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라운지는 국내 IT업계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 2인을 초청, 국내 IT 각 분야의 현안이나 공통 관심사, 시장상황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C&C의 `C'는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담당임원(CTO), 최고재무담당임원(CFO), 최고정보담당임원(CIO) 등 C레벨 임원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IT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담게 될 마당인 이 코너에 IT업계 리더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국산SW 살리기,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야"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가장 많은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부문에서 국산 ERP 업계의 대표주자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영림원소프트랩. 국산 SW업체로는 첫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핸디소프트. 이제는 국산 SW 업체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두 회사이지만 한때는 회사를 포기할 정도의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두 번의 큰 좌절을 경험했다. 92년말 대한페인트잉크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18개월만에 끝낸 후 너무 힘들어 SW 업계를 떠나려 했다. 시스템통합(SI)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93년 개인정보관리(PIMS) 패키지 사업을 목표로 영림원을 설립했는데 1년도 안돼 SW 유통업계에 부도가 확산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그 때 유공해운의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사업 방향을 PIMS에서 ERP로 바꾸게 됐다. 패키지가 아닌 SW 사업은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ERP 패키지 사업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권영범 원장)
"핸디소프트는 경쟁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91년 그룹웨어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용어조차 생경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부터 업무프로세스관리(BPM)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국내외에 경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전략이다. 그룹웨어에 치중할 때만 해도 국산으로서의 강점을 살리자는 취지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핸디소프트는 IMF 외환위기 직전 100억원을 들여 사옥을 건립했다. 97년 3월 일본 아마다그룹과 계약을 하면서 사옥을 갖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 문을 닫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아마다그룹으로부터 들어온 100억원 가량의 돈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김규동 사장)
지난 십수년간 정부는 국산 SW 육성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에 내로라할만한 SW 업체는 드물다. 오히려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때 일시에 몰린 기업들로 공급 과잉이 초래돼 몇 년후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도태됨으로써 SW업계의 체질만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SW 업계의 `왕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CEO는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더이상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시장 대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객의 요구, 즉 현재와 미래 경영환경의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쟁에 대한 고민보다는 한국시장에 안주한 것도 큰 문제다."(권)
"동감한다. 막 시작한 SW 벤처기업들을 보면 기능이나 성능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통 첫 상용제품을 내놓을 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 연구개발(R&D)의 10% 정도면 된다. 나머지 90%는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소요된다. 한 분야에 너무 많은 업체가 뛰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유념해야 할 것은 SW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고객은 SW의 기능보다 서비스 능력을 더 중요하게 따지곤 한다. 물론 마케팅 능력도 중요하다."(김)
최근 몇 년간 많은 국내 SW회사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신화를 찾기 힘들다. 두 회사는 SW 수출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8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한 결과 이제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큰 꿈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영림원은 진작부터 현지 파트너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6개월째 차분하게 준비중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첫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능한 완벽하게 시작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국산 ERP와 미국계 ERP를 보면, 각각 통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 사상부터 다르다. 주문처리의 경우 우리는 한 화면에서 복잡하게 처리하기를 원하지만, 미국계는 몇 개의 화면으로 나눠 처리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 국산 ERP가 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해외시장의 경우 우리가 직접 판매하거나 컨설팅하기가 힘들다. 현지 파트너와 1년6개월째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건은 두가지다. 우선 제품이 패키지로 돼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제품은 물론 관련 문서와 방법론까지 모두 현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1년째 일본 파트너사 사장과 함께 무려 1000여개의 화면을 하나씩 뜯어보고 있다. 로직은 물론, 화면 인터페이스 등이 문서화에 능숙한 일본 스타일에 맞게 재정립했다."(권)
"영림원처럼 그렇게 준비하는 기업이 없다. 초기 고객의 만족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철저한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핸디소프트도 98년 일본법인, 99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후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은 2002년에야 매출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김)
두 CEO는 한국 SW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 수용력이 높고 구현능력이 탁월한데다, 전세계 SW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미국 대기업들이 IT투자에 많은 비용을 할애하고 있는 만큼 `SW의 본토'인미국시장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이 전자정부 프로젝트의 수출을 단순히 SI업체의 인력 수출로 생각해 국산 SW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돼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프로젝트는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다. 하지만 이 기회를 국산 SW 산업 육성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부족하다. 우리에게 그런 비전과 정책이 없지 않느냐. 온통 프로젝트가 외산 제품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 국가적으로 `SW기지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현재의 위상을 일궈냈다."(김)
그렇다면 우리 SW 업계가 어떻게 `퀀텀 점프'를 이룰 것인가.
핸디소프트는 올해 `큰 일'을 벌일 심산이다. 그 돌파구로 인수합병(M&A)을 들었다.
"핸디소프트는 지금까지 30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장기투자 계획에 입각해 매년 일정액을 쏟아붓고 있다. 많은 SW 기업들이 해외에 나갔다 하면 2년차 이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곤 한다.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가 없다보니 `계속 쏟아붓는다'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김)
김 사장은 미국 나스닥 상장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위한 유일한 목표이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퀀텀 점프를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영림원은 한국을 R&D의 중심으로 삼고,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ERP는 결국 경영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 3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김 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해외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이상, 내년 상반기중에 코스닥에 진입하겠다. 또 일본은 현재 파트너 중심에서 오는 2006년경 조인트벤처로 사업체계를 발전시키겠다."(권)
두 CEO는 향후 국산 SW 업계의 활로 모색과 관련해 `규모의 경제', `체계적인 국산 애플리케이션 육성 정책' 등을 강조했다. 또 SW 업계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는 유지보수와 관련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화 도중 두 CEO는 많은 SW 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시도하다 겪은 좌절을 안타까워했다. 또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모든 영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는 잘못된 사업관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글로벌 SW 업계는 최근 1∼2년새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는 추세인데, 국내 SW 업계는 전략이나 비전이 없이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ERP 시장에 진출하면서 향후 5년간 무려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SW R&D에 1억달러를 투자할 기업이 있겠는가. 휴대폰 성공신화에서 보듯이 우리가 앞서고 있으면서 국내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해 해외로 확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이나 우리 IT인프라의 강점인 모바일 분야를 유망 분야로 꼽을 수있다. 그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수도 없이 많은 R&D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그중에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 1%나 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플랜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다."(권)
◇ 권원장과 김사장은
SERI에서 `한솥밥`
ERP·그룹웨어분야
전문CEO평가받아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원장과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대표적인 구루(guru)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90년대 초반 대한페인트잉크에서 국내 첫 클라이언트/서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권 원장은 대규모 시스템 구축 분야의 전문가이자 프로젝트관리자(PM)로, 김 사장은 정보전략계획(ISP) 및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프로젝트의 납기를 한번도 어긴 적이 없으며, 김 사장은 과거 일본 아마다그룹과 CALS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으로 아마다 그룹 회장을 감동시킨 일화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서 같이 일한 선후배이다. 김 사장은 권 원장을 "선배님"이라며 부르며 깍뜻하게 대했다. 두 사람은 최근에도 국내 SW업체들의 모임에서 가끔씩 만나는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국내 대표적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업체와 그룹웨어 전문업체 CEO로서 해외진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안고 `퀀텀 점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핸디소프트는 업무프로세스관리(BPM)라는 신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톱5를 목표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국산 ERP 업체중 유일하게 중견기업 이상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온 영림원소프트랩은 올해 일본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편집자주]
"국산SW 살리기,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야"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가장 많은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부문에서 국산 ERP 업계의 대표주자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영림원소프트랩. 국산 SW업체로는 첫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핸디소프트. 이제는 국산 SW 업체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두 회사이지만 한때는 회사를 포기할 정도의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두 번의 큰 좌절을 경험했다. 92년말 대한페인트잉크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18개월만에 끝낸 후 너무 힘들어 SW 업계를 떠나려 했다. 시스템통합(SI)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93년 개인정보관리(PIMS) 패키지 사업을 목표로 영림원을 설립했는데 1년도 안돼 SW 유통업계에 부도가 확산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그 때 유공해운의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사업 방향을 PIMS에서 ERP로 바꾸게 됐다. 패키지가 아닌 SW 사업은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ERP 패키지 사업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권영범 원장)
"핸디소프트는 경쟁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91년 그룹웨어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용어조차 생경한 상황이었다. 얼마 전부터 업무프로세스관리(BPM)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국내외에 경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전략이다. 그룹웨어에 치중할 때만 해도 국산으로서의 강점을 살리자는 취지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핸디소프트는 IMF 외환위기 직전 100억원을 들여 사옥을 건립했다. 97년 3월 일본 아마다그룹과 계약을 하면서 사옥을 갖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 문을 닫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아마다그룹으로부터 들어온 100억원 가량의 돈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김규동 사장)
지난 십수년간 정부는 국산 SW 육성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에 내로라할만한 SW 업체는 드물다. 오히려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때 일시에 몰린 기업들로 공급 과잉이 초래돼 몇 년후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도태됨으로써 SW업계의 체질만 약화시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SW 업계의 `왕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CEO는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더이상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시장 대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객의 요구, 즉 현재와 미래 경영환경의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쟁에 대한 고민보다는 한국시장에 안주한 것도 큰 문제다."(권)
"동감한다. 막 시작한 SW 벤처기업들을 보면 기능이나 성능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통 첫 상용제품을 내놓을 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 연구개발(R&D)의 10% 정도면 된다. 나머지 90%는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소요된다. 한 분야에 너무 많은 업체가 뛰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앞으로 유념해야 할 것은 SW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고객은 SW의 기능보다 서비스 능력을 더 중요하게 따지곤 한다. 물론 마케팅 능력도 중요하다."(김)
최근 몇 년간 많은 국내 SW회사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신화를 찾기 힘들다. 두 회사는 SW 수출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8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한 결과 이제는 나스닥 상장이라는 큰 꿈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영림원은 진작부터 현지 파트너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6개월째 차분하게 준비중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첫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능한 완벽하게 시작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국산 ERP와 미국계 ERP를 보면, 각각 통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 사상부터 다르다. 주문처리의 경우 우리는 한 화면에서 복잡하게 처리하기를 원하지만, 미국계는 몇 개의 화면으로 나눠 처리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 국산 ERP가 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해외시장의 경우 우리가 직접 판매하거나 컨설팅하기가 힘들다. 현지 파트너와 1년6개월째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건은 두가지다. 우선 제품이 패키지로 돼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제품은 물론 관련 문서와 방법론까지 모두 현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1년째 일본 파트너사 사장과 함께 무려 1000여개의 화면을 하나씩 뜯어보고 있다. 로직은 물론, 화면 인터페이스 등이 문서화에 능숙한 일본 스타일에 맞게 재정립했다."(권)
"영림원처럼 그렇게 준비하는 기업이 없다. 초기 고객의 만족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철저한 현지화가 이뤄져야 한다. 핸디소프트도 98년 일본법인, 99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후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은 2002년에야 매출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김)
두 CEO는 한국 SW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 수용력이 높고 구현능력이 탁월한데다, 전세계 SW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미국 대기업들이 IT투자에 많은 비용을 할애하고 있는 만큼 `SW의 본토'인미국시장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이 전자정부 프로젝트의 수출을 단순히 SI업체의 인력 수출로 생각해 국산 SW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돼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프로젝트는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다. 하지만 이 기회를 국산 SW 산업 육성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부족하다. 우리에게 그런 비전과 정책이 없지 않느냐. 온통 프로젝트가 외산 제품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 국가적으로 `SW기지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현재의 위상을 일궈냈다."(김)
그렇다면 우리 SW 업계가 어떻게 `퀀텀 점프'를 이룰 것인가.
핸디소프트는 올해 `큰 일'을 벌일 심산이다. 그 돌파구로 인수합병(M&A)을 들었다.
"핸디소프트는 지금까지 30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장기투자 계획에 입각해 매년 일정액을 쏟아붓고 있다. 많은 SW 기업들이 해외에 나갔다 하면 2년차 이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곤 한다.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가 없다보니 `계속 쏟아붓는다'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김)
김 사장은 미국 나스닥 상장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위한 유일한 목표이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퀀텀 점프를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영림원은 한국을 R&D의 중심으로 삼고,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ERP는 결국 경영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 3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김 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해외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이상, 내년 상반기중에 코스닥에 진입하겠다. 또 일본은 현재 파트너 중심에서 오는 2006년경 조인트벤처로 사업체계를 발전시키겠다."(권)
두 CEO는 향후 국산 SW 업계의 활로 모색과 관련해 `규모의 경제', `체계적인 국산 애플리케이션 육성 정책' 등을 강조했다. 또 SW 업계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는 유지보수와 관련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화 도중 두 CEO는 많은 SW 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시도하다 겪은 좌절을 안타까워했다. 또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모든 영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는 잘못된 사업관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글로벌 SW 업계는 최근 1∼2년새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는 추세인데, 국내 SW 업계는 전략이나 비전이 없이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ERP 시장에 진출하면서 향후 5년간 무려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SW R&D에 1억달러를 투자할 기업이 있겠는가. 휴대폰 성공신화에서 보듯이 우리가 앞서고 있으면서 국내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해 해외로 확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이나 우리 IT인프라의 강점인 모바일 분야를 유망 분야로 꼽을 수있다. 그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수도 없이 많은 R&D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그중에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 1%나 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플랜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다."(권)
◇ 권원장과 김사장은
SERI에서 `한솥밥`
ERP·그룹웨어분야
전문CEO평가받아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원장과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대표적인 구루(guru)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90년대 초반 대한페인트잉크에서 국내 첫 클라이언트/서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권 원장은 대규모 시스템 구축 분야의 전문가이자 프로젝트관리자(PM)로, 김 사장은 정보전략계획(ISP) 및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권 원장은 지금까지 프로젝트의 납기를 한번도 어긴 적이 없으며, 김 사장은 과거 일본 아마다그룹과 CALS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환상적인 프리젠테이션으로 아마다 그룹 회장을 감동시킨 일화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과거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에서 같이 일한 선후배이다. 김 사장은 권 원장을 "선배님"이라며 부르며 깍뜻하게 대했다. 두 사람은 최근에도 국내 SW업체들의 모임에서 가끔씩 만나는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국내 대표적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전문업체와 그룹웨어 전문업체 CEO로서 해외진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안고 `퀀텀 점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핸디소프트는 업무프로세스관리(BPM)라는 신기술 영역에서 글로벌 톱5를 목표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국산 ERP 업체중 유일하게 중견기업 이상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온 영림원소프트랩은 올해 일본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