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PC 게임은 콘솔 게임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원래부터 게임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와 다른 작업들을 같이 하면서 곁다리로 게임을 하는 기계와는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놀라운 그래픽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콘솔 게임은 오랜 세월 PC 게임을 압도해 왔다. 하지만 PC 게임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은 비장의 무기를 발굴해냈다. 네트워크와 온라인 게임의 역습으로 콘솔 게임이 넘볼 수 없는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제 뒤바뀐 입장에서 콘솔은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도전한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스쿼드 액션 게임 `소콤'을, 엑스박스는 PC 일인칭 슈팅 게임의 명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각각 선보였다.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스쿼드 액션 `소콤' (PS2용 온라인)
플레이스테이션 2의 네트워크 서비스에 큰 기대를 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에서 `소콤'은 이런 인식을 한 번에 뒤집어엎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스쿼드 액션 게임이다. 게이머는 분대를 지휘해서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워야 한다. 자기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대원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스쿼드 액션 게임에서는 대원들을 각각 다른 키에 대응시켜 돌아가면서 조종하거나, 아니면 처음에 설정해 준 지침을 알아서 따르게 한다. 키보드가 없는 콘솔 게임에서 이런 식으로는 할 수 없다. 게임 패드의 몇 개 안되는 버튼으로는 트리 메뉴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게임의 호흡이 끊길 우려가 높아진다.
`소콤'은 이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다. 헤드폰과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도입한 것이다. 새로운 정황이나 임무를 헤드폰으로 보고 받으면서 동시에 분대원들에게는 마이크로 명령을 내린다. 키보드로 명령하는 것보다 훨씬 실감나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더 재미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에서 뿐 아니라 싱글 미션에서도 헤드셋 덕분에 게임이 더 사실적이고 깊은 재미를 준다.
헤드셋 하나만으로도 게임의 약점들, 예를 들어 그래픽이 최근 액션 게임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든가, 동작 처리에서 부분적으로 어색함이 드러난다든가 하는 것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더빙의 문제점은 오히려 부각된다. 어찌된 일인지 성우의 영어 발음은 좋아도 한국어 발음이 엉망이다. 번역 또한 어색한 직역체다. 로컬라이징을 맡은 게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잔뜩 혀를 굴리는 목소리로 "두 명의 가드가 패트롤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확실히 헤드셋 때문에 더 거슬린다.
물론 헤드셋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역시 싱글 플레이보다는 네트워크 게임에서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게임의 깊이를 더해 줬다면,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키보드만으로는 팀원들끼리 원할한 의사 소통이 어렵다. 헤드셋이라면 팀의 일사분란한 플레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게임에서 생각만큼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원래 아는 사람들끼리는 잡담을 섞어 가며 재미있게 플레이하지만 낯선 사람들끼리는 꼭 필요한 말도 아껴 가며 묵묵히 진행하는 것이다. 모니터 위의 글자가 아닌 실제 목소리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온라인 채팅 문화가 달라진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돌아온 명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X박스용 온라인)
엑스박스는 네트워크 서비스 엑스박스 라이브의 번들 게임으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유명 PC 게임을 컨버팅하는 것을 선택했다. `리턴 투 울펜슈타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적 시도에 동반자로 선택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PC용 1인칭 슈팅게임의 명작이다.
게임의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다. 독일군 비밀 기지인 울펜슈타인 성에 잠입해 가려진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나간다. 일인칭 시점은 몰입감을 높이고, 따라서 공포의 폭 역시 더 커진다.
PC에서 이미 충분한 평가를 받은 게임이 엑스박스 라이브로는 어떤 차이를 보여줄 것인가는,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공포를 살려내는 정교한 그래픽과 미션 하나 하나의 재미는 PC판과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몇 가지 새로운 장소와 무기가 추가됐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만을 따진다면 역시 명불허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주어진 역할, 즉 콘솔용 온라인 게임의 재미를 보여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는 조금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상당히 어렵고, 특히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콘솔 게이머들에게 보통 PC용 1인칭 슈팅게임은 생소한 장르다. 처음 시작하면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채 적들의 총알 세례를 받아야 한다. PC용 1인칭 슈팅게임 베테랑들에게 환영받은 정교하고 넓은 맵은 초보 콘솔 유저에게는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콘솔에 적합하게 조작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것은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라이브라는 포맷 자체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네트워크 서비스보다 한 걸음 앞서 있는 것이 틀림없다. 플레이스테이션 2의 경우에는 개별 게임에 딸린 부가 서비스의 느낌이 강하지만, 사용의 편의성 등 라이브는 일반적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당당히 갖추고 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게임으로서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엑스박스 라이브의 특성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제한적인 느낌이다. 라이브에도 헤드셋이 지원된다. 하지만 싱글 단계에서부터 게임에 녹아 있는 `소콤'에 비해서 오히려 부가적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아쉽게도 훌륭한 게임과 훌륭한 시스템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게임평론가 sugy@madordead.com
이제 뒤바뀐 입장에서 콘솔은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도전한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스쿼드 액션 게임 `소콤'을, 엑스박스는 PC 일인칭 슈팅 게임의 명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각각 선보였다.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스쿼드 액션 `소콤' (PS2용 온라인)
플레이스테이션 2의 네트워크 서비스에 큰 기대를 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해외에서 `소콤'은 이런 인식을 한 번에 뒤집어엎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스쿼드 액션 게임이다. 게이머는 분대를 지휘해서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워야 한다. 자기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른 대원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스쿼드 액션 게임에서는 대원들을 각각 다른 키에 대응시켜 돌아가면서 조종하거나, 아니면 처음에 설정해 준 지침을 알아서 따르게 한다. 키보드가 없는 콘솔 게임에서 이런 식으로는 할 수 없다. 게임 패드의 몇 개 안되는 버튼으로는 트리 메뉴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게임의 호흡이 끊길 우려가 높아진다.
`소콤'은 이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다. 헤드폰과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도입한 것이다. 새로운 정황이나 임무를 헤드폰으로 보고 받으면서 동시에 분대원들에게는 마이크로 명령을 내린다. 키보드로 명령하는 것보다 훨씬 실감나는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더 재미있다. 네트워크 플레이에서 뿐 아니라 싱글 미션에서도 헤드셋 덕분에 게임이 더 사실적이고 깊은 재미를 준다.
헤드셋 하나만으로도 게임의 약점들, 예를 들어 그래픽이 최근 액션 게임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든가, 동작 처리에서 부분적으로 어색함이 드러난다든가 하는 것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더빙의 문제점은 오히려 부각된다. 어찌된 일인지 성우의 영어 발음은 좋아도 한국어 발음이 엉망이다. 번역 또한 어색한 직역체다. 로컬라이징을 맡은 게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잔뜩 혀를 굴리는 목소리로 "두 명의 가드가 패트롤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확실히 헤드셋 때문에 더 거슬린다.
물론 헤드셋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역시 싱글 플레이보다는 네트워크 게임에서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게임의 깊이를 더해 줬다면,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키보드만으로는 팀원들끼리 원할한 의사 소통이 어렵다. 헤드셋이라면 팀의 일사분란한 플레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게임에서 생각만큼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원래 아는 사람들끼리는 잡담을 섞어 가며 재미있게 플레이하지만 낯선 사람들끼리는 꼭 필요한 말도 아껴 가며 묵묵히 진행하는 것이다. 모니터 위의 글자가 아닌 실제 목소리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온라인 채팅 문화가 달라진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돌아온 명작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X박스용 온라인)
엑스박스는 네트워크 서비스 엑스박스 라이브의 번들 게임으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유명 PC 게임을 컨버팅하는 것을 선택했다. `리턴 투 울펜슈타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적 시도에 동반자로 선택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PC용 1인칭 슈팅게임의 명작이다.
게임의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다. 독일군 비밀 기지인 울펜슈타인 성에 잠입해 가려진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나간다. 일인칭 시점은 몰입감을 높이고, 따라서 공포의 폭 역시 더 커진다.
PC에서 이미 충분한 평가를 받은 게임이 엑스박스 라이브로는 어떤 차이를 보여줄 것인가는,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공포를 살려내는 정교한 그래픽과 미션 하나 하나의 재미는 PC판과 다를 게 없다. 여기에 몇 가지 새로운 장소와 무기가 추가됐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만을 따진다면 역시 명불허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주어진 역할, 즉 콘솔용 온라인 게임의 재미를 보여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는 조금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상당히 어렵고, 특히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콘솔 게이머들에게 보통 PC용 1인칭 슈팅게임은 생소한 장르다. 처음 시작하면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채 적들의 총알 세례를 받아야 한다. PC용 1인칭 슈팅게임 베테랑들에게 환영받은 정교하고 넓은 맵은 초보 콘솔 유저에게는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콘솔에 적합하게 조작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것은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라이브라는 포맷 자체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네트워크 서비스보다 한 걸음 앞서 있는 것이 틀림없다. 플레이스테이션 2의 경우에는 개별 게임에 딸린 부가 서비스의 느낌이 강하지만, 사용의 편의성 등 라이브는 일반적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당당히 갖추고 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은 게임으로서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엑스박스 라이브의 특성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제한적인 느낌이다. 라이브에도 헤드셋이 지원된다. 하지만 싱글 단계에서부터 게임에 녹아 있는 `소콤'에 비해서 오히려 부가적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아쉽게도 훌륭한 게임과 훌륭한 시스템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게임평론가 sugy@madordea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