사용자간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인터뷰하는 내내 자신들 모습이 왜곡된 모습으로 전달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이나 학생이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IT제품에 대한 관심이나 전문지식이 일반인들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필요 없는 부문의 지출을 철저히 자제하고 장기간동안 계획을 세워 조금씩 돈을 모아 제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또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제품을 중고로 처분한 뒤 새 제품을 구입하는 알뜰한 소비형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이용훈씨 같은 경우 새 카메라를 장만하기 위해 수년간 모은 해외 DVD를 200장 가까이 처분했으며, 김주년씨도 새로운 PC부품을 구입하기 위해 기존 부품을 싸게 처분한 뒤 , 아르바이트 비와 용돈을 함께 모아서 제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조건적인 고급제품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제품은 제품을 통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만족하는 제품은 아니다"라며 "단순한 고급사용자가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판단하고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IT명품 사용자"라고 말했다.
이형근기자@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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