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WGIG' 등 국제사회도 표준화 매진 통일비용으로 북한 정보화지원 생각할때 장애인ㆍ노인 등 소외계층 교육 선행돼야
좌담회-자국어 인터넷주소를 통한 정보격차해소 방안
사회 - 장윤옥 팀장 <디지털타임스 문화산업팀장>
참석 - 최기호 교수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회장, 상명대학교 교수>
천강식 박사 <유엔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 그룹(WGIG) 한국대표>
김익규 국장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국회연구모임 사무국장>
◇사회= 디지털타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정보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을 위한 기획 시리즈를 진행해 왔다. 오늘 좌담회는 지난 3개월 동안 이뤄져 왔던 논의를 정리하고, 정보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해 보고자 한다. 지역과 세대ㆍ계층 전반 걸쳐 나타나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익규 국장 = 정부 차원에서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연구 모임을 발족, 운영하고 있다. 총 49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전병헌 국회의원이 초대 대표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조병태 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발족 이후 14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으나, 정보격차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단순히 PC 몇 대를 지원하는 게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탁상 행정이 많았고 정책 사각 지대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회 모임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모임 초창기에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으나 지금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특별법이 있는 데, 이 또한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작업의 핵심은 법에 구체적인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기존 법에는 권고 사항이 많았다. 강제력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많았다.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보조기기를 지급하는 것 만해도 그렇다. 법이 만들어진 지 3년만에야 실태 파악을 위한 연구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개정 법률은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인 정통부나 산하기관(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 개정에 어려움이 없진 않다. 한 국가의 복지 수준은 국민소득에 맞춰지게 마련인데,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요구 사항의 일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합의만 도출되면 빠른 시일 내에 법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사회 = 국제 사회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정보격차 문제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나.
◇천강식 박사 = 유엔도 인터넷 시대 정보격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 해소를 위해 인터넷의 다국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은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발전해 왔다. 물론 그에 따른 수혜는 영어권 국가에서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자는 게 유엔의 생각이다.
실제 정보격차 해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주부 대상 인터넷 교육을 해본 적이 있다. 컴퓨터를 켜는 것조차 두려워할 만큼 주부들의 정보화 수준이 심각했다는 데 놀랐다.
유엔은 전 세계 어떤 사람이든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보격차 해소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 그룹'(WGIG)을 만들었고 정보격차 해소를 연구 작업을 시작했다.
영문으로만 쓰고 있는 인터넷 주소를 다국어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 연구 작업이다. 유엔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다국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리포트가 오는 7월경 나올 예정이다. 보고서 하나가 개별 국가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국들의 자국어 인터넷 사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 = 국제사회에서도 정보격차 해소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한글의 정보화나 한글 문화권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 정체성 문제도 정보격차 해소와 큰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데...
◇최기호 교수 = 한글은 세대간 문제보다는 지역적 정보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통일 시대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북한과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국어정보학회만 해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중국 심양에서 북한ㆍ미국ㆍ일본의 언어학자들과 `다국어 정보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 자리에서도 정보격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북쪽과 남쪽의 정보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의 문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남과 북의 정보격차로 인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남과 북 학자들은 통일에 앞서 북한을 정보화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통일 비용은 이런데 써야한다. 정보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도 강하기 때문에 정보화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북측도 환영할 것이다.
◇사회 = 국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국장 =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남북한 정보격차 해소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정보화에 의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전달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국내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문제와 북한 정보 격차 문제 해소는 또 다른 문제이다. 통일 비용을 사용하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최 교수 = 중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기술과 자금을 중국에 지원하고 중국이 북한을 가르치게 하는 방식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북한과의 정보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사회 = 국내외 적으로 정보격차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결국 정보기술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IT강국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정보격차 해소 방법 또한 IT 선진국인 우리가 노하우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천 박사 = 세계 각 국을 돌아다녀 보면 선진국은 각 나라별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프랑스나 이태리는 패션이다. 독일은 자동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것이 IT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보다 한발 앞선 IT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브랜드화하고 이것으로 2-3만불 시대를 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IT 기업들이 기술 기부나 기여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이 같은 일은 국제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일이며, 특히 IT 선도국가의 이미지를 심는 일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해당 국가와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보격차 해소에 나서는 일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실제로 유엔은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또한 범 국가적인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을 결성하려 하고 있다. 이 포럼에는 국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와 같은 형태의 유엔 기구를 한국이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은 아직 국제기구의 사무국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나 아프리카에도 있는 유엔 기구가 한국에는 없다. 우리의 강점은 IT이다. 그렇다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유엔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이 나서야할 일이다. 이를 통해 세계 정보격차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산업적인 성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정보격차 문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문화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 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말씀해달라.
◇최 교수 = 우선 정보격차란 용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쪽에서는 정보격차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최근 학술대회에서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하더라. 정보교류나 정보공유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말을 했다. 일리가 있다. 정보격차 국가나 계층이라고 하면 기분 나쁠 수 있다. 우리도 용어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김 국장 = 앞으로 정보격차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특히 소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노인 정보화 문제는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국민들의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이들을 단순히 수준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인터넷의 역기능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세대간의 격차는 집에서 일어난다. 인터넷을 모르는 어머니는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만 한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은 주부 정보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이 분야는 정보격차 해소가 가장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세대간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 또한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세대간, 지역간, 남북간 정보격차 해소 문제는 국회에서도 큰 숙제이다. 정책은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고, 그러하다 보니 지적을 받고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 교수 = 가정 내 정보 격차 해소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교육은 절실하다. 정보격차로 가정내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가족관계가 느슨해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국장= 가정내 정보격차 해소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청소년보호위원회다. 이를 통해 한차례 주부 대상 교육을 한 적이 있었는 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방송에서도 드라마만 틀지 말고 이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보 취약 지역은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기관과 연대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보려하고 있으나,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이같은 사각지대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사회 = 가정 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교재 개발이나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시는 듯 하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제언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 말씀 해 달라.
◇김 국장 = 정보격차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 실업 문제와 연관지어 해결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보격차 해소 교육을 위한 강사 양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동남아 등 IT 산업이나 정보화 필요성이나 요구가 있는 지역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 박사 =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국제화되고 있다. 정보격차에서 파생되는 문제인 음란 콘텐츠 같은 경우 우리만 막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것도 유엔에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선진국이다. 그동안 얻은 경험을 다른 세계에 나눠준다면 국가 간 정보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우리의 IT 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접속료 부문에서 후진국과 선진국 간 불합리한 요금 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를 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 콘텐츠나 주소에서도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잇다. 이 같은 것들을 상품으로 패키징해서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방안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 = 정보격차 해소는 단절된 사람과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정 내 정보격차 해소나 남북 간 정보격차 해소 모두가 동일한 문제이다. 한글 인터넷 주소나 자국어 인터넷 주소 등의 방법을 통해 조금씩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가야할 것이다. 또 한글을 사용하면 금전적으로도 이익이다. 인터넷을 할 때 `WWW'를 치면 미국으로 돈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을 치면 이 같은 비용이 없어진다.
◇김국장 =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글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론과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할 것이 남아 있다. 표준화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단계이다. 이를 민관이 같이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러게만 된다면 한글 인터넷은 우리의 또 다른 IT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인터넷 주소 정책은 미국이 휘어잡고 있으나, 이 같은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천 박사 = 유엔에서도 다국어 인터넷을 위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한국에 좋은 솔루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ITU 총회에서도 이 것이 거론된 적이 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의 기술로 세계 각 국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다국어 솔루션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고 이같은 장점을 살려 세계 시장에 나간다면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다국어 인터넷을 위한 세계적인 표준화도 중요하지만 국내서도 표준화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
◇천 박사 = 공감한다. 특정 기업의 아이디어를 채택하자는 얘기는 아니므로 열린 공간에서 바람직한 정보격차 해소 솔루션(한글 인터넷 솔루션)의 표준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최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게다가 오픈 아키텍처이다. 우리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정보격차 또한 그런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템은
◇사회 = 오늘 이 자리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도 더욱 심도 깊은 논의와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좌담회-자국어 인터넷주소를 통한 정보격차해소 방안
사회 - 장윤옥 팀장 <디지털타임스 문화산업팀장>
참석 - 최기호 교수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회장, 상명대학교 교수>
천강식 박사 <유엔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 그룹(WGIG) 한국대표>
김익규 국장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국회연구모임 사무국장>
◇사회= 디지털타임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정보격차 해소 방안을 모색을 위한 기획 시리즈를 진행해 왔다. 오늘 좌담회는 지난 3개월 동안 이뤄져 왔던 논의를 정리하고, 정보격차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해 보고자 한다. 지역과 세대ㆍ계층 전반 걸쳐 나타나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익규 국장 = 정부 차원에서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연구 모임을 발족, 운영하고 있다. 총 49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전병헌 국회의원이 초대 대표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조병태 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발족 이후 14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으나, 정보격차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단순히 PC 몇 대를 지원하는 게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탁상 행정이 많았고 정책 사각 지대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회 모임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모임 초창기에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으나 지금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특별법이 있는 데, 이 또한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작업의 핵심은 법에 구체적인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기존 법에는 권고 사항이 많았다. 강제력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많았다.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보조기기를 지급하는 것 만해도 그렇다. 법이 만들어진 지 3년만에야 실태 파악을 위한 연구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개정 법률은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인 정통부나 산하기관(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 개정에 어려움이 없진 않다. 한 국가의 복지 수준은 국민소득에 맞춰지게 마련인데,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요구 사항의 일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합의만 도출되면 빠른 시일 내에 법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사회 = 국제 사회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정보격차 문제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나.
◇천강식 박사 = 유엔도 인터넷 시대 정보격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 해소를 위해 인터넷의 다국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은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발전해 왔다. 물론 그에 따른 수혜는 영어권 국가에서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자는 게 유엔의 생각이다.
실제 정보격차 해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주부 대상 인터넷 교육을 해본 적이 있다. 컴퓨터를 켜는 것조차 두려워할 만큼 주부들의 정보화 수준이 심각했다는 데 놀랐다.
유엔은 전 세계 어떤 사람이든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정보격차 해소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 그룹'(WGIG)을 만들었고 정보격차 해소를 연구 작업을 시작했다.
영문으로만 쓰고 있는 인터넷 주소를 다국어로 쓸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 연구 작업이다. 유엔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다국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리포트가 오는 7월경 나올 예정이다. 보고서 하나가 개별 국가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국들의 자국어 인터넷 사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 = 국제사회에서도 정보격차 해소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한글의 정보화나 한글 문화권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 정체성 문제도 정보격차 해소와 큰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데...
◇최기호 교수 = 한글은 세대간 문제보다는 지역적 정보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통일 시대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북한과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국어정보학회만 해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중국 심양에서 북한ㆍ미국ㆍ일본의 언어학자들과 `다국어 정보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 자리에서도 정보격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북쪽과 남쪽의 정보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의 문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남과 북의 정보격차로 인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남과 북 학자들은 통일에 앞서 북한을 정보화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통일 비용은 이런데 써야한다. 정보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도 강하기 때문에 정보화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북측도 환영할 것이다.
◇사회 = 국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 국장 = 국회에서도 지난해 10월 남북한 정보격차 해소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정보화에 의향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전달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국내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문제와 북한 정보 격차 문제 해소는 또 다른 문제이다. 통일 비용을 사용하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최 교수 = 중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북한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기술과 자금을 중국에 지원하고 중국이 북한을 가르치게 하는 방식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북한과의 정보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사회 = 국내외 적으로 정보격차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결국 정보기술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IT강국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정보격차 해소 방법 또한 IT 선진국인 우리가 노하우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는가.
◇천 박사 = 세계 각 국을 돌아다녀 보면 선진국은 각 나라별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프랑스나 이태리는 패션이다. 독일은 자동차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것이 IT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남보다 한발 앞선 IT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브랜드화하고 이것으로 2-3만불 시대를 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IT 기업들이 기술 기부나 기여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이 같은 일은 국제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일이며, 특히 IT 선도국가의 이미지를 심는 일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해당 국가와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보격차 해소에 나서는 일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실제로 유엔은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또한 범 국가적인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을 결성하려 하고 있다. 이 포럼에는 국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와 같은 형태의 유엔 기구를 한국이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은 아직 국제기구의 사무국을 하나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나 아프리카에도 있는 유엔 기구가 한국에는 없다. 우리의 강점은 IT이다. 그렇다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유엔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이 나서야할 일이다. 이를 통해 세계 정보격차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산업적인 성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정보격차 문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문화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 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말씀해달라.
◇최 교수 = 우선 정보격차란 용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쪽에서는 정보격차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최근 학술대회에서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하더라. 정보교류나 정보공유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말을 했다. 일리가 있다. 정보격차 국가나 계층이라고 하면 기분 나쁠 수 있다. 우리도 용어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김 국장 = 앞으로 정보격차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등장할 것이다. 특히 소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노인 정보화 문제는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국민들의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이들을 단순히 수준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인터넷의 역기능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세대간의 격차는 집에서 일어난다. 인터넷을 모르는 어머니는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만 한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은 주부 정보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이 분야는 정보격차 해소가 가장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세대간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 또한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세대간, 지역간, 남북간 정보격차 해소 문제는 국회에서도 큰 숙제이다. 정책은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고, 그러하다 보니 지적을 받고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 교수 = 가정 내 정보 격차 해소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교육은 절실하다. 정보격차로 가정내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가족관계가 느슨해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국장= 가정내 정보격차 해소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청소년보호위원회다. 이를 통해 한차례 주부 대상 교육을 한 적이 있었는 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방송에서도 드라마만 틀지 말고 이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보 취약 지역은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기관과 연대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보려하고 있으나,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이같은 사각지대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사회 = 가정 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교재 개발이나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시는 듯 하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제언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 말씀 해 달라.
◇김 국장 = 정보격차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인 실업 문제와 연관지어 해결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보격차 해소 교육을 위한 강사 양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동남아 등 IT 산업이나 정보화 필요성이나 요구가 있는 지역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 박사 =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국제화되고 있다. 정보격차에서 파생되는 문제인 음란 콘텐츠 같은 경우 우리만 막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것도 유엔에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선진국이다. 그동안 얻은 경험을 다른 세계에 나눠준다면 국가 간 정보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우리의 IT 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접속료 부문에서 후진국과 선진국 간 불합리한 요금 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국제사회에 문제 제기를 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인터넷 콘텐츠나 주소에서도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잇다. 이 같은 것들을 상품으로 패키징해서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방안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 = 정보격차 해소는 단절된 사람과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정 내 정보격차 해소나 남북 간 정보격차 해소 모두가 동일한 문제이다. 한글 인터넷 주소나 자국어 인터넷 주소 등의 방법을 통해 조금씩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가야할 것이다. 또 한글을 사용하면 금전적으로도 이익이다. 인터넷을 할 때 `WWW'를 치면 미국으로 돈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을 치면 이 같은 비용이 없어진다.
◇김국장 =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글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론과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할 것이 남아 있다. 표준화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단계이다. 이를 민관이 같이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러게만 된다면 한글 인터넷은 우리의 또 다른 IT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인터넷 주소 정책은 미국이 휘어잡고 있으나, 이 같은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천 박사 = 유엔에서도 다국어 인터넷을 위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한국에 좋은 솔루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ITU 총회에서도 이 것이 거론된 적이 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의 기술로 세계 각 국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다국어 솔루션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고 이같은 장점을 살려 세계 시장에 나간다면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 다국어 인터넷을 위한 세계적인 표준화도 중요하지만 국내서도 표준화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
◇천 박사 = 공감한다. 특정 기업의 아이디어를 채택하자는 얘기는 아니므로 열린 공간에서 바람직한 정보격차 해소 솔루션(한글 인터넷 솔루션)의 표준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최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게다가 오픈 아키텍처이다. 우리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정보격차 또한 그런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템은
◇사회 = 오늘 이 자리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도 더욱 심도 깊은 논의와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