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4일부터 상임위원회 활동에 돌입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기타 법률이 정하는 직무를 수행하게 되어있다. 풀어 쓰면,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들이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기초로 행정부의 정책들을 감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청원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이다.
고대정치가 도덕주의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정덕(正德)' 정치였다면, 근세 이후의 정치목표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이었다. 풍요한 경제와 행복한 의ㆍ식ㆍ주 생활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같은 근대적 정치이념은 지금도 최상의 가치로 유지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의 국회법에도 구현되었던 것이다.
도덕적 가치가 오래도록 지배했던 우리나라에서 `이용후생의 정치'는 18세기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시대 사조와 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국민 경제를 넉넉하게 살찌워야 윤리도 있게 된다'는 논리로, 이미 당시에도 박지원ㆍ홍대용 등 정치인을 중심으로 자연과학의 도입, 중소 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및 해외 통상 증진 등을 꾀한 바 있다.
이용후생의 정치는 정치권 일각에서만 벌어졌던 것은 아니다. 당시 조정을 양분하던 남인과 노론이 `경제 활성화'를 둘러싼 방법론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정도로 정치권 전체가 공유하던 정치철학이었다. 남인계열의 성호학파는 경학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자원의 활용과 행정 개혁을 강조하는 경세치용(經世致用)을, 노론계열의 북학파는 자연 과학적ㆍ문학적 소양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 이용후생을 강조했다.
이들 모두 궁극적으로는 경제(經世濟民의 준말: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되새겨 볼 만하다. 하지만 건국 이후 우리의 국회는 18세기 선배 정치인들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론을 모색하는데 인색했던 것 같다.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상대 당을 흠집내는 동안 민생을 돌보지 않았고, 이는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이어졌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16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상시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는 등 다소 개선되는 조짐은 보인다.
이번 238회 임시국회에서도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벤처기업 육성책,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 경제위기 대책,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본회의를 주재하던 김태식 국회 부의장이 "싸우는 줄만 알았던 국회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국회 방청객들에게 애교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상임위 첫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무위에서는 20명의 의원중 8명만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고, 그나마도 몇몇 의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회 관련 토론이 진행될 때 다른 의원과 잡담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보궐선거가 진행중인 때문인지 다른 상임위에도 결원자가 적지 않았다.
18세기 우리 정치권은 경세제민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쟁의 벽을 넘지 못해 국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적이 있다.
그 보다 나을 것이 없는 오늘의 국회가 이번 상임위에서 개전의 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정치 역사는 대체 어느 시대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고대정치가 도덕주의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정덕(正德)' 정치였다면, 근세 이후의 정치목표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이었다. 풍요한 경제와 행복한 의ㆍ식ㆍ주 생활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같은 근대적 정치이념은 지금도 최상의 가치로 유지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의 국회법에도 구현되었던 것이다.
도덕적 가치가 오래도록 지배했던 우리나라에서 `이용후생의 정치'는 18세기부터 시작됐다.
`새로운 시대 사조와 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국민 경제를 넉넉하게 살찌워야 윤리도 있게 된다'는 논리로, 이미 당시에도 박지원ㆍ홍대용 등 정치인을 중심으로 자연과학의 도입, 중소 상공업의 육성, 기술혁신 및 해외 통상 증진 등을 꾀한 바 있다.
이용후생의 정치는 정치권 일각에서만 벌어졌던 것은 아니다. 당시 조정을 양분하던 남인과 노론이 `경제 활성화'를 둘러싼 방법론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정도로 정치권 전체가 공유하던 정치철학이었다. 남인계열의 성호학파는 경학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자원의 활용과 행정 개혁을 강조하는 경세치용(經世致用)을, 노론계열의 북학파는 자연 과학적ㆍ문학적 소양을 전국에 확산시키고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 이용후생을 강조했다.
이들 모두 궁극적으로는 경제(經世濟民의 준말: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되새겨 볼 만하다. 하지만 건국 이후 우리의 국회는 18세기 선배 정치인들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방법론을 모색하는데 인색했던 것 같다.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상대 당을 흠집내는 동안 민생을 돌보지 않았고, 이는 정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이어졌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16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상시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는 등 다소 개선되는 조짐은 보인다.
이번 238회 임시국회에서도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벤처기업 육성책,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 경제위기 대책,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본회의를 주재하던 김태식 국회 부의장이 "싸우는 줄만 알았던 국회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국회 방청객들에게 애교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상임위 첫날,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무위에서는 20명의 의원중 8명만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고, 그나마도 몇몇 의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회 관련 토론이 진행될 때 다른 의원과 잡담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보궐선거가 진행중인 때문인지 다른 상임위에도 결원자가 적지 않았다.
18세기 우리 정치권은 경세제민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쟁의 벽을 넘지 못해 국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린 적이 있다.
그 보다 나을 것이 없는 오늘의 국회가 이번 상임위에서 개전의 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정치 역사는 대체 어느 시대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