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네트워크장비 M&A통해 경쟁력키워야"
"지금의 국내 네트워크 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산업적인 특성에 있으며, 이의 원인은 제살깍기 출혈경쟁에 발벗고 나선 장비 업체 스스로에 있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을 통한 장비 구매 원칙을 고수하는 통신 사업자나 원벤더 솔루션 확보가 생산성 향상의 최고 수단으로 보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도 국내 네트워크 산업계의 각종 문제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토종 장비 개발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사장과 텔슨정보통신 김지일 사장의 현재 국내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진단이다.
다산네트웍스와 텔슨정보통신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20Mbps급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에서 부터 최근 도입이 부쩍 늘고 있는 50Mbps급 VDSL 장비의 개발까지 국내 초고속 인터넷 장비 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업체는 네트워크 장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액세스급 스위치 등도 개발해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국산 장비업체로서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있다.
"현재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대담 내내 두 사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아울러 두 사장은 현재와 같은 국산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어려움 타파 방안은 `M&A'라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6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진 대담에서 남사장과 김사장은 "통신 사업자들에 아픈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현재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시스코라는 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국산 장비업체들은 핵심 네트워크 장비가 아닌 저가형 액세스 장비를 통해 통신 사업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너나 없이 뛰어든 통신 사업자용 솔루션 시장은 최저가 입찰 방식에 따른 과당 출혈경쟁 등에 따라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현재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현상을 규정하면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는 시스코 등 외산 장비업체들의 벽은 뛰어 넘지 못해 고전하고 있으며, 통신 사업자용 장비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간 과당 출혈경쟁으로 수익성까지 담보하지 못해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맞는 말이다. 국산 장비업체들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통신 사업자들에서 단가계약이라는 새로운 계약 방식을 내놓고 업체간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비업체 사장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사업자들에서의 국산 장비업체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본다."(김지일 텔슨정보통신 사장)
현재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장비업체간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수급의 불균형에서도 찾을 수 있다. KT라는 절대적인 서비스 사업자를 두고 수많은 장비업체들이 장비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이전투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민우 사장은 "국산 벤처기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금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보다 KT라는 하나의 사업자를 놓고 펼치는 일방적인 경쟁 구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분석한다.
"한때 KT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를 포트당 110만원에 구매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10만원대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최근 구매에 나선 VDSL 장비 또한 포트당 1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근무한 적이 있는 시스코를 예를 들겠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스위치를 국내에 공급하는데 포트당 30만원대 미만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KT 등 통신 사업자도 알고 있다. 정작 통신사업자는 외산 업체들의 가격은 깍지 않는대신 국산 장비업체들에게는 외산의 ½, ⅔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한다. 이것이 현재 국산 장비업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김사장)
"아울러 장비 업체를 대하는 공공기관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그동안 다산은 공공기관 등에 국산 역차별 철폐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돌아온 것은 제안서상 역차별은 사라졌지만 역차별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교묘한 배제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 공무원의 의식구조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엔드투 엔드 솔루션'이라고 불리는 단일 회사 제품의 구매도 공공기관들의 구매행태 문제로 들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것이다."(남사장)
"맞다. 현재 공공기관이나 통신사업자나 대기업이나 할 것 없이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원벤더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장비 구매시 TTA 등의 국가 관련 기관 등에 의뢰해 장비성능시험(BMT)을 실시,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김사장)
"금융시스템도 문제다. 현재 금융기관의 대출 시스템은 미래의 가치 보다는 과거의 지표만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미래형 기술을 개발하고 잠재력이 큰 기업의 경우 성장하지 못한다. 자금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대출 시스템이 과거 지표가 아닌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김사장)
현재 KT 등에서는 장비 업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도 TCO 차원에서 효율적인 입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장비업체들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사장은 또한 "최근 입찰 방식이 변화하면서 결국 더 힘들어지는 것은 장비업체들 뿐"이라고 성토한다.
"개인적으로는 데이콤이라는 통신 사업자에서 15년을 근무했다. 데이콤 근무시 구매담당을 했었는데 그 당시 실시했던 장비 구매방식은 `부찰제'였다. 부찰제란 공급자들이 제시한 가격 가운데 평균값에 가장 근접한 가격, 즉 예가에 근접한 업체를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할 경우 품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항구적인 업그레이드 요구도 가능해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보아 안정적인 망 운영을 할 수 있다.
또 현재 통신사업자들은 장비업체들에 AS 비용까지 전가하고 있다. 이는 외산 장비업체들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현재 KT 등은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면서 장비업체들에 2년간 무상 AS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2년후 부터이다. 무상 AS기간이 끝난 후 KT는 지방의 군소 AS업체를 선정해 유상으로 AS 대행을 시킨다. 저가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장비업체의 경우 실제 수익을 확보할 만한 출구가 없는 것이다."(김사장)
하지만 두 사장은 국산 장비업체들의 희망은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돈이 흐르는 시장은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라는데도 의견을 공감했다.
"최근들어 네트워크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고 본다. 현재 중국 시장의 특징은 저가형 시장으로 국내업체가 수익성 확보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 아울러 채권관리와 회수도 힘들다. 따라서 현재 다산은 중국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다산은 올해 일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수익성 확보와 채권 회수 등이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남사장)
"같은 생각이다. 돈은 있는데서 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못사는 나라에 진출해 수익을 올려보자는 생각이 컸다. 분명 일본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 일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경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범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이 다극화하고 있어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김사장)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간 M&A를 이뤄내는 것이다. 관련 유망한 업체끼리의 합병을 통해 탄탄한, 즉 시스코 등과 대적할 만한 기업이 출현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부실화된 두 회사끼리의 합병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부실의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김사장)
"맞는 말이다. 그나마 다산은 다른 장비업체들과 비교해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매일매일 생존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사장께서 지적한대로 M&A가 최적의 대안이라고는 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M&A가 이뤄져야 벤처 장비업체가 살수 있다."(남사장)
"결론적으로 국산 네트워크 업체들에 있어서 올해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국산 장비업체들이 10~12월까지만 생존을 하게된다면 네트워크 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BCN 등의 경우 앞으로 3~4년 후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해야할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를 잘 넘기면 많은 사업기회들이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4~5년 이내에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들 가운데 시가총액 20~30위에 랭크되는 상위업체가 반드시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김사장)
◇ 남사장과 김사장은
김지일 텔슨정보통신 사장(55)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43)은 현재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계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김사장은 국내 통신사업자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임원을 두루 거친 후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영입된 반면, 남사장은 일찍 창업전선에 나서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이끌고 있다.
김사장은 1973년 태광교역 반도체 제조부문으로 입사해 1979년 LG건설을 거쳐 1987년부터 15년간을 데이콤에서 근무했다. 김사장은 데이콤 근무시절 행정전산망 등의 사업을 추진했으며, 데이콤 인터내셔널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김사장은 98년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총괄부사장으로 4년여동안 근무한 이후 지난 2001년 8월 텔슨정보통신 사장에 부임했다.
남민우사장(43)은 1983년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1991년 코리아레디시스템을 창업하면서 경영일선에 나섰다. 이후 남사장은 93년에 다산네트웍스의 모태인 다산기연을 설립했으며, 1998년에는 다산 아메리카, 다산 차이나 등을 설립하면서 미국과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다산네트웍스와 텔슨정보통신은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비롯한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등을 개발 생산하는 실질적인 국산 네트워크 장비 개발 선도업체이다.
"지금의 국내 네트워크 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산업적인 특성에 있으며, 이의 원인은 제살깍기 출혈경쟁에 발벗고 나선 장비 업체 스스로에 있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을 통한 장비 구매 원칙을 고수하는 통신 사업자나 원벤더 솔루션 확보가 생산성 향상의 최고 수단으로 보고 있는 정부 공공기관도 국내 네트워크 산업계의 각종 문제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토종 장비 개발업체인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사장과 텔슨정보통신 김지일 사장의 현재 국내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진단이다.
다산네트웍스와 텔슨정보통신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20Mbps급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에서 부터 최근 도입이 부쩍 늘고 있는 50Mbps급 VDSL 장비의 개발까지 국내 초고속 인터넷 장비 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업체는 네트워크 장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액세스급 스위치 등도 개발해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국산 장비업체로서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있다.
"현재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대담 내내 두 사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아울러 두 사장은 현재와 같은 국산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어려움 타파 방안은 `M&A'라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16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진 대담에서 남사장과 김사장은 "통신 사업자들에 아픈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현재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시스코라는 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국산 장비업체들은 핵심 네트워크 장비가 아닌 저가형 액세스 장비를 통해 통신 사업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너나 없이 뛰어든 통신 사업자용 솔루션 시장은 최저가 입찰 방식에 따른 과당 출혈경쟁 등에 따라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현재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현상을 규정하면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는 시스코 등 외산 장비업체들의 벽은 뛰어 넘지 못해 고전하고 있으며, 통신 사업자용 장비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간 과당 출혈경쟁으로 수익성까지 담보하지 못해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맞는 말이다. 국산 장비업체들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통신 사업자들에서 단가계약이라는 새로운 계약 방식을 내놓고 업체간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비업체 사장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사업자들에서의 국산 장비업체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본다."(김지일 텔슨정보통신 사장)
현재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장비업체간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수급의 불균형에서도 찾을 수 있다. KT라는 절대적인 서비스 사업자를 두고 수많은 장비업체들이 장비 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이전투구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민우 사장은 "국산 벤처기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금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보다 KT라는 하나의 사업자를 놓고 펼치는 일방적인 경쟁 구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분석한다.
"한때 KT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를 포트당 110만원에 구매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10만원대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최근 구매에 나선 VDSL 장비 또한 포트당 1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근무한 적이 있는 시스코를 예를 들겠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스위치를 국내에 공급하는데 포트당 30만원대 미만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KT 등 통신 사업자도 알고 있다. 정작 통신사업자는 외산 업체들의 가격은 깍지 않는대신 국산 장비업체들에게는 외산의 ½, ⅔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한다. 이것이 현재 국산 장비업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김사장)
"아울러 장비 업체를 대하는 공공기관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그동안 다산은 공공기관 등에 국산 역차별 철폐 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돌아온 것은 제안서상 역차별은 사라졌지만 역차별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교묘한 배제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 공무원의 의식구조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엔드투 엔드 솔루션'이라고 불리는 단일 회사 제품의 구매도 공공기관들의 구매행태 문제로 들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것이다."(남사장)
"맞다. 현재 공공기관이나 통신사업자나 대기업이나 할 것 없이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원벤더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장비 구매시 TTA 등의 국가 관련 기관 등에 의뢰해 장비성능시험(BMT)을 실시,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김사장)
"금융시스템도 문제다. 현재 금융기관의 대출 시스템은 미래의 가치 보다는 과거의 지표만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미래형 기술을 개발하고 잠재력이 큰 기업의 경우 성장하지 못한다. 자금 대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대출 시스템이 과거 지표가 아닌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김사장)
현재 KT 등에서는 장비 업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도 TCO 차원에서 효율적인 입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장비업체들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사장은 또한 "최근 입찰 방식이 변화하면서 결국 더 힘들어지는 것은 장비업체들 뿐"이라고 성토한다.
"개인적으로는 데이콤이라는 통신 사업자에서 15년을 근무했다. 데이콤 근무시 구매담당을 했었는데 그 당시 실시했던 장비 구매방식은 `부찰제'였다. 부찰제란 공급자들이 제시한 가격 가운데 평균값에 가장 근접한 가격, 즉 예가에 근접한 업체를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할 경우 품질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항구적인 업그레이드 요구도 가능해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보아 안정적인 망 운영을 할 수 있다.
또 현재 통신사업자들은 장비업체들에 AS 비용까지 전가하고 있다. 이는 외산 장비업체들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 현재 KT 등은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면서 장비업체들에 2년간 무상 AS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2년후 부터이다. 무상 AS기간이 끝난 후 KT는 지방의 군소 AS업체를 선정해 유상으로 AS 대행을 시킨다. 저가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장비업체의 경우 실제 수익을 확보할 만한 출구가 없는 것이다."(김사장)
하지만 두 사장은 국산 장비업체들의 희망은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돈이 흐르는 시장은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라는데도 의견을 공감했다.
"최근들어 네트워크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고 본다. 현재 중국 시장의 특징은 저가형 시장으로 국내업체가 수익성 확보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 아울러 채권관리와 회수도 힘들다. 따라서 현재 다산은 중국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다산은 올해 일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수익성 확보와 채권 회수 등이 비교적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남사장)
"같은 생각이다. 돈은 있는데서 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못사는 나라에 진출해 수익을 올려보자는 생각이 컸다. 분명 일본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 일본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경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범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이 다극화하고 있어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김사장)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간 M&A를 이뤄내는 것이다. 관련 유망한 업체끼리의 합병을 통해 탄탄한, 즉 시스코 등과 대적할 만한 기업이 출현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부실화된 두 회사끼리의 합병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부실의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김사장)
"맞는 말이다. 그나마 다산은 다른 장비업체들과 비교해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매일매일 생존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사장께서 지적한대로 M&A가 최적의 대안이라고는 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M&A가 이뤄져야 벤처 장비업체가 살수 있다."(남사장)
"결론적으로 국산 네트워크 업체들에 있어서 올해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국산 장비업체들이 10~12월까지만 생존을 하게된다면 네트워크 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BCN 등의 경우 앞으로 3~4년 후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해야할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를 잘 넘기면 많은 사업기회들이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4~5년 이내에는 네트워크 장비업체들 가운데 시가총액 20~30위에 랭크되는 상위업체가 반드시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김사장)
◇ 남사장과 김사장은
김지일 텔슨정보통신 사장(55)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43)은 현재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계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김사장은 국내 통신사업자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임원을 두루 거친 후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영입된 반면, 남사장은 일찍 창업전선에 나서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이끌고 있다.
김사장은 1973년 태광교역 반도체 제조부문으로 입사해 1979년 LG건설을 거쳐 1987년부터 15년간을 데이콤에서 근무했다. 김사장은 데이콤 근무시절 행정전산망 등의 사업을 추진했으며, 데이콤 인터내셔널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김사장은 98년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총괄부사장으로 4년여동안 근무한 이후 지난 2001년 8월 텔슨정보통신 사장에 부임했다.
남민우사장(43)은 1983년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1991년 코리아레디시스템을 창업하면서 경영일선에 나섰다. 이후 남사장은 93년에 다산네트웍스의 모태인 다산기연을 설립했으며, 1998년에는 다산 아메리카, 다산 차이나 등을 설립하면서 미국과 중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다산네트웍스와 텔슨정보통신은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비롯한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등을 개발 생산하는 실질적인 국산 네트워크 장비 개발 선도업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