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짜릿한 이야기,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 vs. `데빌 메이 크라이 2'
어떤 비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콘솔 게임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아이들이 아닌 젊은 남성이라고 한다. 자기가 놀려고 당당하게 사는 20대뿐 아니라 애들 준다는 핑계로 사들여서 붙들고 놓지 않는 30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른, 더 정확하게는 성인 남성들을 곧장 겨냥한 게임 두 편이 나왔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를 통해 놀라운 그래픽을 선보였던 테크모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이하 `비치 발리볼'), 그리고 수많은 걸작 시리즈를 만들어낸 캡콤의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잡은 `데빌 메이 크라이 2'는 성인 남성 게이머에게 서로 다른 빛깔의 즐거움을 제시하고 있다.
◈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X박스)
비키니 여성의 매혹'물씬'..완성도 높은 스포츠 게임 'X박스 최대작'
이 게임은 이른바 `대작'이나 `걸작'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X박스 게임 사상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되고 각광을 받은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 X박스를 산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리얼한 그래픽으로 이름높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수영복 차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비치 발리볼'의 설정은 꽤나 단순하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얼마 안 되는 남성 캐릭터 중 하나인 잭이 일확천금을 투자해 섬을 하나 사고 여기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을 불러모아 비치 발리볼 대회를 연다.
시스템은 크게 비치 발리볼이라는 스포츠 게임과 수영복을 입은 캐릭터를 감상하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한 팀은 두 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른 한 명을 동료로 들어오라고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호감도 시스템이 있고, 몇 가지 미니 게임과 카지노 같은 서브 시스템도 있다.
비치 발리볼 게임은 생각보다 몰입도가 높다. 조작은 방향키와 A, B 두 버튼만으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X박스 컨트롤러 특유의 버튼 입력 시간 체크가 더해져 누르고 있는 시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너무 단순한가 했지만 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동료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공격이나 방어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단순한 스포츠 게임만으로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완성도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따로 있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늘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수영복만 걸치고 온 섬을 돌아다닌다. 그리고는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어딘지 민망한 자세만 계속 보여준다. 돈을 벌면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사서 갈아 입힐 수도 있다. 카지노가 번성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잭도, 제작사인 테크모도, 이 게임의 발매를 학수고대해왔던 게이머들도 이 게임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 '데빌 메이 크라이 2'(PS2)
홍콩 느와르의 감동'재현'..'콤보' 게임속 주인공으로 변신 절로 착각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 남대문 시장에서 구한 싸구려 검은 색 버버리 코트를 걸치고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니던 남학생들이 있었다. 라이터 불꽃을 빨아들이는 연습을 하느라 입술은 화상을 입었다. 쌍권총을 들고 셀 수 없이 많은 적들 사이를 누비는 등 뒤로 하얀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스타일러시 액션 어드벤쳐'라는 긴 설명과 함께 출시된 `데빌 메이 크라이 2'는, `영웅본색'에 열광했던 사람들을 노리고 나온 게임이나 다름없다.
설정은 크게 히트한 1편을 그대로 잇는다. 인류를 위해 싸웠던 악마의 아들이 다시 악마들과 맞서 싸운다. 이 게임의 장점은 조금은 안이한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에 있다. 주인공 단테는 세상 고뇌는 혼자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찌푸린 이마에 흩날리는 백발, 달리거나 뛰어 오르면 긴 가죽 코트가 화려하게 펄럭인다. 기본 무기는 양손에 나눠 쥔 은색 쌍권총이지만 거대한 칼도 수시로 뽑아 휘두른다. "쇼 타임!" "아 유 레디?" 가끔식 툭툭 튀어나오는 글들도 잔뜩 힘준 겉모습 그대로다.
단테를 단순히 폼만 잡는 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건, 대전 액션 게임에 맞먹는 다양한 동작 패턴과 연계기에 의한 콤보 시스템이다. 중요한 건 플레이를 하면서 스타일리시 콤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총과 검을 적절하게 조합해 얼마나 멋있는 플레이를 했는지 곧장 점수가 나온다. 그러니까 이 게임의 적들은 물리쳐야 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나를 돋보이게 할 화려한 무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도구인 셈이다. 계속 콤보에 열중하다보면 단테가 아니라 나 자신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자의 치기어린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는 `데빌 메이 크라이 2'이지만 1편에 비교해 불만스러운 점도 많다. 무대가 넓어지고 싸움의 볼륨이 커지면서 캐릭터가 너무 작아져서 정작 액션의 화려함을 놓치거나 적들을 한 화면에서 모두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특히 전작에 비해 공중을 많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런 약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기본 모드에서 난이도가 낮아진 것 역시 전작의 팬이라면 불만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타일리시 콤보를 묶어내서 명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십 명과 맞서는 비장하고 화려한 전투는 나무랄 데가 없다.
어떤 비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콘솔 게임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아이들이 아닌 젊은 남성이라고 한다. 자기가 놀려고 당당하게 사는 20대뿐 아니라 애들 준다는 핑계로 사들여서 붙들고 놓지 않는 30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른, 더 정확하게는 성인 남성들을 곧장 겨냥한 게임 두 편이 나왔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를 통해 놀라운 그래픽을 선보였던 테크모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이하 `비치 발리볼'), 그리고 수많은 걸작 시리즈를 만들어낸 캡콤의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잡은 `데빌 메이 크라이 2'는 성인 남성 게이머에게 서로 다른 빛깔의 즐거움을 제시하고 있다.
◈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X박스)
비키니 여성의 매혹'물씬'..완성도 높은 스포츠 게임 'X박스 최대작'
이 게임은 이른바 `대작'이나 `걸작'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X박스 게임 사상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되고 각광을 받은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 X박스를 산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리얼한 그래픽으로 이름높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수영복 차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비치 발리볼'의 설정은 꽤나 단순하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의 얼마 안 되는 남성 캐릭터 중 하나인 잭이 일확천금을 투자해 섬을 하나 사고 여기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을 불러모아 비치 발리볼 대회를 연다.
시스템은 크게 비치 발리볼이라는 스포츠 게임과 수영복을 입은 캐릭터를 감상하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한 팀은 두 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른 한 명을 동료로 들어오라고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호감도 시스템이 있고, 몇 가지 미니 게임과 카지노 같은 서브 시스템도 있다.
비치 발리볼 게임은 생각보다 몰입도가 높다. 조작은 방향키와 A, B 두 버튼만으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X박스 컨트롤러 특유의 버튼 입력 시간 체크가 더해져 누르고 있는 시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너무 단순한가 했지만 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동료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공격이나 방어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한다. 단순한 스포츠 게임만으로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완성도다.
하지만 이 게임의 핵심은 따로 있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늘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수영복만 걸치고 온 섬을 돌아다닌다. 그리고는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어딘지 민망한 자세만 계속 보여준다. 돈을 벌면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사서 갈아 입힐 수도 있다. 카지노가 번성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잭도, 제작사인 테크모도, 이 게임의 발매를 학수고대해왔던 게이머들도 이 게임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 '데빌 메이 크라이 2'(PS2)
홍콩 느와르의 감동'재현'..'콤보' 게임속 주인공으로 변신 절로 착각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 남대문 시장에서 구한 싸구려 검은 색 버버리 코트를 걸치고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다니던 남학생들이 있었다. 라이터 불꽃을 빨아들이는 연습을 하느라 입술은 화상을 입었다. 쌍권총을 들고 셀 수 없이 많은 적들 사이를 누비는 등 뒤로 하얀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스타일러시 액션 어드벤쳐'라는 긴 설명과 함께 출시된 `데빌 메이 크라이 2'는, `영웅본색'에 열광했던 사람들을 노리고 나온 게임이나 다름없다.
설정은 크게 히트한 1편을 그대로 잇는다. 인류를 위해 싸웠던 악마의 아들이 다시 악마들과 맞서 싸운다. 이 게임의 장점은 조금은 안이한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에 있다. 주인공 단테는 세상 고뇌는 혼자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찌푸린 이마에 흩날리는 백발, 달리거나 뛰어 오르면 긴 가죽 코트가 화려하게 펄럭인다. 기본 무기는 양손에 나눠 쥔 은색 쌍권총이지만 거대한 칼도 수시로 뽑아 휘두른다. "쇼 타임!" "아 유 레디?" 가끔식 툭툭 튀어나오는 글들도 잔뜩 힘준 겉모습 그대로다.
단테를 단순히 폼만 잡는 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건, 대전 액션 게임에 맞먹는 다양한 동작 패턴과 연계기에 의한 콤보 시스템이다. 중요한 건 플레이를 하면서 스타일리시 콤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총과 검을 적절하게 조합해 얼마나 멋있는 플레이를 했는지 곧장 점수가 나온다. 그러니까 이 게임의 적들은 물리쳐야 하는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나를 돋보이게 할 화려한 무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도구인 셈이다. 계속 콤보에 열중하다보면 단테가 아니라 나 자신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자의 치기어린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는 `데빌 메이 크라이 2'이지만 1편에 비교해 불만스러운 점도 많다. 무대가 넓어지고 싸움의 볼륨이 커지면서 캐릭터가 너무 작아져서 정작 액션의 화려함을 놓치거나 적들을 한 화면에서 모두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특히 전작에 비해 공중을 많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런 약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기본 모드에서 난이도가 낮아진 것 역시 전작의 팬이라면 불만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타일리시 콤보를 묶어내서 명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십 명과 맞서는 비장하고 화려한 전투는 나무랄 데가 없다.
