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활성화·원천기술 확보 관건
'표준배포판' 정부부터 솔선수범
정보통신부가 공개 소프트웨어(SW) 활성화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최근 핵심시스템에 리눅스를 채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리눅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그동안 국내외 주요 리눅스 레퍼런스를 현장취재한 `리눅스 베스트 레퍼런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리눅스 도입 경위와 효과, 보완할 점 등 리눅스 사용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국내에서 여전히 팽배한 리눅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이제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국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리눅스를 주저없이 채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원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리눅스 활성화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갖고 리눅스 확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 사용자 각 영역에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 패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고현진 원장, 수원여대 권희춘 교수, 전국리눅스유저그룹 김태용 회장, 한국IBM 이상호 실장, 와우리눅스 정수영 사장 (가나다 순)
* 사회 : 김승룡 디지털타임스 기자
* 장소 : 디지털타임스 회의실
시장활성화·원천기술 확보 관건
◇사회=본격적인 토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리눅스 활성화가 왜 필요한지를 짚어봤으면 한다. 또 리눅스의 현주소는 어떤가.
◇고현진 원장=시장 활성화가 리눅스의 첫 번째 명제다. 기술개발, 인력양성, 유통, 브랜드 활성화 등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시장이 먼저다. 리눅스뿐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나 기술도 시장에 진입하면서 겪는 문제가 바로 초기수요 발굴이다. 캐즘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얼리어댑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총량을 보면, 현 시점이 IT에 투자를 전력할 여건이 안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투자 총량이 부족하면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의 국산화가 거론된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하려면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시장 활성화와 원천기술 확보라는 장기적 투자의 관점을 가지고 사용자와 공급자간 인식의 궤도를 맞춰가야 한다. 공개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선도적 시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 무형자산, 즉 SW 대한 가치인식의 문제도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공급자나 사용자나 정책입안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경제의 모멘텀을 이야기 할 때 IT가 빠질수 없는데,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을 쓰면서 위험부담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은 자세에 문제가 있다.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로 더 이상 벤치마킹할 곳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직접 해야한다. 인프라는 벤치마킹할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위험감수를 못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사회=정부의 공개 SW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고현진=공개 SW 정책은 임베디드ㆍ서버ㆍ데스크톱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신성장동력중 하나인 임베디드는 다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뉘는데, 프론트엔드는 새로운 정보단말기의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으로 더 이상 해외에 로열티 안주고 단말기나 각종 차세대 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IT 발전상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만큼 임베디드 SW를 육성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본다.
이럴 때 리눅스로 공개 SW를 채택하면 큰 기회가 된다. 백엔드쪽 서비스는 정보단말기처럼 새로운 것은 아니나 색다른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버 쪽은 기존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특히 웹서버를 중심으로 리눅스는 검증이 많이 되어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회=최근 리눅스에 대한 수요자쪽 분위기는 어떤가. 리눅스 관련 벤더들의 행보는 빨라진 것 같은데, 수요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는지 궁금한데.
◇이상호 실장=IBM은 4년 전부터 전사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리눅스만 놓고 보면 지난 한 해의 변화가 엄청나다. 이는 정보통신부나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오픈소스 드라이브 덕분이다.
궁극적으로 리눅스도 시장 경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동감한다. 하지만 리눅스는 여전히 신규 전략사업이고 인큐베이팅을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부터 씨앗을 뿌려야 한다. 참고로 90년 초부터 유닉스 사업을 해왔는데 리눅스와 공통점이 많다. 15년 전이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유닉스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현재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닉스 시장이 크다. 이는 한국이 얼리어댑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정부가 타이콘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닉스를 같이 개발한 덕도 크다. 90년대에 국내에 유닉스 커널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요인들이 시장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이다. 유닉스와 같은 과정이 리눅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업체들 관점에서 보면 올해부터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리눅스팀을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IBM 입장에서는 SI가 움직이는 것을 또 다른 신호로 해석한다. SI는 `사람장사'라 돈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는데, 이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리눅스가 돈이 된다는 뜻이다. 수요처 측면에서는 최근들어 전사적으로 리눅스 도입을 선언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본격적인 리눅스 비즈니스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요자적 측면에서는 리눅스에 대한 편견이 잔존하고 있다. 여전히 웹서버나 인프라 구조상의 운영체제(OS)로 머물러 있고 부족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수영 사장=일단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글로벌 벤더의 변화다. 리눅스를 블록별로 보면 유럽, 아시아, 북미로 나뉘는데 이중 아시아 시장은 현재 도약기다. 특히 한국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벤더들의 정확한 리눅스 전략이 공개되고 있고 2000년부터 진행된 정부 정책이 차츰 실효를 거두고 있다.
또 하나는 MS의 라이선스 정책이나 저작권 문제가 언급되다보니,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눅스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기에도 불구하고 SI나 솔루션 업체들이 시장을 창출할 수요처가 아직 미약하다. 검증이 됐음에도 수요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연구개발(R&D)센터나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되었고, 벤처에서도 서버 위주로 사용해왔다. 최근들어 글로벌 IT벤더들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하면서 리눅스 솔루션ㆍ서비스ㆍSI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가 지나 경기가 활성화되면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요가 10%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1차 수요처는 공공기관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IT투자를 한다면 정부는 투자대비효과(ROI)를 명확히 해야 하는 만큼 공개 SW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기업들의 수요는 서서히 발굴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국내 리눅스 시장이 움직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 시점에서 리눅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은 뭐라고 생각하나.
◇권희춘 교수=사용자의 인식 부족을 먼저 꼽고 싶다. 현재 SW는 대부분 맞춤형으로 되어 있다. 특히 MS의 경우 맞춤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이 마약처럼 MS제품에 젖어있는 상태다. 환경이 바뀌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바뀌기는 쉽지 않다. 또 바꾸겠다고 하더라도 어떤 리눅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하는지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어쨌든 초기투자 비용이 적게 들어 리눅스를 도입했다고 치자. 이를 책임지고 유지보수할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솔루션 개발, 인력양성을 통해 이 고리를 끊어야한다.
◇김태용 회장=7년 간 리눅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사업자나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사실 4년 전 공개SW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쪽에 요구했는데, 4년 만에 만들어졌다. 정책을 살펴보면, 일단 리눅스의 기술적 측면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너무 광범위하고 거시적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사용자나 개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자용 플랫폼 자체도 표준화가 미흡하다. 최근 플랫폼 표준화 작업을 하고있는데, OS를 위한 커널도 중요하지만 MS와의 경쟁을 고려해 어떠한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적용할지 수요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표준배포판` 정부부터 솔선수범
◇사회=배포판 표준 리눅스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고현진=초기에 와우리눅스와 리눅스코리아 등이 모여서 논의를 했다. 여기서 표준 배포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봤지만, 여전히 정부는 고민중이다. 일단 모델을 정해야한다. OS를 사고 팔지 말자는 것이 배포판의 핵심이다. 리눅스 기업들은 유지보수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해야 하지만 이 문제는 특정기업이 하기에 버겁고, 그렇게 할 경우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외 교역 문제도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중립적이면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버ㆍ데스크톱ㆍ임베디드까지 가면 사업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아 토발즈 같은 사람이 자문역할을 해줘야할 것 같다.
◇권희춘=정부가 만들어서 이를 상업적으로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다. 정부가 돈을 써서 만들었는데,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만 혜택을 볼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또 커널 2.4와 2.6 중 어디로 갈지도 결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시스템도 32비트와 64비트중 어느 쪽으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정수영=사실 배포판 제작은 일반 기업이 맡기는 어렵다. 3∼5년동안 매년 약 5억원이 드는데 이를 감당할 국내 리눅스 업체는 없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이를 지원한다. 배포판은 정부가 만들어 정부가 쓴다는 개념이 깔려있는 것이다. 기업은 배포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김태용=미지리눅스를 4년 전 국민PC에 설치해 판매했던 사례가 있는데 PC업체의 부도로 실패했다. 이를 다시 시도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OS는 소스 자체가 공개된 것이고, OS 개발과 배포는 정부에서 주도하되 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경쟁하도록 하면 된다.
◇사회=리눅스의 기술지원 문제도 자꾸만 거론되고 있는데.
◇정수영=공개SW는 주체가 누구냐, 어떻게 사느냐, 누가 지원할거냐는 3가지 문제가 항상 수반된다. 원칙대로라면 SW든 뭐든 상품은 공급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리눅스처럼 자기가 설치해 쓸 경우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반면 사용자는 누군가 책임을 져주길 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SI업체나 큰 기업들은 손익계산을 한다.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이를 바꿔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정부다. 정부가 쓰려면 SI가 확실한 기술지원을 해야한다. 기술지원의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모델을 살펴봤는데, 독일정부는 전산원에 오더를 줄 때 되도록 공개 SW로 만들라고 요구한다. 이를 정부 소스 창고에 올려놓고 각 지방정부가 가져다 쓰도록 한다. 문제가 생기면 전산원이 발주사의 책임 소재를 물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도록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실제로 기술지원은 기업이 하겠지만 이를 연계하는 인프라는 정부가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권희춘=당장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 인터넷 수능강의용 스트리밍 서버, 전자정부 등에서 공개 SW 채택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어떤 업체도 이를 핸들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쪽에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쉽지않다. 제안을 하자면 각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나 서버 구축에 정부에서 공개 SW를 자연스럽게 권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조달청에서 SW를 구매하는데 업체들에게 행망용 SW를 납품할 때 MS와 리눅스 2가지 버전으로 제품을 납품토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용 SW 채택에서 혜택을 줘야한다. 이렇게 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부 부처 쪽의 리눅스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고현진=정부의 권고안을 만들기 위해 당국자들과 미팅을 했는데, 일단 리눅스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직자들이 리눅스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솔직히 공개 SW가 비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T경기가 나빠서 다른 분야는 인력이 남아도는데 공개 SW는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다. 결국 SW는 싸지만 인건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가 될 때와 비교해야 합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외국 벤더들과 협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자정부 31개 과제 중 2개만 리눅스를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나머지 과제도 접목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기에 국산만 고집하다가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
◇사회=리눅스 기술지원에 대한 IBM의 입장은.
◇이상호=지난 10년 간 인터넷이 혁명적으로 발전했는데, 이는 기술이 뛰어나거나 표준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시장에서 커뮤니티로서 기반을 갖추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리눅스가 오늘날 성장하는 것도 사실 오픈소스의 강점을 통해 인터넷과 같은 폭발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기술지원 관점은 심플하다. IBM을 통해 리눅스를 채택한 사용자는 IBM이 하드웨어, SW, OS를 모두 지원해주길 바란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IBM이 배포판을 만들어 리눅스 비즈니스를 하면 되는 것이다. 유닉스도 오픈소스이었지 않나. 그러나 문제는 모든 하드웨어업체들이 OS를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상호 호환이 안된다는 점이다.
IBM은 IT 인프라 전체에서 OS를 단순화하기 위해 리눅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리눅스 전문업체와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커뮤니티형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예전에는 한 기업의 경쟁력을 논했는데, 지금은 한 기업이 얼마나 많은 파트너와 커뮤니티를 이루며 협업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관점에서 IBM은 다양한 리눅스 지원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한국 내 소프트웨어개발사(ISV) 파트너를 지원할 계획이다.
참고로 리눅스 기술지원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개 SW는 라이선스로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쪽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국내 고객들의 마인드가 부족하다. 처음 시장활성화 단계에서는 투자 의사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리눅스 서비스 모델이 정착할 수 있도록 홍보가 강화되어야할 것이다. 그래야 리눅스 업체들도 시장논리에 의해 경쟁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사회=리눅스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업체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기존의 경쟁력 있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어떤가.
◇정수영=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SI업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SI업체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기존의 IT 프로젝트가 100억원이라면 SI가 60억을 가지고 40억원은 하청을 주는 구조다. 리눅스로 하면 절대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비용구조 역시 4대 6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용의 분산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SI업체 과장과 중소업체 과장은 인건비나 운영비용이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리눅스에서는 SI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군침만 흘리고 할지 말지를 따질 게 아니라 절대 비용이 줄어든 만큼 SI업체의 비용구조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고현진=리눅스의 문제점을 언급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SW 전체의 문제점과도 뒤섞인다. 하지만 둘은 구분해야 한다. SW 산업을 일으켜 성공한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밖에 없다. IT는 글로벌화가 빠르고 또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SW 산업이 어려운 것은 이것이 지식산업이고 3만∼4만 달러의 소득을 가진 나라에서야 비로소 산업화가 되기 때문이다. 1만 달러 사회 구조에서는 SW 산업의 활성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SW 산업을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일찍 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성장동력인 이상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5년이나 10년간의 장기계획 세우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SW 산업 자체가 최근 어려워지고 있다. IBM이 온디맨드를 들고나온 이유를 보자. 이는 공급자의 논리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말하자면 물질특허식으로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다. 이를 뒤집어보면 공급자의 논리를 멋지게 포장하는 측면이 있다.
리눅스의 서비스 모델도 이처럼 바뀔 수 있다. 과거 메인프레임 시절 서비스와 윈도의 서비스는 비교가 안된다. 메인프레임은 비싼 반면 직원이 상주하면서 토털서비스를 제공했다. IT의 서비스 모델은 바뀌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저가의 셀프서비스형 기술인 리눅스는 시대의 요청인 셈이다.
◇이상호=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추가하면, IBM이 추산한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48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900개 정도 된다.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또 오라클, SAP 등 메이저 업체가 리눅스를 지원하고 은행이나 제조업체의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에도 리눅스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IT 전체의 워크로드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워크로드를 만드는 시장이나 산업체의 수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OS 가운데 유닉스 워크로드를 리눅스로, 또 MS를 리눅스로 옮기는 것이 강조되다 보니 진입장벽을 체험하는 것이다.
◇고현진=리눅스 활성화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개발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중이다. 정통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권희춘=학생들에게 리눅스를 가르치지만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업체들은 전문인력이 없다고 한다.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처방이 있다. 가령 노동부의 재취업자 과정이 있는데, 이를 리눅스 인력양성에 적용해야한다. 필요하다면 노동부와 협의해 과정을 개설해야한다. 대학은 커리큘럼 하나 만들려면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통상 2년이 걸린다. 하지만 취업과정은 다르다. 예전에 IT 교육지원 프로그램 붐이 일면서 웹디자이너가 대폭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통부는 리눅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정보통신산업협회의 리눅스 마스터 과정 자격증을 딴 학생들이 3만명이다. IT 기업들이 전산학과 대학생을 곧바로 뽑지는 않는다. 현장의 경험이 있는 인력을 요구하는 만큼 현장교육을 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인력수급의 엇박자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한중일 3국의 리눅스 공조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고현진=3국 공조의 목적은 단순하다. 규모의 경제다. 중국의 홍기리눅스를 언급하는데, 수익 규모나 중국의 IT수준을 고려하면 단순히 한국 리눅스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어떻게든 3국이 공조하면 리눅스 정보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먼저 규모의 경제로 붐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일단 정책입안자의 공감대는 형성됐고, 현재는 실무자선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마지막으로 정부 또는 리눅스 업계에 대한 지적이나 주문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
◇김태용=리눅스 활성화는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동참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게 안타깝다. 또 개발 인재들도 부족하다. 개발자나 사용자 커뮤니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좀 더 개발자 플랫폼에 대한 아웃라인을 확실히 정의해줬으면 한다. 또 사용자들은 겉모양, 즉 인터페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시스템을 개발해줬으면 한다.
◇권희춘=정부의 리눅스 교육기관 지원사업이 많은데 문호를 좀 확대해줬으면 한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리눅스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바라건대 추후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정보화에 참여하더라도 윈도를 사서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산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가지고 우리의 리눅스 인력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수영=정부가 정책적인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으면 한다. 또 정부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선도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리눅스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정부나 기관들이 정품 SW를 사도록 유도하고, MS든 리눅스든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장단을 엄밀히 비교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SW를 사고나서 피해를 안보도록 해줘야한다. 나머지는 시장 논리에 따르면 된다.
◇고현진=공개 SW 활성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산업계나 학계도 거기에 맞춰 의식수준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에 리눅스 레퍼런스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수출형 국가로 산업정책이나 기술정책상 너무 구체적으로 리눅스에 접근하는 것은 국제교역에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하게 방향을 제시하면 사용자나 소비자가 믿고 선택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이상호=아직 리눅스는 수익보다는 투자의 측면이 강하다. 신규 전략사업을 육성하는 측면에서 구심적 역할을 정부가 하고, 이후 자유경쟁은 시장원리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리눅스는 OS이기 때문에 운동장에 비유할 수 있다.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도록 하려면 다양한 게임, 즉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홍보해야한다.
'표준배포판' 정부부터 솔선수범
정보통신부가 공개 소프트웨어(SW) 활성화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최근 핵심시스템에 리눅스를 채택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서 리눅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그동안 국내외 주요 리눅스 레퍼런스를 현장취재한 `리눅스 베스트 레퍼런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리눅스 도입 경위와 효과, 보완할 점 등 리눅스 사용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국내에서 여전히 팽배한 리눅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이제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국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리눅스를 주저없이 채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원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리눅스 활성화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갖고 리눅스 확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 사용자 각 영역에서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 패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고현진 원장, 수원여대 권희춘 교수, 전국리눅스유저그룹 김태용 회장, 한국IBM 이상호 실장, 와우리눅스 정수영 사장 (가나다 순)
* 사회 : 김승룡 디지털타임스 기자
* 장소 : 디지털타임스 회의실
시장활성화·원천기술 확보 관건
◇사회=본격적인 토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리눅스 활성화가 왜 필요한지를 짚어봤으면 한다. 또 리눅스의 현주소는 어떤가.
◇고현진 원장=시장 활성화가 리눅스의 첫 번째 명제다. 기술개발, 인력양성, 유통, 브랜드 활성화 등 다양한 과제가 있지만 시장이 먼저다. 리눅스뿐 아니라 어떤 플랫폼이나 기술도 시장에 진입하면서 겪는 문제가 바로 초기수요 발굴이다. 캐즘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얼리어댑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총량을 보면, 현 시점이 IT에 투자를 전력할 여건이 안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투자 총량이 부족하면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의 국산화가 거론된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하려면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시장 활성화와 원천기술 확보라는 장기적 투자의 관점을 가지고 사용자와 공급자간 인식의 궤도를 맞춰가야 한다. 공개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선도적 시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걷어내야 한다. 무형자산, 즉 SW 대한 가치인식의 문제도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
공급자나 사용자나 정책입안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경제의 모멘텀을 이야기 할 때 IT가 빠질수 없는데,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을 쓰면서 위험부담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은 자세에 문제가 있다.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로 더 이상 벤치마킹할 곳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직접 해야한다. 인프라는 벤치마킹할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위험감수를 못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사회=정부의 공개 SW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고현진=공개 SW 정책은 임베디드ㆍ서버ㆍ데스크톱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신성장동력중 하나인 임베디드는 다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뉘는데, 프론트엔드는 새로운 정보단말기의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으로 더 이상 해외에 로열티 안주고 단말기나 각종 차세대 기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IT 발전상에 비춰보면 우리나라만큼 임베디드 SW를 육성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고 본다.
이럴 때 리눅스로 공개 SW를 채택하면 큰 기회가 된다. 백엔드쪽 서비스는 정보단말기처럼 새로운 것은 아니나 색다른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버 쪽은 기존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말한다. 특히 웹서버를 중심으로 리눅스는 검증이 많이 되어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회=최근 리눅스에 대한 수요자쪽 분위기는 어떤가. 리눅스 관련 벤더들의 행보는 빨라진 것 같은데, 수요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는지 궁금한데.
◇이상호 실장=IBM은 4년 전부터 전사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리눅스만 놓고 보면 지난 한 해의 변화가 엄청나다. 이는 정보통신부나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오픈소스 드라이브 덕분이다.
궁극적으로 리눅스도 시장 경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동감한다. 하지만 리눅스는 여전히 신규 전략사업이고 인큐베이팅을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부터 씨앗을 뿌려야 한다. 참고로 90년 초부터 유닉스 사업을 해왔는데 리눅스와 공통점이 많다. 15년 전이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유닉스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현재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닉스 시장이 크다. 이는 한국이 얼리어댑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정부가 타이콘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닉스를 같이 개발한 덕도 크다. 90년대에 국내에 유닉스 커널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요인들이 시장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이다. 유닉스와 같은 과정이 리눅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업체들 관점에서 보면 올해부터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리눅스팀을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IBM 입장에서는 SI가 움직이는 것을 또 다른 신호로 해석한다. SI는 `사람장사'라 돈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는데, 이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리눅스가 돈이 된다는 뜻이다. 수요처 측면에서는 최근들어 전사적으로 리눅스 도입을 선언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본격적인 리눅스 비즈니스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요자적 측면에서는 리눅스에 대한 편견이 잔존하고 있다. 여전히 웹서버나 인프라 구조상의 운영체제(OS)로 머물러 있고 부족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수영 사장=일단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것은 글로벌 벤더의 변화다. 리눅스를 블록별로 보면 유럽, 아시아, 북미로 나뉘는데 이중 아시아 시장은 현재 도약기다. 특히 한국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벤더들의 정확한 리눅스 전략이 공개되고 있고 2000년부터 진행된 정부 정책이 차츰 실효를 거두고 있다.
또 하나는 MS의 라이선스 정책이나 저작권 문제가 언급되다보니,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눅스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기에도 불구하고 SI나 솔루션 업체들이 시장을 창출할 수요처가 아직 미약하다. 검증이 됐음에도 수요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연구개발(R&D)센터나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되었고, 벤처에서도 서버 위주로 사용해왔다. 최근들어 글로벌 IT벤더들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하면서 리눅스 솔루션ㆍ서비스ㆍSI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가 지나 경기가 활성화되면 굉장한 파괴력을 가지고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요가 10%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1차 수요처는 공공기관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IT투자를 한다면 정부는 투자대비효과(ROI)를 명확히 해야 하는 만큼 공개 SW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기업들의 수요는 서서히 발굴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국내 리눅스 시장이 움직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 시점에서 리눅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은 뭐라고 생각하나.
◇권희춘 교수=사용자의 인식 부족을 먼저 꼽고 싶다. 현재 SW는 대부분 맞춤형으로 되어 있다. 특히 MS의 경우 맞춤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이 마약처럼 MS제품에 젖어있는 상태다. 환경이 바뀌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바뀌기는 쉽지 않다. 또 바꾸겠다고 하더라도 어떤 리눅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하는지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어쨌든 초기투자 비용이 적게 들어 리눅스를 도입했다고 치자. 이를 책임지고 유지보수할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솔루션 개발, 인력양성을 통해 이 고리를 끊어야한다.
◇김태용 회장=7년 간 리눅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사업자나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사실 4년 전 공개SW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쪽에 요구했는데, 4년 만에 만들어졌다. 정책을 살펴보면, 일단 리눅스의 기술적 측면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너무 광범위하고 거시적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사용자나 개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자용 플랫폼 자체도 표준화가 미흡하다. 최근 플랫폼 표준화 작업을 하고있는데, OS를 위한 커널도 중요하지만 MS와의 경쟁을 고려해 어떠한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적용할지 수요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표준배포판` 정부부터 솔선수범
◇사회=배포판 표준 리눅스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고현진=초기에 와우리눅스와 리눅스코리아 등이 모여서 논의를 했다. 여기서 표준 배포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봤지만, 여전히 정부는 고민중이다. 일단 모델을 정해야한다. OS를 사고 팔지 말자는 것이 배포판의 핵심이다. 리눅스 기업들은 유지보수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정해야 하지만 이 문제는 특정기업이 하기에 버겁고, 그렇게 할 경우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외 교역 문제도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중립적이면서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버ㆍ데스크톱ㆍ임베디드까지 가면 사업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민이 많아 토발즈 같은 사람이 자문역할을 해줘야할 것 같다.
◇권희춘=정부가 만들어서 이를 상업적으로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다. 정부가 돈을 써서 만들었는데,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만 혜택을 볼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또 커널 2.4와 2.6 중 어디로 갈지도 결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시스템도 32비트와 64비트중 어느 쪽으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정수영=사실 배포판 제작은 일반 기업이 맡기는 어렵다. 3∼5년동안 매년 약 5억원이 드는데 이를 감당할 국내 리눅스 업체는 없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이를 지원한다. 배포판은 정부가 만들어 정부가 쓴다는 개념이 깔려있는 것이다. 기업은 배포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김태용=미지리눅스를 4년 전 국민PC에 설치해 판매했던 사례가 있는데 PC업체의 부도로 실패했다. 이를 다시 시도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OS는 소스 자체가 공개된 것이고, OS 개발과 배포는 정부에서 주도하되 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경쟁하도록 하면 된다.
◇사회=리눅스의 기술지원 문제도 자꾸만 거론되고 있는데.
◇정수영=공개SW는 주체가 누구냐, 어떻게 사느냐, 누가 지원할거냐는 3가지 문제가 항상 수반된다. 원칙대로라면 SW든 뭐든 상품은 공급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리눅스처럼 자기가 설치해 쓸 경우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반면 사용자는 누군가 책임을 져주길 바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SI업체나 큰 기업들은 손익계산을 한다.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이를 바꿔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정부다. 정부가 쓰려면 SI가 확실한 기술지원을 해야한다. 기술지원의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모델을 살펴봤는데, 독일정부는 전산원에 오더를 줄 때 되도록 공개 SW로 만들라고 요구한다. 이를 정부 소스 창고에 올려놓고 각 지방정부가 가져다 쓰도록 한다. 문제가 생기면 전산원이 발주사의 책임 소재를 물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도록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실제로 기술지원은 기업이 하겠지만 이를 연계하는 인프라는 정부가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권희춘=당장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 인터넷 수능강의용 스트리밍 서버, 전자정부 등에서 공개 SW 채택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어떤 업체도 이를 핸들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쪽에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쉽지않다. 제안을 하자면 각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나 서버 구축에 정부에서 공개 SW를 자연스럽게 권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조달청에서 SW를 구매하는데 업체들에게 행망용 SW를 납품할 때 MS와 리눅스 2가지 버전으로 제품을 납품토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용 SW 채택에서 혜택을 줘야한다. 이렇게 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부 부처 쪽의 리눅스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고현진=정부의 권고안을 만들기 위해 당국자들과 미팅을 했는데, 일단 리눅스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는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직자들이 리눅스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솔직히 공개 SW가 비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T경기가 나빠서 다른 분야는 인력이 남아도는데 공개 SW는 전문인력이 태부족이다. 결국 SW는 싸지만 인건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가 될 때와 비교해야 합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한다. 그런 관점에서 외국 벤더들과 협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자정부 31개 과제 중 2개만 리눅스를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나머지 과제도 접목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기에 국산만 고집하다가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
◇사회=리눅스 기술지원에 대한 IBM의 입장은.
◇이상호=지난 10년 간 인터넷이 혁명적으로 발전했는데, 이는 기술이 뛰어나거나 표준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시장에서 커뮤니티로서 기반을 갖추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리눅스가 오늘날 성장하는 것도 사실 오픈소스의 강점을 통해 인터넷과 같은 폭발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IBM의 기술지원 관점은 심플하다. IBM을 통해 리눅스를 채택한 사용자는 IBM이 하드웨어, SW, OS를 모두 지원해주길 바란다. 쉬운 방법이 있는데 IBM이 배포판을 만들어 리눅스 비즈니스를 하면 되는 것이다. 유닉스도 오픈소스이었지 않나. 그러나 문제는 모든 하드웨어업체들이 OS를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상호 호환이 안된다는 점이다.
IBM은 IT 인프라 전체에서 OS를 단순화하기 위해 리눅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리눅스 전문업체와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커뮤니티형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예전에는 한 기업의 경쟁력을 논했는데, 지금은 한 기업이 얼마나 많은 파트너와 커뮤니티를 이루며 협업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관점에서 IBM은 다양한 리눅스 지원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한국 내 소프트웨어개발사(ISV) 파트너를 지원할 계획이다.
참고로 리눅스 기술지원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개 SW는 라이선스로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쪽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국내 고객들의 마인드가 부족하다. 처음 시장활성화 단계에서는 투자 의사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리눅스 서비스 모델이 정착할 수 있도록 홍보가 강화되어야할 것이다. 그래야 리눅스 업체들도 시장논리에 의해 경쟁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사회=리눅스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업체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기존의 경쟁력 있는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어떤가.
◇정수영=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SI업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SI업체의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한다. 기존의 IT 프로젝트가 100억원이라면 SI가 60억을 가지고 40억원은 하청을 주는 구조다. 리눅스로 하면 절대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비용구조 역시 4대 6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용의 분산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SI업체 과장과 중소업체 과장은 인건비나 운영비용이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리눅스에서는 SI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군침만 흘리고 할지 말지를 따질 게 아니라 절대 비용이 줄어든 만큼 SI업체의 비용구조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아웃소싱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고현진=리눅스의 문제점을 언급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SW 전체의 문제점과도 뒤섞인다. 하지만 둘은 구분해야 한다. SW 산업을 일으켜 성공한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밖에 없다. IT는 글로벌화가 빠르고 또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SW 산업이 어려운 것은 이것이 지식산업이고 3만∼4만 달러의 소득을 가진 나라에서야 비로소 산업화가 되기 때문이다. 1만 달러 사회 구조에서는 SW 산업의 활성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SW 산업을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일찍 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성장동력인 이상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5년이나 10년간의 장기계획 세우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SW 산업 자체가 최근 어려워지고 있다. IBM이 온디맨드를 들고나온 이유를 보자. 이는 공급자의 논리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말하자면 물질특허식으로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다. 이를 뒤집어보면 공급자의 논리를 멋지게 포장하는 측면이 있다.
리눅스의 서비스 모델도 이처럼 바뀔 수 있다. 과거 메인프레임 시절 서비스와 윈도의 서비스는 비교가 안된다. 메인프레임은 비싼 반면 직원이 상주하면서 토털서비스를 제공했다. IT의 서비스 모델은 바뀌는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저가의 셀프서비스형 기술인 리눅스는 시대의 요청인 셈이다.
◇이상호=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추가하면, IBM이 추산한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48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900개 정도 된다.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또 오라클, SAP 등 메이저 업체가 리눅스를 지원하고 은행이나 제조업체의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에도 리눅스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IT 전체의 워크로드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워크로드를 만드는 시장이나 산업체의 수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OS 가운데 유닉스 워크로드를 리눅스로, 또 MS를 리눅스로 옮기는 것이 강조되다 보니 진입장벽을 체험하는 것이다.
◇고현진=리눅스 활성화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개발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중이다. 정통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권희춘=학생들에게 리눅스를 가르치지만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업체들은 전문인력이 없다고 한다.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처방이 있다. 가령 노동부의 재취업자 과정이 있는데, 이를 리눅스 인력양성에 적용해야한다. 필요하다면 노동부와 협의해 과정을 개설해야한다. 대학은 커리큘럼 하나 만들려면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통상 2년이 걸린다. 하지만 취업과정은 다르다. 예전에 IT 교육지원 프로그램 붐이 일면서 웹디자이너가 대폭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통부는 리눅스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정보통신산업협회의 리눅스 마스터 과정 자격증을 딴 학생들이 3만명이다. IT 기업들이 전산학과 대학생을 곧바로 뽑지는 않는다. 현장의 경험이 있는 인력을 요구하는 만큼 현장교육을 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인력수급의 엇박자를 해소해야 한다.
◇사회=한중일 3국의 리눅스 공조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고현진=3국 공조의 목적은 단순하다. 규모의 경제다. 중국의 홍기리눅스를 언급하는데, 수익 규모나 중국의 IT수준을 고려하면 단순히 한국 리눅스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어떻게든 3국이 공조하면 리눅스 정보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먼저 규모의 경제로 붐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일단 정책입안자의 공감대는 형성됐고, 현재는 실무자선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마지막으로 정부 또는 리눅스 업계에 대한 지적이나 주문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
◇김태용=리눅스 활성화는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동참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게 안타깝다. 또 개발 인재들도 부족하다. 개발자나 사용자 커뮤니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좀 더 개발자 플랫폼에 대한 아웃라인을 확실히 정의해줬으면 한다. 또 사용자들은 겉모양, 즉 인터페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시스템을 개발해줬으면 한다.
◇권희춘=정부의 리눅스 교육기관 지원사업이 많은데 문호를 좀 확대해줬으면 한다.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리눅스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바라건대 추후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정보화에 참여하더라도 윈도를 사서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산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가지고 우리의 리눅스 인력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수영=정부가 정책적인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으면 한다. 또 정부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선도적인 레퍼런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리눅스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정부나 기관들이 정품 SW를 사도록 유도하고, MS든 리눅스든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장단을 엄밀히 비교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SW를 사고나서 피해를 안보도록 해줘야한다. 나머지는 시장 논리에 따르면 된다.
◇고현진=공개 SW 활성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산업계나 학계도 거기에 맞춰 의식수준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또 정부에 리눅스 레퍼런스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수출형 국가로 산업정책이나 기술정책상 너무 구체적으로 리눅스에 접근하는 것은 국제교역에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하게 방향을 제시하면 사용자나 소비자가 믿고 선택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이상호=아직 리눅스는 수익보다는 투자의 측면이 강하다. 신규 전략사업을 육성하는 측면에서 구심적 역할을 정부가 하고, 이후 자유경쟁은 시장원리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리눅스는 OS이기 때문에 운동장에 비유할 수 있다. 운동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도록 하려면 다양한 게임, 즉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홍보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