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유통·사용자 상생합의 절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 〓네티즌에 대한 평가에 앞서 현행 지적재산권법이 콘텐츠 산업이나 저작권 보호 환경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3가지 정도 언급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산업에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 그리고 생산과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가의 문제 등입니다.
많은 이들이 불법복제 문제와 관련해 법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에 개정된 이래 저작권법은 자주 바뀌었습니다. 외국의 권고도 많이 받아 들였습니다. 산업과 기술을 꾸준히 따라왔다는 얘기죠. 따라서 제도가 산업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인식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법복제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인식은 대단히 성숙돼 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 혹은 유통업체들은 `왜 불법복제를 하게 놔두는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는가를 되물어야 하며, 유통업자나 소비자들과 합당한 방식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콘텐츠 가격의 문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아날로그 상품과 달리 원가 개념도 없을 뿐더러 공급과 수요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에서도 저작권자와 콘텐츠 생산자 소비자들은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는 상호간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실 네티즌이 말하는 정보 공유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합니다. 이는 헌법상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이자 알권리인 반면 생산자나 창작자는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두 개의 권리간 접점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시동호회에서 토론회를 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시 한편을 올렸다고 합시다. 이를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동호회 회원들은 크게 반발할 것입니다. 공부를 위해 시 한편 올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면 직업 시인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 입니다. 점점 시집을 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시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시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올려 버리면 그 누구도 시집을 돈내고 사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프로 작가는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표현의 자유와 정보 공유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창작과 생산의 기반을 없애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네티즌의 53.6% 이상이 인터넷 상에서 영상물을 불법으로 복제 유통하는 것을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90%는 영화 산업에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답자의 60%는 한두 차례 이상 불법 영상물을 교환하거나 다운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운로드를 한 네티즌들의 큰 명분은 `정보공유'였고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1.8%에 달했습니다. `해당 산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10%나 나왔습니다. 정보공유에 대한 명분이 잘못 쓰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듭니다. 불법복제를 이대로 두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 분명한 데 산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성찬 의장 〓애로 사항이 많다. 최근 불법복제로 인해 회사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하는 이 때에 잘된다는 콘텐츠 분야에서 복제로 인해 업체들이 무너지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불법복제 방지는 연합회 주 업무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불법복제 방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복제 근절을 위한 홍보와 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들은 회원사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 업계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해 마케팅 관련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회 〓최근 문광위 국회의원이나 정부 중앙부터 장관까지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네티즌'의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반발에 대한 설득이 필요합니다. 네티즌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성찬 의장 〓우리 회원사들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직접 네티즌들과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네티즌의 반발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정부와 네티즌 모두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콘텐츠는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이 만들어져야 생산과 소비 과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인 기업들은 무엇보다 이익을 중시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인 네티즌에게도 콘텐츠 수익모델이 만들어져야 안정적인 사용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서희덕 회장 〓최근 한류의 마감을 예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체적인 소득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류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음악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가수가 중국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면 몇 억원을 벌겠지만, 음원을 수출하게 되면 수십년 동안 수십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의 시작이 바로 국내에서 저작권 보호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네티즌들이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투자의 개념에서 접근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최경수 실장 〓개인적으로는 네티즌을 어떻게 설득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예컨대 모바일을 보면, PC를 살 때와 달리 핸드폰은 하드웨어는 저렴합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매월 수만원대의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여기서 불법복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네티즌들은 설득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닙니다. 저심위에서 저작권 보호 의식을 조사한 결과(710여명 대상) 96.7%가 저작권은 보호해야 한다고 답했고, 저작권법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저작권 침해 사례인 업로드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12% 정도만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80%가 넘는 네티즌들은 모두 건전한 사용자들인 셈입니다.
따라서 네티즌의 항의나 주장은 `설득'으로 풀 문제라기 보다 앞서 제기했던 것처럼 3가지 측면에서 상호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불법복제의 범위에 합의하고, 상호 요구되는 유통 방식에 합의하고, 가격에 합의하면 모두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희덕 회장 〓아무리 홍보나 계도 활동을 많이 한다 해도 유통업체들이 유료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저작권자와 유통사들이 역할을 회피했을 때 복제문제가 심각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불법복제 문제는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자와 유통사에게도 책임이 있는 문제입니다. 복제 방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쓰는 것은 결국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불법을 하게끔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회 〓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적 보호 장치가 채택하기가 어려운 기술인가요.
◇최영호 본부장 〓실제 설문 데이터하고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상품이 있고 통신 인프라 위에서 가입자들에게 판매하는 상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의 상품에 대한 복제로 인한 `죄의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상하겠지만 후자의 경우가 죄의식이 훨씬 덜합니다.
비즈니스 환경으로 보았을 때 이 같은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이미 공짜로 써왔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DRM을 쓰는 것 보다도 사용자들에게 복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필요하다면 학교 교육이라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약 6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DMB를 핵심으로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다매체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대표적인 콘텐츠인 음악과 영상은 기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습니0다. 이 정도가 되면 가격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데.
◇서희덕 회장 〓 90년대 초반 이문세 새 앨범이 나왔을 때 CD값을 10% 올렸습니다. 이 때문에 소매상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문세 팬들이 항의를 해서 업체들이 결의했던 불매 운동이 무산됐습니다. 문화콘텐츠 시장은 박리다매의 원칙이 적용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오프라인에서도 콘텐츠 가격은 모두 다릅니다. 온라인 또한 그렇게 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가치에 따른 가격이며, 철저하게 공급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사회 〓 가격이 높을수록 복제를 많이 할 수 있으므로, 다 매체 시대가 되고 수익원이 다양해지면 가격을 낮춤으로써 복제의 필요를 원천 봉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영호 본부장 〓 가격에 대한 것은 정부나 기관에서 언급하기는 힘듭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입니다. 다만 과거에 통신 분야는 대부분 종량제 상품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비용 회수가 이뤄지면, 정액제로 갈 수 있습니다. 음원 등의 서비스도 초기 종량제로 가다 나중에 정액제로 가는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합리적인 가격 산정을 위해서는 협회 등에서의 원가 계산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최경수 실장 〓 가격 문제는 단순하게 보아야 합니다. 가격은 생산자가 정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비싸면 안사면 됩니다. 정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닙니다. 유료 서비스 업체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무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생산자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사회 〓 해외를 보면 미국에도 저작권이 강화되고 있고, 일본도 유럽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서도 `넷파라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데, 국내 보호 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최경수 실장 〓 최상위급 수준입니다. 일부의 경우 미국 보다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저작권 보호 정책이 솜방망이라서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지켜지지가 않아서 사업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그러나 권리자나 서비스 업체 중 누가 됐든 최종 소비자인 네티즌과 대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작권자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중간 매개자들(유통사)과 얘기만 잘 하면 대부분 해결될 문제입니다. P2P는 좀 다르기 때문에 최근 이슈가 되는 것입니다. 국내서도 일부 저작권자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 불법복제가 10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처벌하기도 힘든 대상이고 인식전환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최경수 실장 〓 우선 불법을 합법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중단하게 하던가 사이트를 내리던가, 아니면 돈을 내라든가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저작권자와 사업자들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영호 본부장 〓 불법인줄 알면서도 온오프라인 복제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 실장의 지적처럼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명백하게 불법인 것은 형사처벌하고, 그게 아니면 민사로 합의를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10대 청소년에게도 이런 교육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 각각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향후 사업 계획은 어떠합니까.
◇박성찬 의장 〓 연합회에서는 먼저 우리부터 돈을 내고 쓰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합회 회원들이 모바일 분야에서 지불하는 저작권료가 국내 전체 저작권료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이 같은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원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다운받다가 웹에서 받고 있고, 이를 또 공유하면서 회원사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사용자를 대상으로한 교육과 홍보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자체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희덕 회장 〓 많은 부분에서 업계가 정부에 너무 많이 기대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작권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정부를 끌어 들여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지재권 사업 모델이 나올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을 만들면 되고, 사업자들은 사업자끼리 열심히 합의해서 사업하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음제협은 콘텐츠산업연합회 측의 사업을 지지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최영호 본부장 〓 음제협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저작권은 이권과 관련된 일이며, 이는 사업자끼리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권에 개입해서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는 다만 기술적인 보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서희덕 회장 〓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것은 권리자들입니다. 권리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보호해 준단 말입니까. 사실 권리자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 〓 올해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인 저작권법 및 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핵심은 권리자나 유통사ㆍ사용자 모두 서로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그 바탕 하에서 적정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 성장은 권리자와 유통사ㆍ사용자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는 3자간 협력을 통해 건전한 콘텐츠 유통과 불법 복제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산업계ㆍ네티즌들과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 〓네티즌에 대한 평가에 앞서 현행 지적재산권법이 콘텐츠 산업이나 저작권 보호 환경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3가지 정도 언급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산업에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저작권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 그리고 생산과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가의 문제 등입니다.
많은 이들이 불법복제 문제와 관련해 법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에 개정된 이래 저작권법은 자주 바뀌었습니다. 외국의 권고도 많이 받아 들였습니다. 산업과 기술을 꾸준히 따라왔다는 얘기죠. 따라서 제도가 산업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인식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법복제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인식은 대단히 성숙돼 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 혹은 유통업체들은 `왜 불법복제를 하게 놔두는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는가를 되물어야 하며, 유통업자나 소비자들과 합당한 방식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콘텐츠 가격의 문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아날로그 상품과 달리 원가 개념도 없을 뿐더러 공급과 수요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에서도 저작권자와 콘텐츠 생산자 소비자들은 공급과 수요를 맞추려는 상호간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실 네티즌이 말하는 정보 공유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존재합니다. 이는 헌법상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이자 알권리인 반면 생산자나 창작자는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두 개의 권리간 접점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시동호회에서 토론회를 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시 한편을 올렸다고 합시다. 이를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동호회 회원들은 크게 반발할 것입니다. 공부를 위해 시 한편 올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면 직업 시인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 입니다. 점점 시집을 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시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시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올려 버리면 그 누구도 시집을 돈내고 사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프로 작가는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표현의 자유와 정보 공유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창작과 생산의 기반을 없애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네티즌의 53.6% 이상이 인터넷 상에서 영상물을 불법으로 복제 유통하는 것을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90%는 영화 산업에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답자의 60%는 한두 차례 이상 불법 영상물을 교환하거나 다운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운로드를 한 네티즌들의 큰 명분은 `정보공유'였고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1.8%에 달했습니다. `해당 산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10%나 나왔습니다. 정보공유에 대한 명분이 잘못 쓰여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듭니다. 불법복제를 이대로 두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 분명한 데 산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성찬 의장 〓애로 사항이 많다. 최근 불법복제로 인해 회사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하는 이 때에 잘된다는 콘텐츠 분야에서 복제로 인해 업체들이 무너지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불법복제 방지는 연합회 주 업무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회원사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불법복제 방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복제 근절을 위한 홍보와 교육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들은 회원사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 업계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해 마케팅 관련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회 〓최근 문광위 국회의원이나 정부 중앙부터 장관까지 공청회나 간담회를 통해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네티즌'의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반발에 대한 설득이 필요합니다. 네티즌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성찬 의장 〓우리 회원사들은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직접 네티즌들과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네티즌의 반발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정부와 네티즌 모두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콘텐츠는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이 만들어져야 생산과 소비 과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인 기업들은 무엇보다 이익을 중시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인 네티즌에게도 콘텐츠 수익모델이 만들어져야 안정적인 사용 문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서희덕 회장 〓최근 한류의 마감을 예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체적인 소득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류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음악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가수가 중국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면 몇 억원을 벌겠지만, 음원을 수출하게 되면 수십년 동안 수십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의 시작이 바로 국내에서 저작권 보호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네티즌들이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투자의 개념에서 접근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최경수 실장 〓개인적으로는 네티즌을 어떻게 설득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예컨대 모바일을 보면, PC를 살 때와 달리 핸드폰은 하드웨어는 저렴합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매월 수만원대의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여기서 불법복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네티즌들은 설득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닙니다. 저심위에서 저작권 보호 의식을 조사한 결과(710여명 대상) 96.7%가 저작권은 보호해야 한다고 답했고, 저작권법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저작권 침해 사례인 업로드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12% 정도만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80%가 넘는 네티즌들은 모두 건전한 사용자들인 셈입니다.
따라서 네티즌의 항의나 주장은 `설득'으로 풀 문제라기 보다 앞서 제기했던 것처럼 3가지 측면에서 상호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불법복제의 범위에 합의하고, 상호 요구되는 유통 방식에 합의하고, 가격에 합의하면 모두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희덕 회장 〓아무리 홍보나 계도 활동을 많이 한다 해도 유통업체들이 유료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저작권자와 유통사들이 역할을 회피했을 때 복제문제가 심각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불법복제 문제는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자와 유통사에게도 책임이 있는 문제입니다. 복제 방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쓰는 것은 결국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불법을 하게끔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회 〓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적 보호 장치가 채택하기가 어려운 기술인가요.
◇최영호 본부장 〓실제 설문 데이터하고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파는 상품이 있고 통신 인프라 위에서 가입자들에게 판매하는 상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의 상품에 대한 복제로 인한 `죄의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상하겠지만 후자의 경우가 죄의식이 훨씬 덜합니다.
비즈니스 환경으로 보았을 때 이 같은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이미 공짜로 써왔던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DRM을 쓰는 것 보다도 사용자들에게 복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필요하다면 학교 교육이라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지난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약 6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DMB를 핵심으로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다매체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대표적인 콘텐츠인 음악과 영상은 기본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습니0다. 이 정도가 되면 가격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데.
◇서희덕 회장 〓 90년대 초반 이문세 새 앨범이 나왔을 때 CD값을 10% 올렸습니다. 이 때문에 소매상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문세 팬들이 항의를 해서 업체들이 결의했던 불매 운동이 무산됐습니다. 문화콘텐츠 시장은 박리다매의 원칙이 적용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오프라인에서도 콘텐츠 가격은 모두 다릅니다. 온라인 또한 그렇게 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가치에 따른 가격이며, 철저하게 공급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사회 〓 가격이 높을수록 복제를 많이 할 수 있으므로, 다 매체 시대가 되고 수익원이 다양해지면 가격을 낮춤으로써 복제의 필요를 원천 봉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영호 본부장 〓 가격에 대한 것은 정부나 기관에서 언급하기는 힘듭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문제입니다. 다만 과거에 통신 분야는 대부분 종량제 상품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비용 회수가 이뤄지면, 정액제로 갈 수 있습니다. 음원 등의 서비스도 초기 종량제로 가다 나중에 정액제로 가는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합리적인 가격 산정을 위해서는 협회 등에서의 원가 계산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최경수 실장 〓 가격 문제는 단순하게 보아야 합니다. 가격은 생산자가 정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비싸면 안사면 됩니다. 정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닙니다. 유료 서비스 업체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무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생산자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사회 〓 해외를 보면 미국에도 저작권이 강화되고 있고, 일본도 유럽도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서도 `넷파라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데, 국내 보호 수준은 어느정도인가요.
◇최경수 실장 〓 최상위급 수준입니다. 일부의 경우 미국 보다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저작권 보호 정책이 솜방망이라서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지켜지지가 않아서 사업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그러나 권리자나 서비스 업체 중 누가 됐든 최종 소비자인 네티즌과 대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작권자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중간 매개자들(유통사)과 얘기만 잘 하면 대부분 해결될 문제입니다. P2P는 좀 다르기 때문에 최근 이슈가 되는 것입니다. 국내서도 일부 저작권자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 불법복제가 10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처벌하기도 힘든 대상이고 인식전환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최경수 실장 〓 우선 불법을 합법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중단하게 하던가 사이트를 내리던가, 아니면 돈을 내라든가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저작권자와 사업자들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영호 본부장 〓 불법인줄 알면서도 온오프라인 복제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최 실장의 지적처럼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명백하게 불법인 것은 형사처벌하고, 그게 아니면 민사로 합의를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10대 청소년에게도 이런 교육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 각각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향후 사업 계획은 어떠합니까.
◇박성찬 의장 〓 연합회에서는 먼저 우리부터 돈을 내고 쓰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합회 회원들이 모바일 분야에서 지불하는 저작권료가 국내 전체 저작권료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이 같은 비중이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원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다운받다가 웹에서 받고 있고, 이를 또 공유하면서 회원사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사용자를 대상으로한 교육과 홍보 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자체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희덕 회장 〓 많은 부분에서 업계가 정부에 너무 많이 기대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작권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정부를 끌어 들여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지재권 사업 모델이 나올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을 만들면 되고, 사업자들은 사업자끼리 열심히 합의해서 사업하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음제협은 콘텐츠산업연합회 측의 사업을 지지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최영호 본부장 〓 음제협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저작권은 이권과 관련된 일이며, 이는 사업자끼리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정부가 이권에 개입해서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는 다만 기술적인 보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서희덕 회장 〓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것은 권리자들입니다. 권리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보호해 준단 말입니까. 사실 권리자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 〓 올해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인 저작권법 및 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핵심은 권리자나 유통사ㆍ사용자 모두 서로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그 바탕 하에서 적정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 성장은 권리자와 유통사ㆍ사용자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는 3자간 협력을 통해 건전한 콘텐츠 유통과 불법 복제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산업계ㆍ네티즌들과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