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원조는 미국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의 색깔을 더해 일본만의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 냈다. 미국이 `던전 앤 드래곤'에 기반해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쏟아내는 동안 일본은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맞섰다. 그리고 게임기 시장의 주도권이 일본으로 완전히 넘어간 1983년을 전후해서는 일본의 비디오 게임기용 롤 플레잉 게임은 오히려 종주국인 미국을 넘어섰다.
그래도 미국은 `폴아웃', `발더스 게이트', `디아블로' 등 PC 롤 플레잉 게임에서 손꼽히는 명작들을 생산해 냈다. 그리고 지금,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걸작 게임들이 정면 대결에 돌입했다. PC의 인기 시리즈를 엑스 박스로 바꾸어 놓은 `발더스 게이트 - 암흑 동맹'과 패미컴 이래로 지속되어온 일본의 고전 롤 플레잉 게임 `진 여신전생 3 녹턴'이다.
D&D의 걸작이 콘솔로, `발더스 게이트 - 암흑동맹' (X박스용)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한동안 침체 일로에 있던 미국에서 다시 정통 롤 플레잉 게임붐을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운 게임이다.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인 포카튼 렐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팬터지 모험담은 국내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콘솔로 등장하면서 우려된 것은,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과 유저 인터페이스가, 콘솔 게임 시스템에 과연 적응할 수 있겠냐 였다. 무작정 그대로 옮긴다면 콘솔 게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릴 테고, 그렇다고 과도하게 단순화화면 `발더스 게이트'만이 지니는 특별한 맛이 살아날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발더스 게이트'는 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낸 데 성공한 듯 싶다.
PC판에서와는 달리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정해진 세 명의 캐릭터, 휴먼 궁수, 드워프 워리어, 엘프 소서러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X박스 판은 정교한 캐릭터 만들기와 성장보다는, 액션성을 강조한 퀘스트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어떤 퀘스트를 선택할 것인가에서 오는 재미를 포기한 대신, 몬스터와의 쉴 새 없는 싸움, 특히 지형지물을 이용해 작전을 짜야 해결되는 퍼즐 같은 싸움터로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통 롤 플레잉 게임의 맛은 약화되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기술 성장을 게이머의 몫으로 남겨둠으로서 그나마 성장 스타일을 결정할 수는 있다. 거기에 콘솔 게임기의 성능을 활용한 화려한 그래픽과 이펙트 효과, 그리고 돌비 서라운드 음향은 판타지 세계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발더스 게이트'에는 PC판의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허전함을 메워줄 다른 것들이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롤 플레잉 게임의 자존심 `진 여신전생 3 녹턴' (PS2용)
`여신전생' 시리즈의 최신작이 플레이스테이션2로 국내에도 출시됐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현대의 동경을 무대로 오컬트와 일본 설화가 섞여있는 기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롤 플레잉 게임의 차별성으로 첫 등장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거기에다가 세계의 모든 설화와 유령 이야기를 자유롭게 끌어들여 만든 수많은 악마들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용이나 오크만을 상대해야 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여신전생' 시리즈는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고, 본편과 외전을 합쳐 지금까지 2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편이 넘게 제작되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서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는 핵심적 스토리 라인 자체가 도시 전설이나 오컬트에 대해 꽤 많이 알아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신전생'을 특징짓는 핵심 시스템인 악마의 소환, 합체를 즐기는데 언어적 장벽이 있다는 사실이다. 소환, 합체 시스템이란, 전투 중 만난 악마를 설득해서 같은 편으로 하고, 또 모은 악마들을 합체해서 더 강한 몬스터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합체 시스템이 다른 게임에는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는 생명체인 악마라는 것이 다르다.
달콤한 말로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상대는 가끔 돈이나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과뿐 아니라 이런 저런 흥정과 협상 자체가 게임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 일본어판으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기쁘게도 그냥 한글판으로 나오기만 했을 뿐 아니라, 국내 게임 사상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이제야 온전하게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매끄러운 한글화 말고 또 눈에 띄는 것은, 2D 기반의 게임이 3D로 될 때 발생하는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신 전생' 시리즈는 3D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도, 이 게임이 가장 큰 장점인 캐릭터나 디자인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대화창 등에서는 2D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진 여신전생 3 - 녹턴'은 3D를 완전히 사용하면서도 중성적이면서도 쿨한, 그리고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이전 느낌을 살리면서도 3D만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악마 디자인이 지나치게 대중적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지만 크게 불만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진 여신전생 3 - 녹턴'은, `파이널 판타지'나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등과는 또 다른 독창적인 일본 롤 플레잉 게임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폴아웃', `발더스 게이트', `디아블로' 등 PC 롤 플레잉 게임에서 손꼽히는 명작들을 생산해 냈다. 그리고 지금,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걸작 게임들이 정면 대결에 돌입했다. PC의 인기 시리즈를 엑스 박스로 바꾸어 놓은 `발더스 게이트 - 암흑 동맹'과 패미컴 이래로 지속되어온 일본의 고전 롤 플레잉 게임 `진 여신전생 3 녹턴'이다.
D&D의 걸작이 콘솔로, `발더스 게이트 - 암흑동맹' (X박스용)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한동안 침체 일로에 있던 미국에서 다시 정통 롤 플레잉 게임붐을 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운 게임이다.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인 포카튼 렐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팬터지 모험담은 국내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콘솔로 등장하면서 우려된 것은,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과 유저 인터페이스가, 콘솔 게임 시스템에 과연 적응할 수 있겠냐 였다. 무작정 그대로 옮긴다면 콘솔 게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복잡한 게임이 되어버릴 테고, 그렇다고 과도하게 단순화화면 `발더스 게이트'만이 지니는 특별한 맛이 살아날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발더스 게이트'는 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낸 데 성공한 듯 싶다.
PC판에서와는 달리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정해진 세 명의 캐릭터, 휴먼 궁수, 드워프 워리어, 엘프 소서러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X박스 판은 정교한 캐릭터 만들기와 성장보다는, 액션성을 강조한 퀘스트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어떤 퀘스트를 선택할 것인가에서 오는 재미를 포기한 대신, 몬스터와의 쉴 새 없는 싸움, 특히 지형지물을 이용해 작전을 짜야 해결되는 퍼즐 같은 싸움터로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통 롤 플레잉 게임의 맛은 약화되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기술 성장을 게이머의 몫으로 남겨둠으로서 그나마 성장 스타일을 결정할 수는 있다. 거기에 콘솔 게임기의 성능을 활용한 화려한 그래픽과 이펙트 효과, 그리고 돌비 서라운드 음향은 판타지 세계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발더스 게이트'에는 PC판의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허전함을 메워줄 다른 것들이 있다.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롤 플레잉 게임의 자존심 `진 여신전생 3 녹턴' (PS2용)
`여신전생' 시리즈의 최신작이 플레이스테이션2로 국내에도 출시됐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현대의 동경을 무대로 오컬트와 일본 설화가 섞여있는 기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롤 플레잉 게임의 차별성으로 첫 등장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거기에다가 세계의 모든 설화와 유령 이야기를 자유롭게 끌어들여 만든 수많은 악마들 역시, 천편일률적으로 용이나 오크만을 상대해야 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여신전생' 시리즈는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고, 본편과 외전을 합쳐 지금까지 2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편이 넘게 제작되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서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는 핵심적 스토리 라인 자체가 도시 전설이나 오컬트에 대해 꽤 많이 알아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신전생'을 특징짓는 핵심 시스템인 악마의 소환, 합체를 즐기는데 언어적 장벽이 있다는 사실이다. 소환, 합체 시스템이란, 전투 중 만난 악마를 설득해서 같은 편으로 하고, 또 모은 악마들을 합체해서 더 강한 몬스터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합체 시스템이 다른 게임에는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는 생명체인 악마라는 것이 다르다.
달콤한 말로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상대는 가끔 돈이나 아이템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과뿐 아니라 이런 저런 흥정과 협상 자체가 게임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 일본어판으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기쁘게도 그냥 한글판으로 나오기만 했을 뿐 아니라, 국내 게임 사상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이제야 온전하게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매끄러운 한글화 말고 또 눈에 띄는 것은, 2D 기반의 게임이 3D로 될 때 발생하는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신 전생' 시리즈는 3D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도, 이 게임이 가장 큰 장점인 캐릭터나 디자인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대화창 등에서는 2D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진 여신전생 3 - 녹턴'은 3D를 완전히 사용하면서도 중성적이면서도 쿨한, 그리고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이전 느낌을 살리면서도 3D만 선호하는 게이머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악마 디자인이 지나치게 대중적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지만 크게 불만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진 여신전생 3 - 녹턴'은, `파이널 판타지'나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등과는 또 다른 독창적인 일본 롤 플레잉 게임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