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 특성 고려한 정보화기기 전무
충청남도 연기군 과수마을. 멀리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고 마을회관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다. 마을회관 창문사이로 보이는 것은 컴퓨터가 설치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 여기에는 선생님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를 하고 있다.
"자.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되죠?"(선생님)
"보내기를 눌러요"(학생 모두)
그 가운데 한 할머니 학생이 질문한다. "선생님. 우표는 어디다 붙이는 데유"
최근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오는 모 통신기업의 광고다. 이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을 알리기 위한 광고지만, 이 광고 속에는 정보화에 소외돼 있는 농촌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격차=삶의 질 격차'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이제 정보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노력은 어떻게 진행돼 왔으며, 어떻게 이 격차를 해소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하는 등 정보 접근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정부지원이 필요=시각 장애인인 A씨는 요즘 은행 일을 보기가 여의치 않다. 특히 은행 업무가 끝나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금자동인출기가 대부분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어 뭐를 눌려야 할지 알 수 없다. 타인의 도움을 받을 경우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노출돼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다. 게다가 집안에서 편안하게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해도 금융기관들이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장치를 만들지 않아 무리가 있다.
이처럼 정보화기기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으나, 노인？장애인들이 정보화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복지에 앞장서야 하는 공공기관조차도 장애인이나 노인을 배려한 홈페이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조차도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라도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지적이다.
황주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 움직임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이들은 접근의 장애가 아니라 사용의 장애를 갖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무엇이 문제인가=최근 정부는 제4차 정보격차해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정보격차해소 사업에 정보통신부？교육인적자원부？행정자치부 등 12개 부처에서 총 3047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을 제정, 정보소외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등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정부의 각부처가 앞다퉈 정보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03년을 기준으로 1999년 대비 연령별 격차는 43.2%포인트(p), 학력별 격차는 43.1%p, 소득별 격차는 25.1%p가 더 확대됐다.
장애인의 정보소외는 훨씬 심각하다. 이 달 초 세계적인 시장조사 분석기관인 IDC가 전 세계 5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 세계 정보화지수(ISI: Information Socie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정보화지수는 4계단 상승하며 8위에 올라 아시아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그러나 장애인 정보화 지수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일반인과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놓고 볼 때 정보화 지수 3위에 랭크된 미국은 14.8%p, 10위인 영국은 21%p수준이지만 8위의 한국은 무려 37.9%p에 이른다.
이와 관련 정보문화진흥원은 "정부가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에 맞는 특성화된 기기와 콘텐츠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이나 컴퓨터 보급 등 하드웨어에만 치중된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어촌을 위해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마을정보센터가 문이 닫혀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하는 게 통신사업자나 컴퓨터 판매업체, 시스템통합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주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정보화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계층별에 따라 특성화된 정보화 교육과 기기 보급이 필요하다"며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강가에 데려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까지 먹여줄 수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연기군 과수마을. 멀리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고 마을회관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다. 마을회관 창문사이로 보이는 것은 컴퓨터가 설치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 여기에는 선생님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를 하고 있다.
"자. 그 다음에 어떻게 하면 되죠?"(선생님)
"보내기를 눌러요"(학생 모두)
그 가운데 한 할머니 학생이 질문한다. "선생님. 우표는 어디다 붙이는 데유"
최근 공중파 방송을 통해 나오는 모 통신기업의 광고다. 이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을 알리기 위한 광고지만, 이 광고 속에는 정보화에 소외돼 있는 농촌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격차=삶의 질 격차'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이제 정보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노력은 어떻게 진행돼 왔으며, 어떻게 이 격차를 해소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하는 등 정보 접근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정부지원이 필요=시각 장애인인 A씨는 요즘 은행 일을 보기가 여의치 않다. 특히 은행 업무가 끝나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금자동인출기가 대부분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어 뭐를 눌려야 할지 알 수 없다. 타인의 도움을 받을 경우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노출돼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다. 게다가 집안에서 편안하게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해도 금융기관들이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장치를 만들지 않아 무리가 있다.
이처럼 정보화기기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으나, 노인？장애인들이 정보화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노인？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복지에 앞장서야 하는 공공기관조차도 장애인이나 노인을 배려한 홈페이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조차도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라도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지적이다.
황주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정보격차 해소 움직임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이들은 접근의 장애가 아니라 사용의 장애를 갖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무엇이 문제인가=최근 정부는 제4차 정보격차해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정보격차해소 사업에 정보통신부？교육인적자원부？행정자치부 등 12개 부처에서 총 3047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을 제정, 정보소외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복지 등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정부의 각부처가 앞다퉈 정보격차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03년을 기준으로 1999년 대비 연령별 격차는 43.2%포인트(p), 학력별 격차는 43.1%p, 소득별 격차는 25.1%p가 더 확대됐다.
장애인의 정보소외는 훨씬 심각하다. 이 달 초 세계적인 시장조사 분석기관인 IDC가 전 세계 5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4 세계 정보화지수(ISI: Information Socie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정보화지수는 4계단 상승하며 8위에 올라 아시아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그러나 장애인 정보화 지수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일반인과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놓고 볼 때 정보화 지수 3위에 랭크된 미국은 14.8%p, 10위인 영국은 21%p수준이지만 8위의 한국은 무려 37.9%p에 이른다.
이와 관련 정보문화진흥원은 "정부가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에 맞는 특성화된 기기와 콘텐츠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이나 컴퓨터 보급 등 하드웨어에만 치중된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어촌을 위해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 놓은 마을정보센터가 문이 닫혀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초고속망을 깔고 컴퓨터를 보급하는 게 통신사업자나 컴퓨터 판매업체, 시스템통합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주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정보화를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계층별에 따라 특성화된 정보화 교육과 기기 보급이 필요하다"며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강가에 데려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까지 먹여줄 수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